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통, 조선의 적폐청산 ‘조선개국투쟁사’ 출간

여말-선초, 권력투쟁의 문학적 의미

성리학과 함께 등장한 새로운 나라, 조선의 적폐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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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통
2017-07-27 15:30
서울--(뉴스와이어)--글통이 ‘조선개국투쟁사’를 출간했다.

조선 개국 공신들이 치열하게 돌파해 낸 투쟁과 혁명의 한 시대를 다룬 정치소설이다. 그러나 600년 전 과거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탄핵과 조기대선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진 지금 바로 우리의 정치 이야기이기도 하다.

여말선초의 권력재편과 개국과정을 다룬 소설과 드라마는 많았다. 그러나 우리는 영웅담을 쫓는 사이 근본적인 문제를 놓쳤다. 그들이 세우고자 했던 조선은 고려와 어떻게 달랐는지 말이다.

고려 말, 적폐와 폭정에 신음하던 민초들에게 위안은 ‘죽어서나 갈 수 있는 극락의 꿈’이었다. 그때 등장한 성리학은 ‘현실의 문제는 현실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는 최신 외래사상이었다.

성리학은 ‘적폐청산’과 ‘새로운 나라’를 향한 뜨거운 혁명 이념으로 젊은 유생들을 열광시켰다. 흡사 80년대 학생운동의 마르크스주의처럼 말이다. ‘도덕적인 나라를 향한 군주와 지배층의 도덕적 실천을 약속한 나라’ 조선은 그렇게 태어났다.

‘조선개국투쟁사’는 공민왕의 죽음부터 정도전의 죽음까지 약 24년간의 이야기를 다뤘다. 정도전은 자신의 꿈꾸던 나라를 현실로 그려냈고, 다음 세대에 전했다. 공민왕, 반야, 우왕, 정몽주 그리고 정도전까지 다섯 사람의 죽음을 고리 삼아 이야기를 전개한 것이 흥미를 더한다.

저자 홍기표는 “조선은 권력 투쟁의 와중에 우발적으로 만들어진 나라가 아니다”며 “사상, 조직, 투쟁의 3박자가 어우러진 교과서적인 혁명이었고, 그 중심에 성리학이 있었다”고 밝혔다.

◇저자 홍기표

70년 개띠. 서울 출생. 어린 시절엔 오줌싸개였다. 고등학교 2학년이던 87년 6월 항쟁을 겪었다. 그 당시에는 한 달 안에 자본주의가 망할 걸로 생각했다. 그 해 겨울 공정선거감시단에 참가했고 명동성당에서 부정선거 규탄 농성을 하기도 했다. 한때 노동운동을 하기 위해 철도청에 취직한 적이 있었으나 아무래도 기차를 사랑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으로 3년 만에 그만뒀다.

IMF 이후에는 홍자루라는 필명으로 PC통신망을 돌아다니면서 백수논객으로 활동했다. 서른 살쯤에는 어느 진보정당의 정치 연수원을 만든다는 미명하에 지리산 근처에 처박혀 섬진강가에 발 담그고 아름다운 시절을 보냈다. 2002년 권영길 비서실에서 대통령 선거를 치렀다. 그 후 10년 넘게 여의도에서 일하며 현실 정치의 실제 상황을 경험했다.

‘고려 말의 성리학이란 80년대 학생운동의 마르크스주의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라는 짧은 생각을 떠올리는 바람에 이 글을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그 생각의 파편을 마무리하기까지 6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목차

서문. 인간이 만든 나라, 조선

1부. 공민왕 살해 사건
내시가 왕을 죽이다
숨겨둔 왕의 아이
스승님, 혁명은 끝난 것입니까?
명나라인가 원나라인가
농민에게 반역을 배우다

2부. 반야 살해 사건
내가 왕의 어머니다
동지는 간데없고
권력의 산
황산대첩
삼봉, 이성계를 만나다
욕심 없는 나라는 없다

3부. 우왕 살해 사건
명나라 가는 길
이인임의 마지막 정치
선제공격
반역의 시작
역사상 가장 느린 반란
말의 힘
네모처럼 반듯한 세상은…
가짜를 버리다

