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노인이라는 말은 어쩐지 생산이나 소비 어느 쪽에서도 경제적인 활동과는 동떨어져 있다는느낌을 준다. 고령 인구가 늘어나면서 앞으로 실버산업이 유망하다는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이역시 요양시설, 건강보조, 의료 등 특정 산업만을대상으로 하고 있을 뿐이다.

고령자가 된다고 해서 특정 분야를 제외한 다른 분야의 소비활동까지 멈추어 버리는 것은 분명 아니다. 그러나 고령인구를 목표로 한 산업에 대해서는이야기하면서도 이들이 어떤 특성을가진 소비자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55~59세 이상의 인구는 소비자 조사 대상에서도 종종 제외되고 있으며, 패션이나 첨단 제품의 경우는 고객을 구분하는 연령 상한선이 그보다 더 낮다. 자연히 기업의 마케팅 활동 또한 갈수록 젊은 층에만 맞춤화 되고 있다. 구매력 있는 고령 인구가증가함에 따라 고령 인구를 새로운 소비자 집단으로 바라보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누가 시니어인가?

보통 정부 통계나 노인학에서 말하는 고령자는 65세 이상의 인구를 대상으로 한다. 노안이 발생하면 노안용 안경이 필요한 것처럼, 고령 인구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한 산업을 실버산업이라 한다. 그러나 소비자 집단이라는 관점에서 고령 인구를 재정의 한다면 50대 이상까지도 포함하는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들은 퇴직과 자녀의 결혼이라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아 새로운 삶의 패턴을 경험하면서도 통상적인 마케팅 활동의 타깃에서는 비켜난 계층이다. 50세 이상의 상대적으로 젊은 인구까지 포함한 소비자군을 칭하는 이름도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실버(Silver)’대신에‘상급, 연장자’의의미인‘시니어(Senior)’를 사용하는 추세다. 실제로 노인 단체들이‘실버’라는 말 대신‘시니어’를 사용해 달라고 공식 요청한 사례도 있다.

시니어 시장에서 기회가 온다

2010년이 되면 50대 이상 시니어 인구의 비중은 전체 인구의 30%를 차지하며, 소비규모는 총 117조 6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LG경제연구원, ‘고령시대, BusinessChallenges & Opportunities’참조). 그런데 이거대 소비 집단이 마케팅 노력에서는 종종 소외되고 있다. ‘소비자 소외’가 존재한다는 것은 곧기업에 새로운 사업 기회가 존재함을 의미한다. 시니어 소비자들을 소외시키는 선입관들을 바로잡고, 이들에게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 시니어 소비자에 대한 선입관의 진실을 알아본다.

1. 시니어 계층은 가난하다?
시니어 계층은 대부분이 퇴직한 이후여서 근로소득이 없고 따라서 일반적으로 구매력이 약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50대 이상의 시니어 인구가 전체 자산의 70%, 금융자산의77%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 나라도 50대 이상의시니어 계층이 전체 상장주식의37.5%를 보유하고 있으며, 은행 예금 1억 이상 고액 예치자의 다수를차지한다는 통계가 있다. 또한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1990년 이후55세 이상 노인가구의 소득은 매년10%씩 늘어나고 있고, 2010년에는 국민연금 등 연금 수급권자가 400만명에 달하는 등 경제력을 갖춘 고령인구가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따라서 시니어 시장의 경제성을 생각할 때구매력의 여부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소비 집단으로서의 가치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염려하고 있는 부분은 노후에 대한 과도한 불안으로 이들의 구매력이 소비로 옮겨지지 못할 가능성이다. 그러나 많은 연구 조사들은 시니어들이 가격보다는 가치에 민감한 소비를 하는 계층임을 보여준다.

가치가 있다고 느끼기만 한다면 시니어들의 상당수는 풍부한 구매력을 바탕으로 젊은 계층이 주저하는 고가 제품도 선뜻 구입한다. 다른 어떤 계층보다도 안정적인 소비자군을 형성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1990년대 이후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소비가 크게 위축되었으나 시니어 세대의 소비는 상대적으로 건재했다.

