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일본경제가 장기불황의 긴 터널을 서서히 빠져 나오면서 국내외 기업들이 일본시장 공략에 한층 주력할것으로 보인다. 사실, 우리나라의 대일 수출은 최근 일본경기가 다시 활기를 띠면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상반기에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던 대일 수출은 일본경제의 일시적 둔화로 작년 하반기 이후 저조했지만 지난 8월과 9월에는 다시 20%에 육박하는 증가율을 기록했다. 일본의 전체 수입 실적도 경기회복세와 함께 호전되고 있으며, 금년 1~8월 중의 수입증가율은15%에 달했다. 기업 수익의 호조가 투자확대, 고용회복으로 이어지면서 일본의 내수경기가 완만하게 확대되고 있어서일본 수입시장의 확대기조가 당분간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경제의 회생 따른 대일수출 확대 호기

일본 수입시장에서 우리나라는 2004년에 4.8%의 점유율을 기록, 중국, 미국에 이어서 제3위가 되었지만 점유율이 만성적으로 정체되어 있다. 그리고 2005년 1~8월의 실적을 보면 우리나라의 일본 시장 점유율은 4.7%로다소 하락해 유가급등에 힘입어서 5.1%의 점유율을 기록한 사우디아라비아에 밀려 제4위에 그쳤다. 반면, 중국의 일본시장 점유율은 1990년에 5.1%로우리나라와 거의 같은 수준이었지만 2005년 1~8월에는 21.1%에 달해 15년 동안에 거의 4배나 상승했다. 1990년대의 장기불황 과정에서 값싼 중국 제품이 일본시장을 휩쓸은 반면 미국 제품의 점유율은 절반 정도로 하락했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장기불황과 중국제품의약진 속에서도 5% 전후의 일본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수있었던 것은 나름대로 선전한 결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일본경제의 회복이라는 기회를 맞이하여 우리기업의 대일 수출 노력이 한층 강화될 경우 일본시장에서의 기회를 충분히 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소비자나 기업들은 장기불황에 대응하기 위해 저가격 제품에 대한 선호도를 높여 왔지만 앞으로는 경제회생과 함께 품질에 대한 선호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품질측면에서 중국 제품과 차별화된 우리 제품의 대일수출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

일본무역진흥회(JETRO)가 2003년 12월에서2004년 7월에 일본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품에 대한 평가가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한국제품의 기술 수준이 이미일본제품과 거의 같다」는 지적도 많았다. 물론, 가격 측면에서 우리나라 제품은 중국에 비해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보는 일본기업도 많으나 경기회복과 함께 가격보다 품질을 중시하는 일본기업이 늘어날경우 이러한 약점이 완화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철강제품의 대일 수출은 금년 1~9월 기준으로43.8%나 증가했으며, 석유화학제품도 31.5%, 기계요소공구 및 금형이 28.9%의 증가세를 보였다.

중국의 경우도 철강재의 대일 수출이 금년 1~8월에 70%가 넘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나 우리 제품보다 저급한 범용제품이 많은 실정이다. 우리나라로서는 생산재 분야에서 중국제품과의 품질 차별화 전략을 통해 질적으로 다른 시장영역에서 대일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있을 것이다.

기업제휴 통한 모듈화 전략의 심화

일본시장에서 확대되고 있는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우리기업으로서는 여러 가지 전략적 대응이 필요할 것이다. 우선, 일본의 생산 활동 및 투자 회복 추세에 맞추어 중화학공업 분야에서 중국 제품과의 차별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일본에는 아직도 계열거래 구조가 남아있긴 하지만 장기불황을 거치면서 약화된 것은 사실이다. 차별화된 품질과 기술을 가진 생산재의 경우 일본기업에게 납품하기가 쉬워졌다고 할 수 있다.

