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회장 朴容晟)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개인정보보호법 입법동향에 대한 업계 의견’ 건의문을 통해 “同법 제정이 가져올 사회적ㆍ경제적 영향에 대해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은 채 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면서, 법 제정으로 인해 특히, 중소기업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므로 이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진 후 법 제정을 논의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 동안 우리나라의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법적 근거와 추진체계는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으로 각각 구분ㆍ운영되어 왔었다. 하지만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개인정보보호법안들은 공공부문은 물론 민간 영역까지도 적용될 수 있는 공통의 개인정보보호 체제를 정립하고 모든 대상자를 규율하기 위한 법률체계의 마련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추진되고 있고 동 법안들은 ‘개인정보의 수집ㆍ처리시 본인 동의’, ‘제3자 제공시 본인고지’, ‘개인정보사전영향평가제 도입’, ‘사업자 등록제’, ‘개인정보 관련 집단소송제’ 등 개인정보보호의 안전장치 확보를 위한 엄격한 규제방안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상의는 개인정보관련 법제가 불가피하게 필요하다면 우선 사회 전반의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캠페인과 기술ㆍ제도 차원의 개선노력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신용정보 등 민감정보에 국한해 시범 도입한 후, 모든 개인정보 분야로 확대하는 단계적인 도입이 이루어져야 개인정보 보호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는 점을 밝혔다.
건의문에는 법 제정시에는 개인정보의 오남용과 불법 유통에 대한 법적 제제 뿐만 아니라, 합법적인 개인정보의 활용과 유통 촉진에 관한 사항도 반드시 법안에 명시함으로써 정보의 보호와 합법적 이용을 동시에 촉진할 수 있는 균형잡힌 입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담겨있다.
현재 제정을 추진중인 법안들은 대체로 사전적 예방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개인정보사전영향평가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공공부문과 달리 민간부문에서는 원칙적으로 당사자간 계약에 의하여 다양한 형태로 개인정보가 수집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의는 민간부문의 개인정보영향평가를 개인정보보호기구에 의해 일률적으로 평가하기보다는 사업자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상의는 미국, 캐나다가 시행하고 있는 프라이버시 영향평가(Privacy Impact Assessment, PIA)는 정부가 국민의 프라이버시와 개인정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평가를 제도화한 것으로써 공공기관을 평가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이러한 공공기관을 평가대상으로 하고 있는 PIA를 민간영역까지 확대 적용하려는 법제정은 세계적으로도 입법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개인정보 무단수집 및 배포’, ‘개인정보 도용’ 등은 건전한 영업행위를 하는 사업자가 위반하기 보다는 악의적 행위자들에 의해서 발생하고 있으므로 개인정보보호법제를 통해 획기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며, 이러한 불법행위를 강력하게 단속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상의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상의는 민간부문에 대해서는 개인정보와 관련된 기존 개별법 정비와 함께 업계 차원의 개인정보호보 행동강령 제정 등 자율규제의 확대에 더 많은 무게를 두어야 한다고 밝히고, 우리보다 앞서 정보화 사회를 구축하였고 개인정보의 오남용 문제에 대해 보다 적절히 대처하고 있는 미국의 자율규제제도에 대한 충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년 4월부터 개인정보보호법을 도입한 일본에서도 최근 법 시행에 따른 부작용으로 갖가지 사회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서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기업들 가운데 법 시행시점에서 개인정보보호법에 대한 대응을 완료한 기업은 개인정보취급사업자가 25.4%, 기타 사업자는 9.5%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발표된 바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아직 일본의 법제정 및 시행효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므로 법 시행으로 일본 개인정보 보호에 성과가 있고, 또 경제적ㆍ사회적 효율을 저하시키지 않는다는 판단이 내려진 후 법 제정을 추진해도 늦지 않다”면서, “독립적인 개인정보보호법이 처음 제정되는 만큼 사회 전체의 관심과 합의가 필요하고 특히 인터넷기반의 정보사회에서 개인정보의 활용과 보호는 우리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므로 법제정 추진은 세밀한 검토가 이루어진 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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