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례로 1967년 캘리포니아 항소법원이 Toole v. Richardson-Merrell 사건에서 제조업자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한 후 제조물책임소송이 급증한 바 있다. 그 결과 각 기업들의 책임보험료가 급증하였을 뿐만 아니라 많은 보험사들이 기업들의 책임보험을 인수하지 않는 사태까지 발생하는 등 미국 경제 전반에 걸쳐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따라서 그 후 州법을 통해 징벌적 손해배상액의 한도를 정하는 州들이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는 정부차원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개혁하고자 하는 안(Tort Policy Working Group, 1992)을 마련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던 중 1996년 미국의 연방대법원이 징벌적 손해액이 지나치게 과다하다는 이유로 위헌판결을 내리면서 미국에서는 제조물책임소송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과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또 1997년에는 미국법률협회 (American Law Institute; ALI)가 제3차 불법행위법 (The Restatement of 3rd Tort Law)을 제정하여 종래 제조물책임을 엄격책임법리하에서 해석하던 것을 과실책임법리로 전환시킨 바 있다. 그리고 소비자제조물안전위원회(Consumer Product Safety Commission; CPSC) 등과 같은 정부기관이 징벌적 손해배상이 필수적으로 따르는 제조물책임소송의 확대를 방지하고자 하는 정책적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이같은 미국의 예를 보면 증권집단소송법과 제조물책임법이 입법된 우리의 현실을 고려하여 볼 때에 기업들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매우 위협적인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자체의 목적인 기업들의 위법행위에 대한 억지효과보다는 소비자나 국민들을 위한다는 명분을 가지고 변호사들이 가장 큰 이익을 보는 제도가 될 것이라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미국의 경우 무명의 두 법률회사가 호텔ㆍ여행 업체 센던트(Cendant)를 상대로 낸 집단소송에서 합의금으로 32억 달러나 받아냈으며, 그 수임료로 시간당 1만861달러, 다시 말해 총 2억6,200만 달러를 청구한 후 대형 법률회사로 급성장한 사례도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 집단소송을 통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받았다 하더라도 소비자나 국민에게 돌아가는 배분액은 지극히 소액이거나 못받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 현실이다. 결국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을 통하여 가장 큰 이익을 보는 집단은 소비자나 피해자들이 아니라 변호사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미국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는 위헌소지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제조물책임에 대하여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 경우 우리 경제의 주축인 제조업의 위축문제가 심각히 대두될 수도 있다.
오늘날에는 제조물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고, 제조물 자체가 고도의 기술집약적인 성격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국제적 거래로 인한 제조물책임의 국제적 경향이 급변하고 있다. 따라서 좀 더 현실성 있고 세계추세에 부응하는 입법론적인 논의와 연구를 거친 후 입법여부를 신중하게 논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 기업소송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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