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의 대명사인 노키아는 지난 1991년까지만 해도 고무와 케이블, 펄프 등을생산하는 회사였고 PC사업의 양대산맥이었던 IBM과 애플은 각각 세계 최고의 컴퓨팅 솔루션 업체와 인터넷 음원 업체로 변신했다.
사업 자체의 대변신이 아닐지라도 기업들은 기존 사업 내의 제품 확장 혹은 기존 사업에서 인접 사업으로의 확장 등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사업을 찾아 나서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신사업의 성공이 곧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그러나 대부분의 신사업이 실패한다는 것도역시 주지의 사실이다.
목재회사에서 세계 최고의 휴대폰 회사로 변신한 노키아도 1990년대 초반 소형 컴퓨터와 컬러 TV 신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사장의 자살을 몰고 올만큼 참담한 실패를 맛본 경험이 있다. 과거에 경험해보지 않은 사업을 한다는 것은 무수한 암초를 만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잘못된 목표 고객 선정, 기술 역량 부족, 품질 문제를유발하는 취약한 운영 역량, 제도·법규의 장벽,경쟁 기업의 예상치 못한 대응 등 수 많은 문제들을 예방하고 해결해 간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가빈(David A.Garvin)교수에 의하면 1970년대와 1980년대에행해진 미국 기업들의 신사업 시도중 60%가 실행 6년 안에 실패를 겪었다고 한다. 조사 대상을 우량기업으로 좁혀도 결과는 썩 좋지 않다. 같은 기간 듀퐁, Exxon, IBM, P&G,3M, Sara Lee, 제록스가 행한 신사업 중 조인트 벤처로 수행한 경우는6년 내 50%가 실패했고, 내부에서독자적으로 수행한 경우는 44%가 사업에서 철수했다 (Harvard Business Review, ‘What EveryCEO should know about creating newbusiness’, 2004.7-8. 참조).
수 많은 경영 학자들은 바로 이 문제,‘ 왜 기존 기업들이 신사업을 수행하는 것에 어려움을겪는가’에 대해 수십 년간 연구해왔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많은 연구 결과들은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추진하는 신사업을 가로막는 방해물들이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 내부에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아무리 훌륭한 사업 기회를 포착하여 추진한다 하더라도 기업 내부의 여러 암초들이 사업의 실패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신사업의 발목을 잡는 다섯 가지 덫
● 기존 사업 방식에 대한 아집
기업 혁신 분야의 권위자인 크리스텐슨 교수는성공 기업들이 가지는 최대 장점이 최악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 시장에서선두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은 자신이 최고로 잘할 수 있는 일을 너무나도 열심히 하기 때문에 실패하는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폴라로이드의 사례를 보자.1937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60여 년동안 시장을 석권한 인스턴트 카메라의 대명사였다. 카메라 관련 연구개발 실적은 모든 회사의 귀감이었고 1990년대 중반까지 매년 1억 달러 이상의 순이익을 내는 초우량 기업이었다. 문제는 폴라로이드가 그 누구보다도 빨리 디지털 카메라의 가능성을 인지한 다음에 발생했다. 남들보다 앞서 시장성을 인지하고 사업에 뛰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두 가지 측면에서 기존 사업방식의 덫에 빠지고 말았다. 폴라로이드 인스턴트 카메라의 주 수익 모델은 면도기 사업처럼 카메라를 싸게 팔고 필름(면도날)을 비싸게 파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사업방식에 익숙한 폴라로이드 내부에서는 필름이 없는 디지털 카메라의 수익성에 끊임없이 의문을 던졌다.
하버드 대학의 가베티(GiovanniGavetti) 교수에 따르면 신사업 담당자들이 조직내부의 불신을 극복하기까지 무려 5년의 시간이필요했다고 한다. 또 다른 문제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제품 생산 방식에서 발생했다. 폴라로이드는 상당히 보수적인 회사로 품질관리가 엄격했고 최고의 품질은 자체 생산으로만 가능하다는 신념 하에 전 생산 과정을 수직계열화 했다. 디지털 카메라 신사업에서도 역시 그들이 잘 해왔던 기존 사업 방식을 고수했다. 렌즈 기술, 광학 인지 기술 이외에디지털 신호처리, 소프트웨어, 저장 기술 등에 수억 달러를 투자했다. 그 결실이 PDC-2000이다.
그러나 문제는 가격에서 발생했다. 자사가 보유한 기술 이외에 나머지기술들을 적절히 아웃소싱하여 상용화한 기업들의 제품은 1,000달러 미만이었던 반면, 폴라로이드 제품의가격은 3,000달러 이상이었다. 1998년 폴라로이드는 개발 방침을 수정했지만 이미 많은 시간이 흘러 버렸고,결국 2001년 10월 폴라로이드는 파산을 신청하고 말았다.
● 시너지에 대한 집착
시너지는 경영전략, 특히 다각화 전략의 기본으로서 다루어지는 주제다. 자신의 기존 사업을 강화함과 동시에 새롭게 추진하는 사업도 탄력을받아 성공할 수 있다는 시너지 효과는 기업들이무시하기에 너무나 달콤한 유혹이다. 그러나 문제는 새롭게 시작하는 신사업의본질을 우선하지 않고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전제로 사업을 전개 해나가는 우를 범한다는 사실이다.