실제로 자녀교육비 지출과 주택대출금 상환 등의 부담에서 해방되는 50대 후반 이후부터는 평균소비성향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 매출도 30~40대 고객보다 50대 이상 고객의 매출이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시니어 시장의 확대에 대비해 이들이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2. 시니어 시장은 하나다?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수명이 75세를넘긴 상황에서 50대 이상을 시니어로본다면, 인생의 3분의 1 이상이 시니어로서의 삶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10년도 안 되는 짧은 간격으로 X 세대, N 세대, 386 세대를 구분하며 소비 시장을세분하는 젊은 층에 대한 전략과는 달리, 50대 이상의 소비 시장은 다 함께묶어‘시니어 시장’이다. 알게 모르게 시니어들을 동질적인 집단으로 간주하고 접근하는 것이다. 하지만 60대 초입의 시니어와 80대 시니어의 요구가 같겠는가?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하는 시니어가 있는가 하면 텃밭을 가꾸는 시니어가 있고, 여전히 자녀의 자녀를 돌보느라 주부의 삶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들도 있다. 이전 세대들은 단선적인 삶을 살았다. 학교를 졸업하면 취업을 하고, 그러다가 결혼을 해서아이를 낳고, 아이가 다 크면 여생을 보낸다.

이런 단선적인 삶이라도‘자녀 출가 이후의 여생’이 모든 시니어들에게 동일하지는 않다. 가장 보편적인 기준인 나이에서부터, 스스로가 느끼는연령인 인지적 나이, 신체적 나이, 라이프 스타일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이들이 여생을 보내는 방식은 달라진다. 이제 막 시니어층에 접어든 50대의 젊은 시니어들은 이보다 더 다양한 여생을 보낼 것이다. 은퇴 후 다시 공부를 하거나 새로운 직업을 가지는 등 제 2의 인생을 시작하는 순환적인 삶을사는 것이다. 제 2의 인생을 어떻게 꾸려가느냐에 따라서 이들의 소비행태가 다양해짐은 두말할 나위가없다. 특히 유행에 따라 천편일률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젊은 층에비해, 시니어들은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훨씬 다양한 소비 행태를 보일 것이다. 일본에서도 2차 대전 전후(1947~1949)에 집중적으로 태어난 단카이(團塊) 세대의 경우 소비 행태가 천차만별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시니어 계층의 다양한 소비패턴을 이해하고 차별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시장 세분화가 필요하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 시대를 맞은선진국에서는 일찍부터 시니어 계층의 세분화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다. 특히 근래에는 나이, 소득, 성별과 같은 외적인 기준 이외에 가치관이나 라이프스타일과 같이 심리나 내적 변수들까지 포함한 복합적 세분화 노력이 활발하다. 예를 들어 미국의 쉬프만(Schiffman)과 셔만(Sherman) 교수는‘신세대 노인(New AgeElderly)’이라는 보다 적극적이고 젊은 인생을 사는 시니어 계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일본에서도 OPAL족(Old People withActive Life)이라 하여‘활동적인 삶을 살고 있는노인들’을 떠오르는 소비계층으로 강조해 오고있다.

3. 시니어들은 결코 브랜드를 바꾸지 않는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고객의 브랜드 선호도가 40세 이후에는 변하지 않는다고 믿어 왔다. 실제로많은 시니어들은 확고히 선호하는 특정 브랜드가있어 광고나 판촉 활동에 마음을 쉽사리 돌리지않는다. 하지만 미국 소비자 조사 기관인 양켈로비치(Yankelovich Monitor)에 따르면“낯선 브랜드를 구입하는 것은 위험하다”라는 명제에 50세이상 고객들은 33%가 동의했지만 16-34세의 고객들은 36%가 동의했다고 한다. 시니어들이 브랜드 변화에 대한 부담을 오히려 더적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 미국 소매유통 전문지인 DSN RetailingToday지의 조사에서도 50대 고객의48%가 전자제품 브랜드를 바꿀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전체 평균(40%) 보다도 높은 수치다.

