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한나라당 세제개편안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입장
직접세 강화해 부유층 세금 더 걷어 서민복지 위한 재정확대정책 펼쳐야
1. 한나라당 세제개편안에 대하여
● ‘부자세금 깎아주기’ 은폐한 한나라당의 ‘국민세금 경감론’
10월 4일 한나라당은 서민생활의 안정화와 경제활성화를 위한다며 총 8조 9,167억원의 감세안을 발표하였다. 자신의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1가구당 62만원의 세부담이 경감된다는 해설도 덧붙였다. 하루하루 어려운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서민들이 언뜻 들으면 무척이나 반가운 제안인 듯 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고도의 ‘계급적 은폐’가 담겨 있다. 최근 한나라당이 서민생활, 국민부담 등을 운운하는 이면에는 ‘서민 이나 국민’을 팔아서 자신의 원래 목적을 숨기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 빈부격차가 심해질수록 자신들이 더욱 서민을 위하는 듯 정치적 가면을 쓰려는 신자유주의 보수우익세력의 전형적 행태이다.
한나라당은 1가구당 62만원을 경감해 주겠다 한다. 한나라당에 묻는다. 도대체 한나라당이 설정하는 가구는 누구인가? 월 100만원 안팎의 임금으로 살아가는 절반이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인가 아니면 수십억원의 연봉을 누리는 기업임원인가? 오늘도 쓰러져가는 중소기업인가 아니면 경제불황에도 흑자행진을 달리는 기업인가? 이제 제발 ‘가구 혹은 국민’이라고 추상화하지 말고, 돈 잘 버는 부자, 잘나가는 기업이라고 분명히 밝혀야 한다.
● 향료를 섞으나 그래도 독약
한나라당은 결식아동 기부금관련 세금도 감면하고, 장애인용차량 부가세도 면제하고, 중소기업도 지원하고, 소주세율 인상도 반대하므로 서민을 위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독약을 숨기기 위한 향료에 불과하다. 그래서 식탁의 즐거움을 주어야 할 향료마저 맛을 잃어 버렸다. 게다가 이 향료가 균형있는 공정을 거쳐 제조되었는지 의심이 가는 상황이다.
● 소득세율 2% 포인트 인하 : 세금인하잔치에 서민은 없다
우선 한나라당 감세안에서 가장 핵심항목인 소득세율 2% 인하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한나라당은 소득세 2조 7,416억원 인하를 통해 서민의 가처분소득을 증대시켜 주겠다고 한다.
한나라당은 다음 질문에 명확히 답해주길 바란다. 소득세를 깍아 가처분소득을 늘려주겠다는데, 한푼 세금도 내지 못하는 절반의 근로자와 자영자의 가처분소득이 어떻게 늘어날 수 있는가? 세금을 내는 나머지 절반의 사람의 경우에도 1천만원 이하 소득자에는 단지 9만원이 절감되지만 8천만원 초과 소득자에는 무려 390만원이 인하된다. 한나라당 소득세인하안에 따라 가처분소득을 가장 많이 절감받는 계층은 누구인가? 한나라당 세제개편안이 상정한 국민은 누구인가?
● 또 법인세율 인하 : 정책정당 자격 없다
법인세 인하안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한나라당은 법인세 인하를 통해 중소기업투자의욕을 고취하겠다며 8,904억원의 감세안을 내놓았다. 2억원 순익 기업에 법인세율을 10%로 인하하고, 중소기업 최저한세율 10%를 8%로 인하하자는 안이다.
2003년 법개정으로 법인세율이 2%포인트 인하되는 첫 해가 올해이다. 법인세율 인하가 실제 기업투자에 미치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지만, 백번 양보하더라도 우리나라 법인세율이 외국에 비해 낮은 상황에서 올해부터 법인세율이 인하되었는데 또 낮추겠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또한 중소기업 최저한세율도 1999년부터 2003년까지 12%였다가 작년에 10%로 인하되었다. 10% 최저한세율이 시행된지 1년이 경과되지 않았고, 그 인하 효과에 대한 실증적 분석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또 인하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정책을 입안할 때 기존 정책효과를 검증하는 것은 필수적인 과정이다. 정책정당이라면 차마 꺼내질 못할 섣부른 개편안이 회자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게다가 한나라당 세제개편안 자료에 의하면, 순익 2억 이하 기업의 법인세율을 인하함에도 불구하고, 세감면효과는 1억이하 기업 63만원, 1~2억 기업 900만원, 2억 초과 기업 1,800만원으로 산정되어 있어 실제 개편안 내용에 의문을 가지게 함).
● 유류세 인하 : 사회적 피해계층별 지원책이 필요
유류세 관련해서 말씀드리겠다. 한나라당은 유류세 10% 인하, 택시LPG 특소세와 장애인용차량 LPG부가세 면세를 제안하고 있다.
먼저 유류세 10% 인하는 무려 2조 2,326억원의 세수감면을 야기하는 중요한 일이다. 최근 고유가추세에 따라 유류비가 인상되어 서민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유류세 문제는 유류전량 수입국으로서 유류소비관리, 환경친화적 에너지체제 전환 등 다양한 정책적 요인과 함께 판단되어야 한다. 유가가 오른다고 무작정 유류세를 내릴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고유가시대에 우선 필요한 것은 고유가로 인해 피해가 집중되는 계층에 대한 지원이다. 유류를 생업으로 사용하는 택시, 화물운전자, 승용차를 이용해야 하는 장애인 등이 그들이다. 최근 택시LPG 특소세 경우처럼, 특소세 폐지가 택시노동자에 직접 혜택을 줄 수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그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 특소세 인상분 보조금 지급, 유류세 전액 사용자 부담, 부가세 경감분 투명 지원 등 대안적 정책방안을 마련하는 사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책임있는 정당이라면 특정 유류세를 개편할 경우 이것이 전체 유류세체계(휘발유:경유:LPG)에 미칠 부작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정책정당이 되려면 한나라당은 정책의 직간접적 효과까지 따져보는 신중함을 지녀야 할 것이다.
