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기업의 투자심리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투자가 확대되어야 고용창출이 이루어지고 성장잠재력도확충될 수 있다는 데 모두 공감하고 있지만 실질적 투자확대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반면에 미국과 일본등 선진 경쟁국가의 기업들은 그 동안의 과잉저축 현상에서 벗어나 기업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하에서는 외국기업의 투자현황을 미국과일본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와 비교해서 살펴보고 선진 외국기업의 투자확대가 주는 시사점을 파악해보고자 한다.

설비투자 증가율, 미국과 일본에 역전 당해

기업의 투자부진은 경기회복의 커다란 걸림돌이다. 투자가 회복되어야 고용을 확대하고 소비를 증가시켜 경제성장을 본격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은 우리와 달리 최근 장기적인 경기침체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기업의 투자가 경기회복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가정할 때, 미국 및 일본과 비교해서 우리나라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투자지표를 통해 파악한 결과, 우리나라는 이미 몇해 전부터 미국 및 일본과 차이가 벌어지고 있었음을 알수 있다. 즉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당시를 제외하고는2000년 이전까지 미국 및 일본보다 설비투자 증가율이높게 유지되었으나, 2000년 이후부터는 설비투자 증가율이 역전을 당하고 있다. 2001년부터 올 상반기까지물가변동을 고려한 실질 설비투자증가율의 평균은 한국이 0.8%에 불과한 데 비해 미국은 3.0%, 일본은 2.4%로우리나라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우리나라는 증가율의 등락폭도 심해 미국 및 일본보다 설비투자가 안정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설비투자 증가율뿐만 아니라 투자의 내용 측면에서도 우리나라는 일본과 비교해서 차이가 나타났다. 일본기업들은 장기불황 극복을 위한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을 회복하고 재무구조 개선에 성공하였고, 이러한여유자금을 투자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중장기적인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특히 제품 고도화와 연구개발 등 제품의 경쟁력을 강화하기위한 투자와 에너지 절약 등 생산의 효율성을 제고하기위한 투자의 비중을 높이고 있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산업별로는 전기전자, 기계 등의 가공·조립형 산업은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제품고도화와 연구개발 투자의 비중을 늘렸고, 종이, 화학, 비철금속 등의 소재형 산업은 유가상승에 대비하여 합리화와 에너지 절약을 위한 투자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우리나라 기업들은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비중을 높이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설비 확장을 위한 투자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설비확장이나 신제품 생산을 위한 시설 등 주로 생산능력을 증대시키기 위한 투자의 비중이 70%에 육박하여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고, 연구개발 투자의 경우 과거와 비교하여그 비중은 높아졌으나 일본기업에 비해서는 절대적인수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및 일본 재무구조 개선되며 적극적 투자재개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 기업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것은 2000년 이후 지속되어 온 기업의 과잉저축(저축률(저축액/GDP)이 투자율(투자액/GDP)보다 높은 현상)현상이완화되고 있는 것이 주요인으로 보인다. 과거 미국의 경상GDP 대비 기업금융부채 비율은 경기가 호조를 보였던1980년대 말을 고비로 하락하기 시작하여 1994년에는53%까지내려갔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 IT산업을중심으로 투자가 크게 늘면서 경상GDP 대비 기업금융부채 비율이 급격하게 상승하기 시작하였고 2001년에는67%대후반까지 높아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1990년대 후반 금리가 상승하자 기업들은 부채부담을 줄이기 위해 투자를 줄이고 현금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기 시작하였다.이렇게 미국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면서 재무구조 개선에 주력한 결과 부채부담이 상당히 완화되었다. 최근의 경상GDP 대비 기업금융부채 비율(2005년 3월말 현재 65.2%)은 1990년대 중반에 비해서는 여전히높지만 투자가 크게 늘어나기 전인1990년수준으로 낮아졌기 때문에, 기업들의 부채축소에 대한 추가적인 압력은 낮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버블붕괴의 여파로 높아졌던 일본기업들의 부채부담도 2000년 이후 크게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산버블이 형성되었던 1980년대 후반과1990년대 초반까지 경상GDP 대비 기업 금융부채 비율은가파르게 상승하여 부채부담이 크게 증가하였다. 그러나 199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150% 수준이었던 경상GDP대비 기업 금융부채 비율이 1995년 이후 하락하기 시작하여 2004년에는 105%까지 떨어졌다. 일본기업들의 부채부담이 줄어든 것은 일본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과잉설비와과잉부채를지속적으로감축하였기때문이다.

