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KRADIO ‘시쿵’ 진행하는 김은자 시인, 제3시집 출간

시집 ‘비대칭으로 말하기’에서 발현되는 흥미와 ‘개성적 수사’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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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방송
2017-03-07 08:00
서울--(뉴스와이어)--미국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은자 시인이 국내 유수의 시 전문지인 ‘현대시학’사를 통해 세 번째 시집 ‘비대칭으로 말하기’를 출간했다.

이 시집에는 163 페이지에 걸쳐 제1부에 ‘폐염전’ 등 17편, 제2부에 ‘오독’ 등 16편, 제3부에 ‘비록에서 비롯된 슬픔’ 등 17편, 제4부에 ‘묵음 발췌록’ 등 17편 총 67편의 작품이 담겼다.

김은자 시인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어머니를 운다. 하루도 어머니를 잊은 날 없다. 만질 수 없음과 만질 수 있음의 차이 그 짧고 긴 것들의 비대칭. 모든 언어는 어머니로부터 왔으므로 이 시집을 어머니께 바친다”고 짧지만 독특하면서도 긴 여운을 남기는 말을 ‘시인의 말’(책머리글)에 적고 있다.

책의 해설에서 ‘호명과 침묵에서 파생된 아이러니의 질문법’이란 제목으로 박남희 시인·문학평론가는 “김은자의 제3 시집 제목이 ‘비대칭으로 말하기’라는 것은 시인의 ‘말하기’ 또는 ‘언어’에 대한 관심이 아이러니의 산물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대칭이 일반적인 소통의 언어라면 비대칭은 시적 소통의 언어라고 말할 수 있다. 시를 도형으로 비유한다면 기하학적 도형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에서 비대칭이다. 비대칭에서 시적 언어의 창조적 상상력이 발원한다. 시인은 자신의 삶을 비대칭으로 읽고 그것을 비대칭의 언어로 표현한다. 이러한 시인의 관점이 아이러니를 낳는 것은 필연이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박남희 시인은 “은유나 상징에 익숙해 있는 우리 시단에서 아이러니의 화법을 제대로 구사하는 시인을 만난 건 행운이다. 이것은 그가 펼쳐나갈 앞으로의 시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평가한다.

공광규 시인은 책의 표사를 통해 “김은자의 시에는 몸에 대한 비유와 삶에 관한 보편적 원리를 형상한 시들이 특별한 공감과 감흥을 준다. 이를테면 인간은 오래전에 신의 악기였다며 사랑은 서로의 악기가 되는 것으로 24개의 현인 갈비뼈가 악수하고 부딪치며 가슴에서 숨결을 흘려보내는 것으로 형상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한다.

이은규 시인도 책의 표사를 통해 “삶에 대한 철학적 깊이와 기억의 감각적 형상화를 통해 새로운 서정시의 진정성을 보여주고 있는, 김은자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의 행간은 특별하다”며 “나아가 시인의 다음 시적 전언은 ‘시’라는 천 개의 문을 향해 환히 열려 있다. ‘서로를 묻고/ 듣는 것을/ 무늬가 다시 문(文)이 되는 것을’(커뮤니케이션) 잊지 말자고 고요하게 그러나 힘주어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를 김은자 시인의 아름다운 시적 성취라고 부를 수 있을 뿐 다른 도리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시집의 대표시인 ‘비대칭으로 말하기’ 한 편을 음미해본다.

울음에 슬픔이 어두워지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며칠씩 목이 마르고
괜찮다고, 이제 다 지나갔다고,
손을 맞잡은 생이 벽처럼 깊어가네
오늘 당신은 정적,
투명한 유리잔처럼 출렁이네
슬픔의 바깥쪽을 돌다가 한 뼘씩
순도 높은 궤도의 안쪽을 향해 안착하는
울어야 할 때 웃어버리는 당신
왼팔과 오른팔의 길이는 얼마쯤 다른가?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의 깨진 대칭은
누구의 계절인가?
한쪽 발로 무거운 추를 오래 끌고 다닌 듯
그늘이 다리를 저네
웃어야 할 때 울어버리는 당신
눈을 중심으로 낙타가 사막을 가로질러 가네
모래바람에 커다란 두 눈을 끔뻑거리며
슬픔을 끝도 없이 행진하네
그것마저 울어버리면
웃을 테지 쓸쓸히 울어버릴 테지
울음 밖을 머물던 통렬한 시詩도
눈 쌓인 골목을 떠돌던 미완의 노래도

― <비대칭으로 말하기> 전문

시는 창작의 중요한 도구가 일반적으로 체험 또는 상상이다. 상상이라는 것은 규칙·규범·틀(frame) 등을 뛰어넘는 속성을 지닌다. 김은자의 많은 시편에서 엿볼 수 있는 현상은 그의 무한 상상력을 시적 내공으로 사물화시키면서 나뭇가지에 먹음직스러운 과실을 맺게 하는 듯하다.

그것은 한편으론 그만의 무한 상상력으로 엮는 하나의 시적 알고리즘이거나 연금술사적 언어로 직조해내는 흥미로운 수사적(修辭的) 양탄자 같기도 하다.

그러한 점에서 김은자 시인의 이번 세 번째 시집 ‘비대칭으로 말하기’는 과거에는 없던 한국 시단의 또 다른 푸른 언덕에서 싱그럽게 자라나는 어느 오렌지 나무의 황금 가지처럼 빛나 보인다.

김은자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숙명여대를 졸업하였고, 월간 ‘시문학’ 신인상과 미주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을 통해 시인으로 본격 데뷔한 이래 시는 물론 수필, 시나리오 등도 병행 창작해왔다.

재외동포문학상(시) 대상, 윤동주해외동포문학상, 미주동포문학상, 경희해외동포문학상, 뉴욕라디오코리아(AM 1660) 방송인상, 환태평양영화제 최우수 시나리오상 수상, 영화진흥공사 시나리오 공모 당선 등 그간 몇 개의 굵직한 공모전 수상과 함께 2015년 봄에는 한국문학방송 신춘문예(시부문)에 당선되기도 했다.

작품집으로는 시집 ‘외발노루의 춤’, ‘붉은 작업실’, 시선집 ‘청춘, 그 포스트 모더니즘’, 산문집 ‘슬픔은 발끝부터 물들어 온다’, 수필집 ‘혼자 닦는 별’, ‘이상한 유추’ 등이 있다.

현재 미국 뉴욕의 한인 라디오 방송국인 KRADIO(AM 1660)의 문학 프로그램 ‘시쿵’(매주 토요일 낮 11:30~12:00)을 제작 및 진행하고 있는데 이 프로에서 한국의 명시를 영어로 소개하는 등 한국 문학의 저변을 확대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또한 미주중앙일보의 ‘문학칼럼’(고정코너)과 뉴욕일보의 시(詩)칼럼(‘시와 인생’)을 수년간 연재해오고 있으며 현재 한국문학방송(DSB)의 편집위원과 아나운서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밖에도 개인 문학교실을 6년째 열고 있는데 과정에서 여러 제자들이 시인 등 문인으로 등단하기도 했다.

김은자 시인 홈페이지: http://dsb.kr/star/kej

웹사이트: http://dsb.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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