물론 몇 가지 조사의 결과만을가지고 마케팅에 철옹성이라 여겨졌던 시니어들에 대한 선입관을 뒤집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시니어 시장은 결코 단일한 시장이 아니다. 변화와 도전에 적극적인 세분고객들은 얼마든지 기업의 마케팅 활동에 마음을 움직일 수도 있다.

미국 컨설팅 회사인 부머 프로젝트(BoomerProject)의 보고서에 의하면 50-60세 사이 사람들의 66%가“광고는 나보다 젊은 사람들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고 한다. 결국 시니어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마케팅에서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기업들의 마케팅에 시니어층이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이들을 움직일만한 마케팅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젊은이의 감각에만 맞게 설계된 광고와 판촉활동들이 시니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음은 분명하다. 시니어 계층을 타깃으로 한다면 이들의 감각에 맞는 마케팅이 필요하다.

미쓰비시 자동차는 2001년에 인디 록 음악을 하는 20대 젊은이들의 모습을 광고에 등장시켰다가 구매력 있는 장년층 소비자들을 잃어 다시 40대 모델을 기용했다. 다국적 생활용품회사 유니레버도 세계 각국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많은 여성들이 날씬하고 풍만한 가슴의 젊은 모델들로 가득한 광고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는사실을 발견했다. 이후 주름이 파인 46세 모델을등장시켜“왜 여자들은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반가워하지 않는가 (Why aren’twomen glad to be gray?)”라는 광고를 내보낸 결과, 매출 변화가 거의 없던 비누 시장에서 1년 사이에 3.4%라는 매출 증가를 이루었다.

물론 시니어들의 나이를 인지하게 하는 직접적 표현의 사용이나 나이 든 모델의 기용은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하지만 시니어들이 공감할만한 감성을 활용하는 것은 중요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들의 감성을 닮아가기 위해 기업들이 시니어 프로슈머(Prosumer)들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권장하고있다.

4. 시니어들은 첨단 기술을 싫어한다?
소비 차원에서 시니어 계층이 가장 소외되는 산업은 뭐니뭐니해도 첨단 기술관련 산업이다. 우리의 생활에 너무 깊숙이 자리 잡은 인터넷 관련산업, 핸드폰, PC, MP3플레이어, 디지털카메라등의 분야에서 시니어는 철저히 관심 밖의 소비자였다. 실제로 현재까지 해당 산업에서 이들 소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미미하다. 하지만 모든 시니어들이 첨단 기술에 거부감을 보인다고 쉽게 단정할 수는 없다.

노인학자 디치왈드(Dychtwald) 박사는1946년에서 1964년 사이에 태어나이미 시니어 계층에 진입한 미국의베이비붐 세대들이 그 어느 세대보다도 발명품의홍수 속에서 살아왔음을 지적했다. 자동 응답기,무선전화기, 핸드폰, VCR, ATM, 케이블 TV,CD 플레이어, 전자레인지, 복사기, 팩스 등 생활에 크고 작은 변화를 가져온 제품들은 당시로서는 첨단 기술이었다. 따라서 시니어들이 첨단 기술에 거부감이 있다고 보는 것보다는 복잡한 것을 싫어한다고 보는편이 더욱 타당하다.

실제로 필자가 인터뷰한 61세의 한 주부는“핸드폰은 이제 없으면 안되는 중요한 물건인데 나 같은 사람이 쓰기 편한 제품은없는 것 같다. 복잡한 기능은 없어도 좋으니 버튼도 크고 벨 소리고 크면서 예쁜 핸드폰이 있으면좋겠다”라는 의견을 보였다. 디지털카메라의 제조회사에서 마련한 카메라 활용 기초 교육장에도 50대 이상의 시니어들이 최근 들어 많이 증가했고, 40대의 구매율이 이미 20대와 맞먹는 등 구매연령층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라고 한다. 직장을 은퇴한 뒤 시간이 많아지면서 산으로 들로 여행을다니는 라이프스타일의 시니어들에게 사용이 간편한 디지털카메라는 어려운 첨단 제품이 아니라생활의 질을 높여주는 훌륭한 보조 기기이다.

