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바야흐로 ‘부자’면 무엇이든 용서가 되는 요즘, 이런 말은 가난한 자들이 키가 닫지 않는 포도에게 던지는 넋두리라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그러나 오요나는 그런 넋두리가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가를 지적하고 있다.

최근 출간된 ‘내방에는 돌고래가 산다’(오요나·무한출판사)는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고민과 좌절을 사진과 함께 묶은 사진에세집이다.

일상생활이나 여행지에서 찍은 150여 장의 사진과 시보다 더 시적인 짧은 글이 덧붙여져 보고 읽는 재미를 동시에 만족시켜준다.

이 책의 사진과 글은 애써 꾸민 흔적 없이 자연스럽다. 읽고 나면 고개를 끄덕일 만큼 공감하게 되고 가슴속에서 따뜻함이 잔잔하게 차오른다.

책은 저자 오요나(본명 김영숙)가 지난 3년간 자신의 홈페이지에 사진과 함께 올린 에세이를 묶어 발표한 것이다. 그래서 기획 출판된 다른 에세이들과 달리 솔직함과 순수함이 생생하게 묻어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회사원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비애들을 솔직히 고백하고, 거기에 어쩌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 뒤, 그 속에서 찾을 수 있는 행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만원 전철에 떠밀려 핸드백은 출입문에 끼고, 겨우 도착한 엘리베이터는 내가 올라서자마자 ‘삑’하고 울어대는데, 회의에선 상사에게 깨지고, 점심시간에 시킨 김치찌개는 맛이 없는데다 불친절한 종업원은 깍두기 그릇을 테이블에 집어 던 지질 않나.

화가 나서 한 마디 하려고 발끈하면, 식당문 밖에는 맛대가리 없는 김치찌개라도 먹고 살자고 늘어선 줄이 족히 10미터는 넘어 엄두도 내지 못한다. 게다가 그날 저녁에 만난 남자친구는 느닷없이 결별을 선언하고. 홧김에 마신 술 때문에 다음날엔 지각.

매일, 매순간 밀려오는 사회인으로서의 비애에 대해 저자는 화를 내지도 않고, 뚜렷한 대처법을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일상의 불행을 매우 서정적으로 짚어내고, 그 속에서 숨어있는 행복을 콕콕 찾아낸다. 이 책이 다른 행복 관련 에세이들과 다른 점은 행복을 만들어가는 게 아니라 원래부터 있던 행복을 숨은 그림처럼 찾아간다는 점이다.

저자 스스로도 “이 책은 행복에 관한 이야기”라고 고백하지만 책 어느 곳에도 다른 행복 관련 에세이처럼 ‘행복하려면 모름지기 이러저러한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고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저자는 행복은 만들어가는 게 아니라 주변에 존재하는 사소하고 작은 것들 사이에 숨어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1/3이 남은 음료수 병을 들고 있다. 마저 먹어야 할지, 새 음료수를 찾아야 할지 생각 중이다. 물론, 날은 덥고 음료수는 밍밍하다. ’(본문 ‘1/3남은 음료수병’ 중)

매일, 매순간 자신에게 달려오는 불행에 대해 저자는 “어차피 차가운 변기 위에 올라가는 사람은 자신뿐”이라고 현실을 인정한 뒤 유머러스 한 충고를 던진다.‘그만 볶자. 마음이 당근이 아닌바에야, 더 볶는다고 익을리도 없는데.’(본문 ‘그만 볶자!’ 중)

저자 오요나는 14년간 여성지와 일간지 등에서 기자생활을 한 현직 기자다. 현재 스포츠서울 엔터테인먼트부에서 여행레저를 담당하고 있다. 그가 주로 담당한 분야는 여행, 레저, 패션, 뷰티, 요리, 웰빙 등이다.

이들 아이템은 ‘삶의 질’에 연관되는 부분이다. 저자가 유난히 행복에 관심이 있는 것은 ‘직장인’으로서 겪어야 하는 스트레스, 특히 그 스트레스가 ‘인생을 행복하게 살자’는 내용의 기사를 쓰면서 생기는 스트레스라는 ‘희한한’ 상황 때문이다.

그래서 오요나의 에세이에는 ‘피부미용 최대의 적은 늦은 잠자리’라는 미용 기사를 새벽까지 밤새워 쓰기를 15년 동안 밥 먹 듯 해온 30대 중반 미혼 여기자로서의 고민, 혹은 비애가 고스란히 들여다보인다.

