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 군대 두 번 가야했던 기가 막힌 사연

서울--(뉴스와이어)--설경구가 머리를 짧게 깎았다. 바로 영화 <사랑을 놓치다>에서 ‘사랑을 놓친’ 실연의 상처보다 더욱 고생스러운 군대 시절을 연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미 영화 <실미도>를 통해 짧은 머리에 군복을 경험한 그였지만, 멜로 영화에서 머리를 깎고 군인시절로 돌아가는 것은 또 다른 느낌일 듯했다. 익산의 한 군부대 옛터에서 진행된 이날 촬영은, 어느날 갑자기 입대해버린 ‘우재’(설경구)를 ‘연수’(송윤아)가 면회 온 장면이었다. 평소 마음으로만 좋아했던 ‘우재’(설경구)를 오랜만에 만나며 잘 보이고 싶었던 걸까? 냉랭한 기운이 감도는 면회실에 먼저 도착한 ‘연수’ 송윤아는 목까지 올라오는 니트 티셔츠에 두툼한 코트까지 차려 입고 한껏 겨울여자로 멋을 냈다. 이어 거수경례를 하며 등장한 설경구는 헐렁한 군복에 각진 모자를 눌러쓴 딱 군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임병의 모습 그대로이다. 다음 작품의 일정상 머리를 더 짧게 자르지 못한 게 아쉽다는 그는 실제 군 생활도 ‘문선대’에서 복무했던 관계로 어쩔 수 없이 사병들보다 머리가 길었던 편이라 연기하는 데는 그리 어색한 점이 없었다고.

촬영이 촬영인지라 현장에서는 때 아닌 군대시절 이야기가 꽃을 피웠다. 설경구는 “악기 사러 나간다고 외출 나와서는, 술 먹고 들어가 마이크 스탠드로 죽지 않을 정도로 맞았다.”며 ‘문선대’ 특유의 무용담(?)으로 운을 뗐다. 특히 1988년 올림픽이 한창 일 때 자대 배치를 받아, 금메달 따는 걸 앉은 차려 자세로 지켜봐야 했다고 한다. 그는 “우리나라 선수가 금메달을 따도 신병이라 마음 편하게 기뻐할 수 없어 무척 힘들었다. 하필이면 그 해 우리나라가 역대 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금메달을 따서 마음 고생(?)이 무척 심했다.”고 재미난 에피소드를 덧붙였다. 현장 스태프들 사이에도 기막힌 ‘인연’이 있었다. 신병의 사고로 군 감호소 신세를 져야 했던 한 스태프는 영화 <사랑을 놓치다>의 촬영현장에서 우연히 당시 헌병으로 복무했던 이를 만났던 것. 다행히 두 사람 사이에는 ‘신체적인 접촉’이 없어서 한바탕 웃음으로 넘길 수가 있었다. 반면 이날 ‘우재’의 군대 시절 연기에 가장 골몰한 사람은 바로 추창민 감독. 방위 출신이었던 추창민 감독은 친구들의 경험담을 살짝 커닝했노라 고백했다. 그는 “나의 경험담과 친구들의 경험담, 그리고 친구를 면회 갔을 때 기억을 되살려 시나리오를 썼다. 충분한 고증(?)을 거친 만큼 리얼리티에는 이상이 없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오후 촬영에는 짧은 머리 스태프들이 맹활약하는 재미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오전 촬영을 끝내고 보조 출연자들을 돌려보낸지라, 오후 촬영에는 스태프들이 직접 군인복장을 하고 연기에 임해야 했다. 하지만 이 또한 아무나 할 수는 없는 일, 배역이 군인인지라 스태프 가운데 머리가 가장 짧은 이들만을 선별해 조직한 ‘별똥대’가 특별 출연하기도 했다고. 설경구의 멋진 군복 맵시는 2006년 1월 극장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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