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사태 이후 한층 강화되었다는 재난 대비 능력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미 정부 기관의 대응은 신속성이나 효과성 면에서 후진적이었다. 그러나 이와 대조적으로 민간 차원에서는 오히려 돋보이는 위기 관리 사례가 적지않았다. 예로서 재난 지역 내에 33개의 점포를 가지고 있는 홈디포(Home Depot) 같은 경우 사건 발생 후 일주일 내에 대부분의 점포를 정상 가동시키는 기민성을 보였다. 월마트 역시 배송 등의 어려움을 극복하고인근 지역 내에서 거의 유일한 생필품 보급선의 역할을 수행 했다고 한다.
평소 재난 구조 역할과는 전혀 무관한 기업들이 이처럼 정부 기관 보다 나은 위기대처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먼저 집중적이고 효율적인 관리 조직의 존재이다. 홈디포나 월마트 같은 기업들은 중앙에 위험 관리 조직을 별도로 두고 각점포에서 발생하는 위험들을 종합적으로 파악, 대응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중요한 점은 이들이 일상적인 위험들을 처리하기도 하지만, 축적된 경험을 통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위험들을 예방, 대비하는 학습 능력을 갖추고있다는점이다. 허리케인과 같이 충분히 예상되는 재난에 대해서는 점포 인력의 사전대피 지시뿐 아니라 식수, 발전기 같이 사후수요가 늘어나는 물품들을 미리 준비시켜 두는 요령도 아울러 가지고 있는 것이다.
두번째로, 조직원 전체의 의식과 실행력이다. 비상 상황에서 사태를 수습하고 정상화 시키는 데는 일선 조직의 규율과 헌신이 필수적이다. 이는 가깝게는 교육 훈련이나 동기 부여, 멀게는 기업 문화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뉴올리언스 지역의 월마트점포들은 종업원들의 자발적 사태 수습 노력과 함께, 어려움에 처한 주민들에 대해서는 점포 관리자의 독자적 판단으로 식수 등의 무상 공급을 단행,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고객 및 지역 주민과 함께 하는 이 기업의 문화가 바탕에 없었다면 이루어 지기 힘든 결정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각종 재난은 기업들의 위기 관리능력을 확인하고 미비점을 보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당장 예측 가능하거나 발생 빈도가 높은위험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있지만, 보다 장기적이고 보이지 않는 위험에 대해서는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중장기적 유가 변화 같은 것들이다. 그런데 위험 관리에 성공적인 기업들은 이런 위험에 대해서도 시나리오 계획에 의해 사전 준비를 용의주도하게 해나가고있는 것이 사실이다.
과거 쉘(Shell)은 누구도 예상하기 힘든 상황에서도 구소련의 붕괴와이로 인한 서방의 유전 개발 참여 확대 가능성을 미리 읽고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소 연방 붕괴 후 이 지역유전개발에 가장 앞서 뛰어들었기 때문에 업계 내 위상을 급속히 높일 수 있었다. 단순한 재난대응은 훈련이나 매뉴얼에 의해 달성될 수 있지만, 전략적 위험 관리는 상상력과정보력에 근거한 미래예측활동을 필요로 한다. 이 양자가 다 구비될 때 비로소 운영 및 사업 차원의 위험 관리가 종합적으로 완성되는것이다.--- LG경제연구원 이승일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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