투자 활성화를 가능케 하는 여건도 형성

미국과 일본에서는 부채부담의 완화와 더불어 기업의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는 여건도 적절하게 형성되고 있다. 먼저 미국경제의 호조가 계속되고 일본경제도 장기불황에서 벗어나면서 기업들의 수익성이 좋아지고 현금흐름 창출능력이 개선되어 기업들의 투자여력 또한 높아지고 있다. 미국 제조기업들의 총자산에서 현금성자산(현금+예금+단기금융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한증가세를 보여 2004년 말에는 6.8%를 기록하였다.

일본제조기업들의 경우 총자산에서 현금성자산이 차지하는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하였지만 2004년 말 현재 11.2%를 기록하여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경영환경의 불확실성 확대와 새로운 사업기회의 축소로 인해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고 내부유보를늘리면서 현금보유가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고유가등의 영향으로 올해 수익성이 둔화되더라도 기업의 투자여력이 급격히 악화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최근 지표를 통해 살펴볼 때 기업에 대한 투자압력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경기호조가 지속되면서 투자압력에 대해 설비투자를 늘리는 동시에 가동률도 높이는 방법으로 대응하였다. 2001~2002년 동안 75% 내외를 기록했던 미국기업의가동률은 2004년 들어 상승세를 보이며 2005년 중반에는 80%에 육박하였다. 2001년 말 80대까지 하락했던 일본기업의 가동률지수도 2002년부터 상승하기 시작하여 2005년 6월에는 104.4를 기록하였다.특히 일본의 경우 투자부진이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의생산능력이 지속적으로 감소하였다. 2002년 이후부터는 생산능력지수의 감소율이 둔화되었으나, 2005년 중반까지 생산능력지수 변화율은 여전히 마이너스 수준에머물고 있다.

기업대출의 증가도 투자활성화를 암시하는 지표로해석될수있다. 미국에서는그동안 줄었던 금융기관의 기업대출규모가 최근들어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2001년초까지 늘어났던 기업대출이 2001년 중반부터 2003년 말까지 1998년 수준으로 하락했으나, 2004년부터는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에서는 은행의 기업대출 규모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기업대출이 늘지는 않고 있으나, 기업대출의 감소세는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기업들의 설비투자, 견실한 증가세를 지속할 듯

기업의 투자확대를 예상하게 하는 여건변화와 더불어향후 투자의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도 이러한 현상이당분간 계속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NABE(National Association for BusinessEconomics)에서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기업들의 설비투자는 견실한 증가세를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2005년 6월의 조사에서 내년에 고정자산 투자를 늘리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3%에 달해 지난 7년 기간 중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는 1980년대 후반이나 1990년대 후반에경기확장으로 투자가 크게 늘었던 시기와 유사한 수준으로, 앞으로 당분간 미국기업의 설비투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임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와의 비교에서도 투자확대를 전망하고 있는 비중은 미국기업이 우리나라 기업에 비해 2배에 이르고 있다. 한국산업은행이 국내 150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06년에 설비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응답한 비중은 미국의 절반 수준인 21.2%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기업의 설비투자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

경기회복에 힘입어 일본기업들의 설비투자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본정책투자은행이 자본금 10억엔 이상인 일본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5년 일본 전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11.6%를 기록하여1990년 이후 가장 높을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러한 수치는 우리나라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지만, 제조업의 경우 2005년 설비투자 증가율은 우리나라보다 높은 것이다. 즉 우리나라 전산업의 2005년 설비투자 계획은2004년에 비해 14.4%가 증가하여 일본의 11.6%에 비해높지만, 제조업의 경우 우리나라의 설비투자 계획은13.9% 증가하여 19.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일본에비해 뒤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 외국기업의 투자확대에 따른 경쟁력 약화 우려

이상의 결과를 놓고 볼 때 우리나라 기업들의 투자는 양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개선의 여지가 많은 것으로 판단된다. 양적인 측면에서 미국 및 일본기업들의 설비투자 증가율 역전현상은 당분간 지속될것으로 예상된다. 질적인 측면에서도 일본기업은 합리화, 연구개발, 에너지 절감 등과 같이 장기적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의 비중을 늘리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 기업은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투자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게 나오고 있다.

일본제품과 우리나라 제품 중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제품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증가는 국내기업에게 커다란 위협요인이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국내기업의 투자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경쟁력 약화에 대한 부작용이 심각하게 나타나면서 경기회복의 지연이 더욱 길어지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선진 외국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확대에 따른우리나라 기업의 경쟁력약화가 우려된다.- LG경제연구원 배지헌 경제연구그룹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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