이현재 산업정책비서관
최근 2년 동안 국제유가가 두 배로 뛰었다. 2003년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27불이었던 국가 유가가 올해 9월에는 55달러 수준에 달하고 있다. 지금의 고유가 행진은 지난 70년대 두 차례의 오일쇼크 때나 91년 걸프전 당시 일시적인 고유가와는 상황이 다르다. 이번에는 중국, 인도 등의 높은 소비증가와 산유국의 증산능력 한계로 인해 고유가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문기관들이 전망하고 있다.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서는 고유가의 파급효과를 그대로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 상반기만 하더라도 유가상승으로 인한 GDP 성장률 둔화효과가 0.7%p(한국은행)에 달하고 있다. 에너지자원정책은 우리 경제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는 유가가 급등하면 에너지 소비를 절약해야 한다고 호들갑을 떨다가 유가가 안정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곧 잊어버리곤 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와 같이 임시방편적 대책으로는 에너지자원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참여정부는 에너지자원 문제는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국정 핵심과제로 정하고, 에너지 저소비형 산업구조로의 전환과 에너지자원의 자주(自主)공급 능력제고 등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산자부에 에너지 전담 복수차관 신설…행정역량 강화
먼저, 에너지정책 추진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편하였다. 작년 11월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에너지자문회의를 발족시키고, 대통령이 직접 에너지자원 문제를 챙겨 나가도록 했다. 자문회의는 국가에너지기본법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면 바로 국가에너지위원회로 격상될 예정이다. 산업자원부에 에너지를 전담하는 복수차관도 신설하여 에너지행정 추진역량도 대폭 강화하였다.
둘째로 외환위기 과정에서 위축되었던 해외자원 개발을 민관합동으로 재점화시켜 나가고 있다. 대통령이 작년 한해에만 카자흐스탄, 러시아, 베트남, 인도 등을 순방하면서 에너지자원 확보를 위한 정상외교를 펼쳤다. 정상외교를 통해 거둔 성과는 엄청나다. 카스피해 잠빌 2개 광구권(16억배럴 추정), 서캄차카 해상광구권(37억배럴 추정), 브라질 해상광구권, 카자흐스탄 우라늄 광구권, 인도 철광석개발권(6억톤) 등을 확보하였다. 민간기업들도 베트남(석유공사), 캄보디아(GS), 브라질(SK) 등에서 상업성이 큰 유전을 발견하였으며, 8월에는 나이지리아 해상광구권(20억배럴 추정)도 확보했다.
우리나라가 유전개발에 대한 지분을 가지고 독자적으로 처분할 수 있는 ‘석유 자주개발률’은 작년말 현재 3.8%로 프랑스의 87.7%, 이탈리아 44.9%, 일본 10.3%에 비해 매우 낮다. 정부는 앞으로 자주개발률을 2005년 5%, 2008년까지는 10%대를 달성하여 안정적인 석유공급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해외자원 개발은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고 위험성이 큰 사업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대통령 주재 제2차 국가에너지 자문회의(2005년 3월)에서 성공불 융자(성공확률이 낮은 탐사단계 사업에 대해 융자금을 지원하는 제도) 확대, 유전개발펀드 도입, 해외자원개발 전문기업 육성 등을 결정했다.
셋째, 해외자원 개발 못지않게 국내에너지원 개발에 박차를 가해 나가고 있다. 태양광, 풍력, 수소연료전지 등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여 보급률을 2004년 2.3%에서 2011년에는 5% 수준으로 끌어 올릴 계획이다. 또한 앞으로 다가올 수소시대에 대비하여 수소경제 종합마스터플랜도 올해 안에 확정하여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지난해 11월 동해-1 가스전이 상업생산을 시작하여 작은 규모지만 우리나라도 당당하게 산유국 대열에 진입했으며, 올해 3월에는 인근에서 가스전을 추가로 발견한 바 있다.
아울러 석유 수급불균형에 대비하여 2002년 말 97일분이던 비축유를 현재 115일분으로 늘였으며, 2008년까지는 135일분으로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7월 서산, 거제, 여수에 원유비축기지(2070만배럴, 16일분)를 준공한 바 있다.
넷째, 에너지 저소비형 산업구조로의 전환을 꾸준히 추진해 나가고 있다. 최근의 국가유가 급등에도 세계경제가 큰 타격을 받지 않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 소비국들의 산업구조가 에너지 저소비형 산업구조로 전환되어 고유가 충격을 내부적으로 흡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부가가치 창출 대비 에너지 사용을 나타내는 에너지 원단위가 우리나라는 일본, 미국에 비해 2~3배가 되고 있다.
정부는 작년 12월 18개 부처가 참여하여 ‘에너지 원단위 개선 3개년계획’을 수립하였으며, 2005년부터 3년간 약 4.7조원의 에너지 사용절감 목표를 세우고 88개 과제를 추진 중에 있다. 정부는 산업부분에서는 에너지 절약시설 투자 확대와 공정혁신, 수송부문에서는 국가물류체계 개선과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 가정 및 상업부분은 고효율 에너지 기기 보급을 확대에 역점을 두어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정부는 선진국 사례를 정밀 분석하여 우리 산업에 맞는 에너지 저소비형 산업구조로의 전환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고유가가 서민계층의 생활고를 가중시키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해 나가고 있다. 사회적 약자계층에 대한 에너지 사용의 형평성 확보를 위하여 필수재인 전기에 대해서는 혹서기 및 혹한기 단전유예 연장기간 연장(2005년 7월), 전류제한장치 설치를 통해 최소한의 전기사용을 보장하는 한편, 장애인 등에 대한 전기·가스요금 할인(전기요금의 경우 장애인 20%, 월 70kwh 미만 35% 할인 등) 조치도 취하고 있다.
고유가 충격 흡수할 ‘에너지 저소비형 산업구조’로 전환 필요
에너지자원 문제는 세계 각국의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으며, 각국은 국가안보 차원에서 에너지자원 정책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올해 미국은 8월 에너지정책법을 제정하고 원전건설 재개 등 에너지원 다원화를, 일본은 4월 종합에너지대책 추진 각료회의 개최하고 석유의존도 축소를 추진하고 있으며, EU도 6월 에너지 효율성 제고 및 신재생 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정책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 중국도 6월 범정부차원의 에너지 비상대책기구를 가동하고 원전건설, 해외자원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장기적이며 근본적인 에너지자원정책을 수립하여 경제주체들이 꾸준히 실천해 나가야만 우리 경제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 지금의 고유가 행진이 우리 경제의 쓴 약이 될 수 있도록 국민과 기업, 정부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하겠다. 참여정부는 제대로 된 에너지자원정책이 국민적 공감대위에서 스스로 굴러갈 수 있는 토대를 확실하게 마련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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