실연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썼다. 실연 때문에 마음을 추스리지 못해 흔들리던 날의 아픔을 아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난감하다고.

“남자친구와 헤어진 어느 날. 우리가 왜 헤어졌을까, 그 많았던 약속들은 다 어떻게 해야 하나, 혹시 그가 아파서 누워있지는 않을까, 지금이라도 전화해서 안부를 물어볼까...한달 넘게 매일매일 헤어졌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가 없었다. 그가 떠오르는 순간마다 나를 들들 볶았다. 그때 내 얼굴빛은 틀림없이 곱지 않았을 것이다. 어느 날, 내 실연을 위로해준다며 친한 언니가 나를 불렀다. 언니는 주방에서 당근을 볶고 있었다. 곱게 볶아져 나온 당근을 보는 순간, 어쩌면 당근은 제 몸을 저리도 예쁜 빛깔로 물들였을까, 아무리 나를 볶아도 저리 고운 빛깔은 나오지 않겠구나. 그리고 크게 숨을 내쉬며 그만 볶자, 고 마음먹었다. 그러자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시간은 모든 걸 해결해주지만, 그 해결방향은 결국 자기 스스로가 쥐고 있다. 어떻게 정리하고 마무리하느냐에 따라 그 다음 올 일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달라진다. 잘 알고 있고 말은 쉽지만 이렇게 마음을 다잡기란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삶이 그리 만만치 않다는 걸 너무 잘 아는 나이. 어렵고도 어려운 일임을 알면서도 안녕하게, 평화롭게, 행복하게 살겠다는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 게 바로 오요나의 미덕이자, 그녀의 글과 사진이 따뜻한 위로가 되는 이유다.

“세상 모든 일은 양면이 있다. 절망이 끝이 아니며 희망도 그렇다. 끝나지 않는 터널이란, 없다.”

오요나는 다양한 종류의 절망이 올 때마다 터널이 곧 끝날 것을 믿으며 아픔을 극복해나간다. 지금,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 이라면, 혹은 못 이룬 사랑 때문에 잠 못 이루고 있다면 오요나가 아픔을 어떻게 극복해나가는 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녀는 지금 어두운 터널을 지나 새로운 행복을 찾아 나서고 있다.

이 책은 모두 7부로 되어있다. 그 중 1~4장은 추억 전반에 대해서, 5장은 저자가 유년기를 보낸 강원도 영월에 대한 개인적 추억을 담았다. 특히 매년 12월 31일엔 친구들과 모여 사진관에서 증명사진을 찍으며 망년회를 대신한다는 부분에서는 저자가 이야기하는 행복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느껴진다.

“한 해를 보내는 12월 31일이면 증명사진을 찍었다. 내 생애를 꼼꼼히 기록해둔다는 의미다. 할머니가 된 어느 날, 볕 좋은 봉당에 앉아 이 증명사진들을 훑어보며 루이 암스트롱처럼 ‘왓 어 원더풀 월드’를 노래할 수 있다면.”

<목 차>

1. 일상은 항상 숨 가쁘다
매일매일 해야 하는 일/눈에는 눈/좌회전 금지, U턴 금지/인생 덤벼/배신과 신뢰/낙과/꽃 잎 네 장으로 떠받친 우주/선택과 집중/포플러 이파리는 작은 손바닥/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1/3이 남은 음료수병/딱따구리에게 쪼이다/가시, 나무/사과하기/지갑을 잃어버리는 꿈/상처/아팠다/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신산하다/술 술 술/소통/두 개의 자물쇠/관계/목련/빨래집게/
얼룩

2. 가끔 도망갈 곳이 필요해
여행/마음 곱게 먹기/즐거운 수다/내가 최고야/피어라, 분꽃/찻잔/열어둡시다/기도하기/풍향계가 필요해/휴식/비밀의 문/삶을 지탱해주는 아주 사소한 것들/웃어요/가끔은 나사 풀린 채로/불멸하는/어떤 의자에 앉을 것인가/꽃, 보다/퍼스널 브랜드/The hours