4부. 정몽주 살해 사건
정몽주의 변심
불타는 소유권
정몽주의 마지막 하루
낮은 자리에서 임금이 되다

5부. 정도전 살해 사건
도성에 철학을 입히다
‘다음’에서 밀리다
하륜, 방원을 만나다
요동에 관한 오랜 논쟁
누가 먼저 칠 것인가?
운명의 밤

뒷이야기.
그날 밤
그날 이후

◇서문 중에서

사람들은 정도전(鄭道傳)을 두고 조선의 설계자이며, 민본정치를 추구한 사상가이자 요동정벌을 추진했던 민족의 자존심이라 추켜세운다. 그러나 나는 이런 말들이 초등학교 위인전에 나오는 뻔한 이데올로기처럼 들린다. 정말 그 시대에 정도전이 아닌 다른 사람들은 모두 악인이었을까? 그 시절 선비들이 말하던 ‘백성’이란 오늘날 정치인들이 말하는 ‘국민’과 다른 뉘앙스였을까? 정도전은 정치 인생의 절반 정도를 백수로 살았던 고려 말의 평범한 정치인이었다. 스무 살에 처음 벼슬길에 나섰던 그는 공민왕의 죽음과 함께 이인임에게 미운털이 박혀 조정에서 쫓겨난다. 함께 저항운동을 벌였던 다른 벗들은 대부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정계에 복귀했지만, 그는 혼자 사과를 거부해 10년 동안 야인으로 남아야 했다.

◇본문 중에서
“나는 내 몸을 훑어보기도 힘든 존재다. 내 몸이 망가졌는지, 병이 있는지도 잘 몰라. 심지어 나와 내 몸은 서로 가는 길도 다르다! 시간이 갈수록 내 몸은 점점 늙지만, 나는 더 강해지지.”
본문 120p

“그렇지 않네. 성리학은 뜬구름 잡는 이념이 아닐세. 아무리 천하가 욕심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세상관리자 한 사람이 자기 역할을 잘해내면 우리는 욕망이 아니라 도덕이 지배하는 세상을 실제로 만들 수 있네! 천하의 모든 신뢰가 모인 단 하나의 점. 그 점이 욕심이 없으면 돼!”
본문 169p

우왕은 손바닥 위에 그 햇살을 올려보았다. 그리곤 가만히 손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마치 손안에 들어올 듯 얌전히 있던 햇살은 도망가듯 주먹위로 올라가 있었다. “권력이란 손바닥 위에 올려놓을 수는 있어도, 결코 손에 쥘 수는 없는 것이구나!”
본문 277p

그래. 이 세상은 결국 무수한 작은 욕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어른, 아이, 남자, 여자, 양인, 노비 저마다 자신의 소소한 욕심을 채우기 위해 살아간다. 아침엔 아침의 욕심이 있고, 저녁엔 저녁의 욕심이 있다. 세상의 그 많은 욕심들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질서 있는 욕망이 되려면 한가운데 욕심 없는 점 하나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임금이라는 논리 그 논리는 부정할 수 없단 말인가? 선비입네 하는 사람들이 떠드는 저 유가의 꿈 어쩌면 내가 거부할 수 없는 논리일지 모른다.
본문 367p

“선생은 가셨지만, 이 나라 조선은 선생이 그린 그림 그대로 만들겠습니다. 아니 제가 그 그림을 천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을 튼튼한 그림으로 만들겠습니다. 선생이 꿈꿨던 사람! 욕심으로 굴러가는 세상을 지킬, 단 하나의 욕심 없는 사람! 제가 그 사람이 되겠습니다.”
본문 415p

글통 개요

글통이 생각하는 좋은 책은 반쯤 내 머리를 채워주고, 반쯤 내 머리를 돌려주는 책이다. 글통이란 작가들의 메모지를 모아놓은 작은 통을 말한다. 작가들은 그때 그때 떠 오르는 영감을 온갖 종류의 종이에 메모로 남겨 두었다가, 그 메모들을 한 데 모아서 긴 리듬이 있는 글로 재구성해 낸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영감이 묻은 종이들을 묵혀두는 곳이다. 글통은 주로 정치분야의 단행본으로 시작해서 문학과 인문학으로 관심범위를 넓혀 나갈 계획이다. 세상에 꼭 기록으로 남겨야 할 역사적인 사건과 축적된 사고들을 책으로 묶어 인류의 정신이 지나간 길로 후세에 남겨두고 싶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카피라이트보다는 카피레프트를 지향할 생각이다. 좋은 책은 책상 앞에서 이루어지기 보다는 장기에 걸쳐 축적된 영감에 의해 만들어 진다는 것이 글통의 신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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