● 한나라당, 솔직해 지자
결론적으로, 한나라당의 감세안은 국민을 위한다지만 실상은 소수의 ‘가진 국민’을 위한 세제개편안이다. 한나라당은 일반적인 국민이라는 이름으로 서민을 우롱하지 말고, 한나라당이 지원하려는 대상이 소수의 ‘부자’라는 사실을 정직하게 알리기를 바란다. 세제개편안을 둘러싼 합리적 토론은 자신의 개편안을 숨김없이 알리는 데서 시작해야 하지 않겠는가?
2. 정부여당 세제개편안에 대하여
● 정부여당의 세제정책 방향은 증세가 아니라 감세
정부여당의 세제개편안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겠다. 최근 정부여당과 한나라당의 세제 공방을 보면 마치 정부여당이 ‘증세’입장을 지니고 있는 듯한 혼란을 준다. 그러나 정부여당의 개편안에 의해 실제 증가되는 세수는 1조 2,400억원 정도이고, 이것도 무리하게 입안된 소주, 도시가스 세금인상분을 빼면 3천억원대 증가에 불과하다.
정부여당의 세제정책 방향은 형식상으론 증세가 아니라 ‘현상유지’이며, 내용상으론 OECD수준에 훨씬 못미치는 직접세율 인상을 방기하였다는 점에서 ‘증세 반대’이며, 본질적으론 2003년 법인세 2%포인트 인하, 2004년 소득세 1% 포인트 인하, 기업관련 조세특례 확대 등 감세론에 서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
● 정부여당안의 긍정적 항목 : 외국자본 과세, 소득파악 항목 강화
정부여당의 세제개편안은 방대한 항목을 포괄하고 있어 종합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이번 세제개편안은 과거와 비교할 때 세수부족을 우려하여 무분별한 세금감면 조치들이 다소 줄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우선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법인세, 소득세, 유류세 인하 등에 분명한 선을 긋고 외국자본 과세와 소득인프라 구축을 위한 조치들이 포함되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외국자본 과세와 관련하여 실제과세원칙을 국내법에 명시하여 외국자본에 과세 근거를 확보한 것도 적절한 조치이며, 이후 외국자본의 반론에 대비해 세목의 정교한 정비가 필요할 것이다. 소득파악 인프라를 강화하기 위하여 지급조서제도 강화, 인별 부동산 소유 현황 파악, 공공기관 간 소득자료 공유 등도 지금까지 방기되었던 것들이다.
● 소주세, 도시가스세 인상 반대한다
민주노동당은 정부가 서민이 애용하는 소주의 주세율을 인상하고, 민생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도시서민이 사용하는 도시가스(LNG) 특별소비세 인상하는 것에 반대한다. 정부는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여 증류주 세부담을 국세 수준으로 조정한다며 소주세율을 72%에서 90%로 상향하려 하지만, 이는 서민 호주머니에서 부족세원을 발굴하려는 얄퍅한 수이다. 서민의 생활이 어려운 상황에서 도시가스세를 인상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 기업, 외국자본에 우호적 항목들
이 밖에도 정부개편안에 여러 우려할만한 개편항목이 많다. 주요하게는, 기업구조조정 지원을 위한다는 세부담 완화안은 기업들이 이를 악용하여 형식적인 합병, 분할을 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조치이다. 조세형평성을 해치면서까지 무리하게 제안된 창업자금 상속세율 인하 방안도 창업을 이유로 상속세를 대폭 인하해주는 것이 실질 창업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경제자유구역 외국병원 조세감면 방안도 외국자본에게 내국인 진료 허용에 이어 조세감면까지 주려는 특혜이다.
● 후퇴 또 후퇴하는 부동산세
정부가 추진하는 부동산세제에 대해서는 여러차례 말씀드린 바 있다. 8.31대책 20일 만에 재경부장관이 2009년 종부세 실효세율 1%를 0.89%로 철회하였다. 게다가 지금까지 2017년 보유세 실효세율을 1%로 만들겠다던 주장은 어느새 0.61%로 하향되었다. 이제 부동산세제 관련하여 정부여당의 약속은 어린아이도 믿지 못할 지경이다. 양치기 소년의 교훈을 잊지말기 바란다.
3. 직접세 강화를 통해 서민복지 강화해야
최근 세제개편안을 둘러싼 정부여당과 한나라당의 ‘증세 vs 감세’ 논란의 실체는 ‘완만한 감세 vs 급속한 감세’이며, 양자는 동일한 신자유주의 감세론 집안에 속해 있다. 이번 기회에 민주노동당만이 고소득자에게 번만큼 세금을 누진적으로 강화하는 ‘직접세 증세론’과 그 재원으로 사회복지를 강화하자는 ‘재정확대론’을 지닌 유일한 정당임을 분명히 밝혀두고자 한다.
민주노동당은 감세론이라는 동일한 기반에서 전개되는 정부여당과 한나라당의 허구적 ‘증세 vs 감세’ 논쟁을 비판하며, 모두 서민을 위한다지만 부자를 지원하는 보수정당의 세제정책에 맞설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많이 버는 만큼 세금을 내자는 직접세 강화론에 기반하여 부유세 도입을 위한 10대법안을 이미 발의하였고, 부동산 ·외국자본 관련 세제개정안도 곧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2005.10.6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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