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의원, “한나라당 감세법안 철회해야”
자충수에 빠진 한나라당 '세금과의 전쟁'
1. 감세안 자충수에 빠진 한나라당
한나라당의 감세안 자충수가 도를 넘고 있다. 어제(19일) 한나라당은 “근로자·서민 세금 깍아주자는데 반대하는 민노당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당인가?”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민주노동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였다. 정기국회를 앞두고 무리하게 “세금과의 전쟁”을 선포하였다가 수렁에 빠진 한나라당의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오류를 인정하기는커녕 계속 “서민”을 앞세우며 자신의 감세론을 주장하는 고집이 안쓰럽다.
더 이상 한나라당의 궤변에 일일이 반론을 전해줄 여유가 없다. 지금까지 세 번이나 한나라당 감세안 해설서를 쓰지 않았는가? 한나라당은 그래도 일부 서민에 세금감면이 돌아가니 서민적 방안이 아니냐고 항변하지만, 서민을 구실로 부자에게 더 많은 감면이 주어진다는 비판에 대해선 아직까지 묵묵부답이다.
그래도 마지막 인내를 가지고 오늘은 소득세율 인하안을 소재로 한나라당 감세안의 실체를 설명해 주려 한다. 한나라당 감세안이 부자에 혜택이 집중되기에 조세정의에 어긋난다는 점은 수차례 지적되었으므로, 오늘은 세입과 세출로 이루어진 재정의 기본원리에 입각해서 소득세율 인하안의 문제점을 드러내 보일 것이다.
2. 자신이 만든 자료를 먼저 제대로 이해하라
우선 한나라당이 스스로 혼동하는 몇가지 개념을 바로잡자.
* 소득세율은 근로자, 자영자 모두에게 적용된다
한나라당은 말한다. “소득세 인하를 통해 816만명의 월급장이들의 세금부담을 덜어주고자 하는 것인데, 이에 대해 노동자를 대변한다는 민노동당이 반대하고 나서는 것은 의아스러운일이다”고.
사실은 이렇다. 816만명이 모두 월급장이가 아니다. 2003년 당시 소득세를 낸 납세자 816만명은 근로소득세를 납부한 626만명 근로자와 종합소득세를 납부한 190만명 자영자의 합이다. 한나라당은 자신이 제출한 소득세관련 통계표의 생산과정을 정말 모르고 있는가?
이 어처구니없는 무지는 곧 비논리적 주장으로 이어진다. 한나라당은 말한다, ‘2002년 이후 근로소득세가 다른 세금에 비해 높게 증가하여 근로자의 세부담이 과중하므로 근로자의 세금부담 경감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고. 그런데 소득세율을 인하하면 어떻게 되는가? 똑같이 자영자 소득세도 인하되는 것 아닌가? 여전히 자영자, 근로자 간 형평성 문제는 개선되지 않는 것 아닌가?
* 1,500만원 이하 서민은 어디에 있는가?
한나라당은 주장한다. “연소득 4,000만원 이하인 780만명의 서민, 근로자들에게는 9~41만원의 세금경감은 결코 작지 않는 혜택이라는 것을 민노당은 알아야 한다(쌀 20kg 4만원)”고.
사실은 이렇다. 소득세가 부과되는 기준은 실제소득이 아니라 과표소득이다. 현행 소득세체계엔 소득공제제도에 따라 면세소득이 있다. 4인가족 근로자 가구주의 경우 실제소득이 1,500만원이라도 소득세가 부가되는 과표소득은 0원이며 따라서 세금도 내지 않고, 세금감면도 받을 수 없다. 만약 한나라당이 소득세법에 의거한 기준금액인 4,000만원을 명시하려면 과표소득임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엄격히 ‘연소득이 5,600만원(4인 기준)’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그런데 연소득이 5,600만원 이하인 서민, 근로자는 780만명이 아니라 1,580만명이다. 이 중 가장 어려운 처지에 있는 800만 저소득계층에겐 아무런 세금경감이 없다. 이들은 서민도 아니고 근로자도 아니면 누구인가? 한나라당은 마치 연소득 4,000만원 이하 모든 서민이 세금감면을 받는 것인 양 표현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세금감면을 받지 못하는 하한소득 (1,500만원) 이하자를 분명히 명시하고, 이어 실제소득이 1,500~2,500만원(근로자 기준)인 중하위층 518만명에게 9만원의 혜택이 있으며, 소득이 2,500~5,500만원인 중위층 262만명에게 40만원의 혜택이 있다고 주장해야 한다.
3. 소득세율 인하의 계층별 손익계산
* 소득세를 감면하면 그만큼 다른 세금 인상해야
이제 한나라당의 소득세율 인하방안의 계층별 손익계산서를 재정원리에 의거하여 살펴보자. 한나라당이 국가 존립을 부정하지 않는다면 정부재정이 필요하며, 그 방법은 세금이다. 따라서 세금을 감면하면 그만큼 다른 항목의 세금을 거두어야 한다.
