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출판사, 소셜미디어 시대의 고전과 여성혐오 다룬 ‘죽은 백인 남자들이 다 그런 건 아니겠지’ 출간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의 동생 도나 저커버그가 파헤친 미국판 ‘일간베스트 저장소’, 레드필의 여성혐오

2021-05-31 11:40
  • ‘죽은 백인 남자들이 다 그런 건 아니겠지’ 표지

    ‘죽은 백인 남자들이 다 그런 건 아니겠지’ 표지

서울--(뉴스와이어) 2021년 05월 31일 -- 문예출판사가 고전 연구의 새로운 방향성을 열정적으로 제시해온 젊은 고전학자 도나 저커버그의 책 ‘죽은 백인 남자들이 다 그런 건 아니겠지’를 출판했다.

소셜미디어 기업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의 동생으로 소셜미디어를 깊이 이해하고 있는 그는 ‘소셜미디어가 여성혐오를 새로운 단계의 폭력으로 끌어올렸다’라고 비판하며,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여성혐오 논란에 정면으로 맞서기 위해 남성 우월주의 온라인 커뮤니티 레드필의 담론을 분석한다. 레드필은 2012년 개설돼 현재 23만여명 구독자를 보유한 레딧의 하위집단으로 시작해 현재는 더 크고 느슨한 커뮤니티로 존재한다. 레드필의 독특한 점은 고대 그리스·로마의 문헌을 퍼 나르고 인용하고 재해석함으로써 가부장제와 백인 우월주의 이데올로기를 강화하고 여성혐오를 정당화한다는 데 있다.

레드필이 굳이 고전을 인용하는 이유와 그것이 문제인 까닭은 무엇일까? 일부 고전학자는 레드필이 고대 문헌을 오독하고 왜곡하는 점을 주로 비판한다. 하지만 도나 저커버그는 거기에 더해 고전에 내포된 여성혐오적 인식 또한 간과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고전에 대한 이들의 해석은 자신이 살고자 하는 세계에 대한 열망을 담은 재현’에 가깝다고 말하며 레드필이 이상화하는 사회상의 본질적 문제를 밝히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온라인의 여성혐오 게시물과 그 댓글들을 ‘날것 그대로’ 가져와 분석하는 신선하고 도발적인 연구다. 이 책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집단인 레드필에는 남성에게 불평등한 법과 사회적 규범을 철폐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남권운동가, ‘작업’으로 여성을 꾀어내 성관계를 갖고 동성사회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픽업 아티스트, 도널드 트럼프의 지지를 받으며 세를 불린 극우주의자 등이 모여 있다.

도나 저커버그는 레드필 남성들이 ‘남성이 여성보다 감정 절제를 더 잘한다(무소니우스)’, ‘여성은 자기 통제를 할 수 있는 능력이 낮다(세네카)’, ‘여자 같은 남자보다 더 나쁘고 수치스러운 것은 없다(키케로)’ 같은 고전을 인용해 여성혐오를 정당화한다고 말한다.

혐오 표현은 소셜미디어 시대에 더 빠르게 퍼지고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이 책의 배경은 미국이지만 한국에서도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폭력적인 언어와 범죄가 하위문화라는 허울을 쓰고 온라인에 떠돌고 있다. ‘소라넷’, ‘텔레그램 n번방’ 등 강간이 범죄가 아니라 유희 거리로 소비되는 모습은 남성들의 ‘문화’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성을 강조한다. 정치적인 상황도 이와 유사하다.

2016년 반이민주의, 백인우월주의, 안티페미니즘 등 극우 이데올로기를 내세운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같은 관념을 공유하는 커뮤니티가 자신들을 적극 드러내 보였다. 이러한 ‘백래시’가 한국 정치 일각에서도 유사하게 펼쳐지고 있다. 2021년 4·7일 재·보궐선거 이후 ‘20대 남자’가 여당을 지지하지 않는 것이 페미니즘 정책 탓이라는 논평이 등장하거나 징병제의 미래를 논하는 상황에서 일부 언론과 남성들이 ‘젠더 갈등’이라는 프레임을 형성하는 것 등이 그 예다. 문화평론가 최태섭은 이러한 현상을 두고 “온라인에서의 트롤링이 오프라인까지 진출해 민주주의와 정치가 흔들린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 책은 온라인 트롤링이라는 복잡한 현상에 엄밀한 학자적 태도로 접근해 남성 우월주의자들이 근거로 삼는 관념들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고전’이라는 과거의 유산을 현대에 어떻게 독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밀도 높은 사례 연구다. 한국의 페미니즘이 겪고 있는 복잡다단한 역동 속에서 어떻게 학문과 정치가 중심을 잃지 않고 진보적인 관점을 견지할 수 있을지, 그 한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문예출판사 개요

문예출판사는 1966년 청소년들의 정서 함양을 돕고, 교양을 심어줄 수 있는 출판물의 발행을 통해 학교 교육만으로는 부족한 참된 인격 형성의 길을 마련하겠다는 출판 모토를 가지고 출발했다. 그리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단행본 출판을 중심으로 문학 및 기본 교양서를 꾸준히 펴내고 있는 국내 중견 출판사이다. 반세기 이상 사력을 쌓아오면서 지금까지 2000여종 이상의 단행본을 출간했다. 현재 문예출판사는 수많은 국내외 문학작품 출판을 비롯해 학술도서 기획으로 철학사상총서, 인문사회과학총서, 문학예술총서, 문학평론 및 문학연구서, 한국미술총서 등 양서를 출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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