복잡한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시도해 보려는 고령 인구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마케팅 인사이트가 조사한 연령별 핸드폰 부가서비스 이용 실태를 보면, 50대 중에서 무선인터넷 및 부가 서비스를 자주 이용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0.1%로 40대(18.4%)보다도 높게 나타났다.

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실시한‘2005년 상반기 정보화실태조사’결과에서도50대 이상 인구의 전반적인 인터넷 이용률은 크게 떨어지지만 증가율은 7.1% 포인트로 다른 세대를 크게 앞섰다. 따라서 시니어들을 기술관련산업과 무관심하다고 방치하는 대신 이들이 원하는 기술을 이해하고제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본의 핸드폰 제조 업체들은 나이 든 소비자들이 사용하기 쉬운 인터페이스를 개발하고 사용법에 대한 오디오 가이드까지 장착된 제품을 앞다투어 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화번호를 검색하기 위한 과정을 음성으로 안내하고 과정에 따라 눌러야 하는 버튼에 불이 들어오게 하는 기능 등을제공한다.

5. 시니어들은 나이에 특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더좋아한다?
소비시장으로서 시니어 계층의 중요성이 증가하면서 많은 기업이 이들의 특정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에 금융 기관들이 앞다투어 내놓은 퇴직자 전용 수익증권이나 실버 보험상품들은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나이에 특화된 마케팅 전략의 효율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논란이 많다.

예컨대 고령자들이 나이가 들면서 감퇴하는 신체적 기능을 보조해 줄만한 특수 제품이나 서비스를 원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작 이러한제품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비중은 65세 이상 인구의 16%와 50대 중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시니어들, 특히 젊은 시니어들은 스스로를 아직 노인이나 고령자라는 범주에 넣고 싶어하지 않는다.

유아식품 제조업체인 거버는 노인들이 자사의 제품을 즐겨 찾는 것을 발견하고‘노인용’제품을 출시하였지만 실패했다. 비록 소화가 쉬운 제품이 필요할지언정‘노인용’제품을 구매하여 스스로를 노인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특히 아직도 독립적이고 왕성한 삶을 살고 싶은 시니어 집단은 자신들을 특별한 눈으로 보고 대하는 사회적 관심이 더욱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런 시니어 집단에는 나이에 특화된 마케팅 전략보다 이들의 편의를 도와주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특징만을 강조하는 범 세대적인 마케팅 전략이보다 효과적이다. 여드름 예방이라고 하면 목표고객이 10대라고 일부러 표현하지 않아도 필연적으로 여드름에 고민하는 10대들이 주목하는 것처럼 말이다.

화장품 회사인 니베아(Nivea)는 원거리에서도 잘 볼 수 있도록 화장품의 글씨 크기를 확대하는 한편, 포장지의 경우 나이트크림은 달 디자인과 함께 어두운 파란색을, 데이크림은 태양 디자인과 함께 흰색을 채택하여 포장만으로도 쉽게제품을 구분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특별히 고령자용 제품이라 광고하지 않아도 이들을 배려하는 제품 디자인으로 상품 판매량을 크게 신장시켰다.

국내 시니어 시장의 세분화 노력 필요

시니어 시장을 이해하는 데에 가장 위험한 생각은 이들이 단일시장이라는 관점이다. 여생이 아니라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시니어 계층은 앞으로 점점 더 복잡하고 다양한 소비 집단으로 세분화될 것이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시니어를 별도의 소비자계층으로 보고 세분화시켜 연구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자녀와의 관계, 복지 여건,가치관 등 여러 측면에서 우리의 시니어 집단은 외국의 시니어들과 처한 상황이 다르다. 우리의 독특한 사회적 환경에 따른 시니어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필요하다...LG경제연구원 정지혜 화학전략그룹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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