3. 사랑, 별처럼 빛나는 이름
콩닥콩닥/핑크/내 귀는 나팔꽃/공감/기대어 있는 풍경/등불/두근두근/붉은 마음/라일락/동행/
사랑/사랑2/풀리지 않는 숙제, 남과 여/그리움/좋은 풍경/나무젓가락 모양을 한 사랑/버림받은 날/실연/실연, 그 후/수국꽃 그늘 아래/로운리데이/그리움/그만 볶자/내 마음/숨은 사랑

4. 추억은 종신보험이다
추억이란/비오는 날/물고기와 만나다/갈비/그립고 아쉬운/타일/파에 관한 짧은 생각/번데기/가래떡의 추억/책읽기의 힘/까치밥/맨드라미를 보면/과자생각/게으름에 대한 예찬/시간의 힘/내 방에는 돌고래가 산다/증명사진 찍는 12월 31일/빛의 커튼

5.가족, 아프고도 아름다운 이름
할머니/영화에 기대 울다/눈 내린 아침/아버지/이모/이불/조카와 곰 머리 이불/세 살 다섯 살 차이/볼트와 너트/천재가 태어났다/귀가

6. 랄랄라, 웃음팥빙수
빙고/축하해/블루/휴식/웃자/내가 일생동안 만날 수 있는 사람이 100명이라면/한 해를 보내며/즐거운 상상/울지마, 신호등/행복은 비교하지 않는 것/스승/곱게 먹어야 할 것은/양념/신은 알고 있다/문어를 사랑하는 아이/행운/귀차니즘의 달인/만약 로또에 당첨된다면

7. 그래도 희망에 기대고 싶다
하늘 퍼즐/새 마음/안부 묻기/스푼이 될까, 나무 부스러기가 될까/영혼의 여행/마음 속 무지개/색색깔 향초처럼/그럼에도 불구하고/되고 싶다/먼 훗날 노년 풍경/작은 꽃/가을비/안녕/바닷가에서/하늘로 가는 자전거/길/천사/우리가 배워야 할일/포기란/휴식같은/양면의 딸랑이/파도타기/비오는 날/얼마나 다행인가/그린/나비가 되는 시간/Love life/꽃을 바치고 싶다

<지은이 오요나 프로필>

‘영숙이 숙제 했어’ 이후 숙제에 대한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는 내 이름은 김영숙.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감자바위 정서를 흠뻑 먹으며 자라다 큰물에서 큰 사람 만들어보겠다며 보따리를 싸신 부모님 덕분에 서울에서 수학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시인이 되겠다는 꿈을 키우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이후 여성지 기자 11년, 신문사 기자 3년 도합 14년째 기자로 살고 있다. 현재 스포츠서울 기자.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O형이시죠, 라고 묻지만 핀셋으로 헤집고 보면 ‘소심 집요’한 A형이다. 게다가 우주를 나는 거대한 우주물고기가 찾아오지 않을까 하며 매일 안부를 전하는 물병자리. 오요나라는 이름은 몽골여행에서 만난 아름다운 청년이 지어준 몽골식 이름. 몽골어로 ‘순수한’이라는 뜻이다. 현재 홈페이지(www.cyworld.com/oyona)에 일상에서 건져올린 따뜻한 글과 사진과 그림들을 선보이고 있다.

<추천인의 한 마디>

· 사진 한 장속에서 때론 드라마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게 될 때가 있다. 일상속 한숨이 몰아쉬어지는 때 나무 그늘 아래의 여유가 고파질 때 이 책을 권한다. 김아중(탤런트 겸 CF모델)

· 오요나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오래전 그녀가 태어났다는 강원도 영월, 그니의 옆집에 살았던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이웃처럼 친근하고 고향처럼 따뜻한 오요나의 감성은 도시의 일상을 한번쯤 돌아보게 만든다. 김용균(영화 ‘와니와 준하’ ‘분홍신’ 감독)

· 기교부리지 않은 담백한 한 장의 사진과 몇 줄의 표현이 맘속에 뱅뱅 맴돈다. 그녀를 닮은 이쁜 글과 사진은 어느새 우리를 밝고 긍정적으로 바꿔준다. -윤경혜(코스모폴리탄 편집장)

· 인생을 요리할 줄 아는 여자, 오요나의 글과 사진에는 사랑 행복 희망이 가득하다. 잘 구워낸 따뜻한 식빵처럼. -최승주(요리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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