혹 한나라당이 재정지출을 절약해서 세금감면분을 보전하면 된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궤변이다. 재정은 세입과 세수로 이루어지지만 일반회계에서 특정세금(예를 들어 소득세)이 특정 지출로 쓰이는 것은 아니다. 세금으로 거두어들인 돈에 꼬리표가 없다는 이야기다. 불합리한 재정지출은 당연히 절약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절약으로 재원이 마련될 수 있으니 소득세를 깍자는 것은 궤변이다. 이는 별개의 사안이다. 여유재원이 생겨 세입을 줄일 필요가 있다면 소득세를 내릴 수도 있고, 간접세인 부가가치세를 내릴 수도 있다. 이는 세입체계 내부에서 조정할 문제이며,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계층별 효과가 매우 상이하다.
소득세 인하가 재정에 미치는 효과는 재정현실을 보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현재 정부가 일부 재정지출을 절약하더라도 정부재정 규모는 자연증가 추세를 따를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정부재정 규모가 미약한 경우는 재정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따라서 한나라당 감세안에 의해 줄어든 세입은 결국 다시 다른 세금을 통해서 보전될 수밖에 없다.
* 서민은 하나 받고 두개 내놓고, 부자는 열개 받고 두개 내놓고
이제 손익을 계산해 보자. 원리는 간단하다. 한나라당에게 묻는다. “서민이 쌀한가미를 먼저 받고 나중에 두 가마니를 되돌려 갚는다면 서민은 이득인가 손해인가?” 한나라당은 대답한다. 쌀한가미를 받으니 얼마나 큰 혜택이냐고, 어찌 이를 반대하는 정당이 서민을 위한 정당이냐고? 그런데 셈법은 간단하다. 서민은 쌀 한 가마니를 손해 본다.
한나라당에게 또 묻는다. 이 과정에 “부자는 쌀 열가마니를 받고 나중에 두 가마니를 되돌려 갚으면 부자는 이득인가 손해인가?” 왠지 한나라당 보도자료엔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 산수는 여기서도 단순하다. 부자는 앉아서 여덟 가마니의 이득을 취한다.
<표> 소득세율 2% 인하의 계층별 손익계산
규모 / 실제소득 / 1인당 감세액 / 재정보전위한 평균 국민부담액 / 손익계산
영세서민 / 약 800만명 / 1,500만원 이하 / 0원 / 약 14만원 / -14만원
중하위층 / 518만명 / 1,500~2,500만원 / 9만원 / 약 14만원 / -5만원
중위층 / 261만명 / 2,500~5,500만원 / 40만원 / 약 14만원 / +26만원
상위층 / 27만명 / 5,500~9,500만원 / 114만원 / 약 14만원 / +100만원
최상위층 / 10만명 / 9,500만원 초과 / 390만원 / 약 14만원 / +376만원
- 면세점 이하소득자인 영세서민의 정확한 수치는 통계자료간 미세한 오차로 약 800만명으로 표기함.
- 평균 국민부담액은 분석을 단순화하기 위하여 모두 간접세로 보전된다고 가정함.
<표>를 보면 한나라당의 소득세율 인하가 초래하는 계층별 손익 차이가 분명히 나타난다. 최대수혜자는 최상위층 소득자 10만명이다. 이들은 연 9,5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계층으로, 390만원 세금감면을 받고 이후 14만원의 부담을 질 것이므로 결과적으로 376만원의 이득을 얻게 된다. 연소득이 2,500~5,500만원을 버는 중위층 261만명도 약 26만원의 이득을 취할 것이다.
그런데 일반서민은 정반대다. 한나라당이 아예 서민의 범주에서도 제외시켜버린 연소득 1,500만원 이하를 버는 약 800만명의 영세서민은 세금감면 혜택을 한푼도 못받으면서 나중에 14만원을 부담해야하니 그만큼 손실이다. 연소득이 1,500~2,500만원을 버는 중하위층 518만명도 평균 5만원의 손실을 입게 된다.
결국 힘없는 영세서민, 중하위층 1,300만명(800만명 +518만명)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중위층에 일부 떡고물로 주고, 37만명에 불과한 소수 부자들에 100만~376만원의 이득을 주는 방안이 바로 한나라당 소득세율 2% 포인트 인하이다. 도대체 몇 번을 설명해야 이해하겠는가?
4. 한나라당, 이제 감세안을 철회할 때
사회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온 나라가 빈부격차 해소를 부르짖고 있는 마당에 공당이 어떻게 이러한 감세안을 제출할 수 있는지 놀라울 뿐이다. 한나라당은 솔직하게 감세안의 오류를 인정하고, 진정 서민을 위한다면 신속히 감세안을 철회하길 바란다. 그 결정이 늦어질수록 한나라당의 자충수는 깊어만 갈 것임을 충고하고자 한다.
웹사이트: http://www.minsim.or.kr
연락처
심상정의원실 02-784-6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