차별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여러 부품을모듈 형태로 조립하는 전략이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JETRO의 조사에서도 일본기업들은 모듈화된 한국제품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자부품의 경우도 일본이 수많은 분야에서 공급 능력을 갖고 있지만 우리로서는 이들 부품 중 일부는 국산화하고 일부는 수입 조달하면서 모듈형태로 조립해서 다시 일본으로 수출하는 전략이 일반적으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일 수출이 급증하고 있는 LCD 패널이 이러한 모듈 전략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라고 할 수 있다. LCD의 성공 사례와 같이 모듈의 생산 및 수출확대와 함께 모듈을 구성하는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일본기업을한국으로 유치할 경우 대일수출 확대와 함께 대일수입억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모듈화를 통한 생산재 분야의 일본시장개척을 위해서는 일본기업과의 심도 있는 제휴 전략이효과가 있을 것이다. 스토리지 분야에서의 LG와 히타치제작소간의 합작 제휴나 삼성-소니의 LCD 사업 제휴등이 대일수출 확대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일본기업의 높은 품질 요구 수준을 충족하기위해서는 중화학공업의 기반이 되는 금속기계 가공 기술의 지속적 향상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대형 모듈기업의 경쟁력 향상뿐만 아니라 대기업 - 중견기업 -영세 가공기업으로 이어지는 공정간 분업의 기술력 향상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일본 소비자의 절약 마인드 완화에 따른 기회

한편, 일본 소비자의 경우 일본기업에 비해 체감경기의회복이 늦은 편이며 한국 제품에 대한 브랜드 선호도의개선도 더디지만 상황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고용이 개선되면서 상대적으로 고품질·고가격 제품을 선호하는 일본 소비자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면 지출을 아껴 왔던 일본 가계는 그동안 화장지 등의 일상품에서 한국제품보다 낮은 품질의 제품을 선호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최근에는 다소 비싼 가격의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 기업으로서는 국내 중고소득층 시장을 겨냥한 고급화 제품 전략을 일본시장에 적용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일 양국의 중산층이 소득측면에서 비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고소득층의 소득은 일본 중산층 소득을 앞서고 있어 우리나라 고가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으면 일본 시장에서도어느 정도 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2/4분기 기준으로 일본 가계 중에서 소비가상대적으로 활발했던 것은 5단계 소득 구분 중 평균 월간 소득이 368만원인 3분위와 516만원인 4분위 가구였다. 일본의 3분위와 4분위는 우리나라의 최상위급인 5분위(576만원)와 그 다음인 4분위(339만원)와 비슷한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중산층 이상 가계들의 소득 수준은 이미 일본의 평균적인 가계와 비슷해졌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최근 일본에서는 경기가 호조를 보이면서 LCD 및 PDP TV, 드럼식 세탁기 등의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이들 품목은 한국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우리기업으로서는 비슷해져 가는 한국과 일본시장을 동시에 겨냥해서 기본적으로 같은 컨셉트의 제품을 개발하는 전략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이다.

선행적·독자적 고부가가치 포인트 추구

소비재 분야에서도 중국 제품이나 일본제품과 차별화된고부가가치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소득 및 소비 수준이 일본 수준에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와같이 일본에서 개발된 제품 컨셉을 그냥 개량하는 수준이 아니라 국내시장을 기반으로 새로운 컨셉을 개발한다면 이를 일본시장에 효과적으로 수출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기업은 원천적으로 일본기업에 없는 부가가치 제고 포인트를 끊임없이 탐색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온풍기는 일본에 수출되어 일본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는 데 성공했다. 온게임 등 우리나라의 앞선 인터넷 관련 소프트웨어나 컨텐츠도 일본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LG생명과학은 독자기술로 개발한 차세대 퀴놀론계 항균제인 팩티브를 일본시장에 판매하는 계약을 지난 9월에 체결했다. 이들 품목은 일본에 없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먼저 개발함으로써 성공한 사례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앞으로는 국내시장과 함께 일본시장을염두에 두면서 새로운 제품 컨셉을 창조해나가는 노력이 중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일 양국의 소비 트렌드를 비교 분석하면서 어느 한 국가에서 구체화된 트렌드를 발 빠르게 다른 한쪽으로 적용하는 2국간 경영전략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한일 양국의 소비 트렌드에는 유사한 점도 많지만 차이도 있다. 일본과 유사한 트렌드에대해서는 이를 기반으로 개발한 제품을 일본시장용으로개량해서 수출하는 전략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우리 트렌드 중 일본에 없는 것은 일본시장에 적응할 수 있는지를 탐색하는 한편 일본 트렌드 중에서도 우리 시장에 적응할 수 있는 분야가 없는지 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일본의 노령화 관련 수요 개척

