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사운드 정무현 작곡가, ‘사이에 새가 들다’ 시집 출간

공무원에서 벽서가 된 시인

뉴스 제공
K-사운드
2017-09-08 14:32
부천--(뉴스와이어)--K-사운드 정무현 작곡가가 시집 ‘사이에 새가 들다’를 출간했다.

35년간 공직 생활을 마무리하고 두 번째 시집 ‘사이에 새가 들다’를 리토피아에서 출간한 정무현 시인은 부천시청 수도시설과장으로 정년퇴임하였으며 2014년 계간 ‘리토피아’로 등단하여 첫시집으로 ‘풀은 제멋대로야’를 낸 바 있다.

이 시집은 인천문화재단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으로 추진되어 총 72편의 작품이 4부로 나뉘어 수록되어 있다. 그는 ‘시인의 말’을 통해 “다시 산 만큼의 인연이 만들어진다. 사람과 사람 사이, 물질과 물질 사이 보지 못했던, 보아도 알지 못했던 인연이 만들어진다. 그 인연이 마음으로, 느낌으로 다가와서 머무는 시간 산다는 것이 소중하다”고 이번 시집을 묶은 심경을 적어두고 있다.

시집 해설을 맡은 이현호 시인은 해설을 통해 “주체와 객체의 자리를 바꾸어 생각하는 주객전도의 발상과 타인의 입장에서 그 처지를 헤아리는 역지사지의 심법이 바로 그것이다. ‘말도 안 되는 싸움’이 갑의 위선과 을의 울분을 드러냈다면 ‘연리지’는 그 위선과 울분의 화살이 종내 어디를 향하는지를 일러준다. 정무현 시인의 문제의식이 천착하는 지점도 이 부분이다. 제 살 깎아 먹기에 불과한 폭력의 뫼비우스 띠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우리는 어떻게 공동체 의식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 이를 위해 정무현 시인은 사회적 이슈와 소외된 이웃의 삶에 주목하면서도, 섣부른 해결책을 제시하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그는 먼저 우리 사회가 품고 있는 제 문제를 꼼꼼히 진단한다”고 해석했다.

◇작품 소개

연리지

뿌리는 각자의 도장으로 박았다.
근본이 다르다고
서로의 핏줄이 앞선다고
한 몸으로 엉겨 붙어 드잡이한다.
허리가 꺾어져야 결판이 날듯
피아의 분별을 하려고 해도
상처투성이 한 몸이다.
박힌 도장을 뽑지 않는다.

하늘꽃

검은 땅에서
아수라의 꽃이 피어오른다.
꽃이 되는 건
절정에 이르는 거다.
어떤 색깔의, 어떤 모양의, 어떤 이름의
절정에 이르는 거다.
향기가 있더라도 없더라도
절정에 이르는 거다.

한소끔 머무는 희망이어도 좋다.
백일의 꽃이 아니어도
찰나를 염려하지 않는다.
별을 덮어 검은 땅이 되어도
눈 깜박하는 사이에 피어오른다.
환하게 광배를 드러낸다.

하늘꽃 : 불꽃놀이를 보고

천한 근성

모서리는 각이다.
서로 각을 맞대어 각을 해소한다.
각이 사라지는 만큼 아픔이 줄어든다.

둥글게 자리한다.
중심도 사라지고 모서리도 사라진다.
각이 싫어 둥글게 하니
자주 보지 못하는 고급이다.

둥글고 둥근 사이로 오목해진 틈이 생겼다.
베어낼 수 없는 어정쩡함
어떡하지
어색하고 불편해

툭하면 부딪혀 아팠는데
사방이 모서리 진 곳에 들어서니
편안한 이 기분
미친 거다.

바람

가만히 있는 너를 많이도 흔들었지
나무가 흔들고
파도가 흔들고
풀잎마저 흔들었지
가만히 있으려 해도 자꾸 흔드니 참을 수 없어
된바람으로 화를 내고 웅웅 울기도 하고
북새바람으로 겁을 주기도 하다 마침내
태풍으로 엎어버렸지

풀잎이
나무가
파도가
너를 흔든 건
세상에 바라는 걸 알리려 했던 거야
네가 몰랐던 거야

말도 안되는 싸움

약간은 어지러워도 팽팽하지는 않은 날
다윗과 골리앗이 비교 안 되는
사금파리와 해가 싸움이 붙었다.
사금파리가 추워하기에
몸을 데워주려 한 거만한 자선이 문제였다.
괜찮다는 사금파리에게
이 정도는 껌값이라는 여유가 문제였다.
사금파리가 칼날 같은 이빨을 들이댄다.
해가 열불이 난다.
사금파리 아랑곳없이 독을 뿜으니
해가 찍듯이 열을 꽂는다.
사금파리의 독기가 칼끝에서 빛을 낸다.
달아올라 불가마에 넣어질 순간이다.
구름이 보다 못해 해를 막아선다.
시커멓게 속이 타들어간 매지구름의 진물이
툭, 떨어진다.
사금파리 열 오른 몸으로 눈물 찔끔댄다.
곧 한바탕 울음바다가 될 성싶다.



그녀가 눈을 껌벅이는 사이
남자는 일어선다.
아이가 배고프다고 울어대는 사이
엄마는 밥 짓는 일을 잊는다.
기차를 타고 플랫폼을 빠져나가는 사이
돌아오라는 그의 전갈이 날아온다.
바람이 분다고 호들갑을 떠는 사이
사이로 새들이 사라진다.

수천 리 밖에서도
새는 사이를 이으며 집을 찾는다.
나도 모르는 사이 일들은 벌어지고
벌어진 일들은 틈을 찾아낸다.
사이는 아직도 잴 수 있는 거리
사이와 사이에
다시 새가 날아와 앉는다.

◇정무현 시인 약력

본명 : 정기재
경북 경주 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중어중문학과 졸업
부천시청 수도시설과장 정년퇴임
한국문인협회 회원, 부천문인협회 사무차장
시집 ‘풀은 제멋대로야’ 발간

정무현의 풍금소리: http://cafe.naver.com/moohyunpoem

연락처

K-사운드
홍보부
이정민 부장
070-8908-7684
이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