일본시장의 중장기적 트렌드에 맞게 시장을 개척하기위해서는 급속한 인구노령화에 따른 시장 트렌드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1947~49년도에 출생한 일본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가 2007년 이후 본격화되는 데에 맞추어서 시니어 시장을 겨냥한 마케팅 활동의 중요성이 한층 높아질 것이다. 이들 베이비 붐 세대의 가구당 평균 저축액은 1,868만 엔에 달하는 데다 퇴직금과 함께 연금 수입도 기대되고 있어서 이들 베이비 붐 세대가 일본 소비시장 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각종 앙케트 조사에서도 이들 세대는 LCD·PDP TV 등의 디지털가전에 대한 소비의욕이 높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으며, 은퇴 이후에는 취미 생활에 대한 지출을 70% 정도 늘릴것을 희망하고 있다(닛케이 조사, 2005.7).

이러한 잠재력에 주목하면서 일본기업들은 시니어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일본의이동통신사들은 혼자 사는 고령자의 가족들에게 자동적으로 안전 확인 메일이 전송되는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했으며, 단순하지만 사용하기 편안한 휴대폰의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일본 이동통신 계약자 건수는9,000만대 정도에 달해 시장이 거의 포화 상태에 있지만 60세 이상 고령층의 보급률은 60% 미만이기 때문에 일본 통신사들은 이들 고령층 시장의 개척에 적극나서고 있는 것이다.

화장품 회사들의 경우도 젊어 보이려고 애쓰는 남성 고령자가 늘어나고 있는 데에 주목하여 관련 제품의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고령 남성 화장품 시장은 아직여성용 화장품만큼 브랜드 파워가 확립되어 있지 않기때문에 우리 기업으로서도 시장 공략 기회가 있다고 할수 있다. 일본 고령자 시장의 개척은 다가오는 우리나라의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한 경영능력을 강화하는 데에도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벤트의 전략적 활용

일본 소비자는 이벤트에 따라 소비 지출을 늘리고 있어서 우리기업도 각종 이벤트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금년도에 개최된 아이치박람회에는2,200만명에 달하는 입장객이 몰렸으며, 대회 캐릭터를이용한 상품의 매출액이 급증하였다. 또한 일본정부는 지난 여름에‘쿨 비즈’라는 에너지 절약 운동을 벌여서 넥타이를 매지 않아도 정중하게보이도록 하는 의류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였다.

이번 겨울에도 일본정부는 난방 온도를 낮추는‘웜 비즈’운동을 전개할 예정으로 있다. 이에 따라 겹쳐 입기 편한 얇은 베스트, 카디건, 스웨터, 내의에 대한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내년에는 2월 이탈리아 토리노 동계올림픽과 6월 독일 월드컵이 예정되고 있다. 이러한 빅 이벤트를 대화면 디지털 TV로 보고 싶어 하는 일본 소비자도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금년 말을 앞두고 대일 디지털 가전 수출의 호기가 올 것으로 보인다.

일본시장 확보는 글로벌 기업의 조건

우리 기업에게 일본시장은 투자한 만큼의 과실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시장으로 인식되어 왔다. 사실, 강력한일본 기업이 버티고 있는 데다 폐쇄적인 비즈니스 관행, 일본인들의 자국 브랜드 선호 경향 등 우리에게 불리한 여건들이 많다. 그러나 마이크로 소프트, 인텔, IBM, GE, 코카콜라, 엑슨, 루이비통 등 저명한 글로벌 기업은 거의 다 일본시장에서 기반을 구축해 성공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어려움이 많은 일본시장에서 사업 기반을 확고하게 구축한 글로벌 기업들은 일본시장에서 막대한 이익을창출하고 있다. 우리 기업도 상대적으로 균일한 성격을 가진 인구1억이 넘는 고소득 시장에서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면 안정적으로 성과를 올리기가 쉬워질 것이다. 게다가 한국의 소득 수준 향상과 함께 한일 시장이 일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우리의 호기이다.

하지만 이는일본기업이 우리 시장을 공략하기 쉬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기업이 일본경제의 회복이라는 호기를 활용하여 일본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우리 내수시장을 지키기 위해서도 필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LG경제연구원 이지평 경제연구그룹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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