소니가 겪는 현재의 어려움도 시너지에 집착한 신사업 전개에 있다. 1980년대 워크맨, 캠코더 등 수 많은 AV 하드웨어(H/W)의 최강자로 군림하던 소니는 1989년“종합 엔터테인먼트 왕국”을 부르짖으며 전격적으로 미국의 콜럼비아영화사를 34억 달러에 인수한다. 1970년대 자사의 Beta 방식이 VHS에 완패한 원인을 소프트웨어(S/W)와 하드웨어(H/W)의 연계 부족으로 결론을 내린 소니는 새로운 H/W인 HDTV, CDPlayer 등의 성공을 위해 미국의 대형 S/W 사업자를 인수한 것이다. 그러나 H/W와 S/W의 시너지를 기반으로한 동반 성공은 전략의 결과이지 그 원인이 될수 없었다. 1994년에만 제작한 26개의 영화 중에 17개가 실패했고 영화사업은 무려 1,500만 달러의 적자를 내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S/W 사업은 시너지와 거리가 먼 행태를 보여주기시작했다. 대표적 S/W 사업조직인엔터테인먼트 사업 그룹은 자사 컨텐츠가 불법복제 될 것을 우려하여H/W의 컨텐츠 제공 요구에 늑장을부리기까지 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소프트웨어산업에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소니의 최대 강점인 하드웨어 산업의 경쟁력 약화, 즉 제조 역량의 약화가 나타났다는 점이다.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간 바이오 PC 등 H/W 신사업들이 역량의 분산으로 안정적 시장 입지를 확보하지 못한것이다.
반면, 현재 소니의 제품군 중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플레이스테이션(PS) 사업은 시너지의 덫을 훌륭하게 피해 나갔다는 점에서 극명하게대비가 된다. 영화 사업에서 참담한 실패를 맛보고 있던 1994년 소니는 게임 사업에 진출했다. 당시 게임 사업에 진출한 일본 전자 업체들의 최대 관심사는 멀티미디어였고 차세대 게임기는 자사의 멀티미디어 전략을 강화하는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했다. 마츠시타, NEC 등은 자사의 게임기를 멀티미디어 기계라고 정의하고 이를적극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소니는 달랐다. 게임기를 사용하는 게임 매니아들이요구하는 것이 멀티미디어가 가능한 게임기가 아니라 게임기 그 자체임을 간파한 것이다. 소니는 PS가 게임에 특화된 제품임을 강조했고, 최상의 게임을 구현하기 위한 다각적인노력을 했다. 결과는 소니의 완벽한 승리였다.
● 딴지거는 내부 조직
기업은 내부 조직들의 다양한 기능이 복합적으로작용하여 성과를 내는 구조를 가진다. 따라서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견제와 균형을 통해 합리적인 의사결정과 행동을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신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조직 내의 견제와 균형의 원리는 적용된다. 그러나 신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입장에서 과도한 견제와 균형은 종종 독이 되기도 한다. 이해 관계가 다름으로 인해 생기는 조직 내 알력과 암묵적인 방해가 그것이다. 특히 추진하는 신사업이 기존 제품의 자기잠식을(Cannibalization) 유발할 경우 그 저항은 더욱거셀 수 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선도 기업들이 사용한방식은 신사업을 기존의 시스템에서 분리해 별도의 조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인텔은 기존 제품 시장과 충돌이 일어날 수있는 셀룰러 칩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이스라엘에 독립조직을 만들었고, HP도 잉크젯 프린터사업을 위해 본사와 멀리 떨어진 벤쿠버에 독립조직을 만들었다. 소니의 게임 사업도, IBM의PC 사업도 별도 법인을 통해 추진한 사업이다. 그러나 분사만 한다고 딴지거는 내부 조직의 덫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Bank One의 인터넷 금융 벤처인 WingspanBank는 막대한 광고비와 기술 투자에도 불구하고 기존 Off-line 사업과의 연계 실패로 결국 모기업에 흡수되고 말았다. Exxon의 경우는 핵 에너지, 정보 시스템 등과 같은 사내 벤처를 독립적으로 운영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기존 조직의 냉대와 무관심이 모기업과분리된 조직 체계에 대한 자원 할당과 지원을 오히려 약하게 만든 것이다.
● 실패의 망령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은 과거에 검증된 바가없기 때문에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기업들이 어느정도 실패할 위험을 감수하기는 하지만 막상 실패하고 나면 그 후유증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이것이 과도하여 과거의실패 경험이 새로운 시도나 변화 자체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포드사는 1938년 소형차를 생산하는 데실패한 후 자사는 소형차 생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러한 결론을 수정하는 데에는 무려 50여 년이 걸렸고 그 사이 혼다는 소형차‘시빅’을 통해 괄목한 성장을 이루어 냈다. 아날로그 무선 통신의 최강자였던 모토로라가 디지털 휴대폰 신사업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이유 중의 하나도 실패의 망령 때문이었다.
1994년 아날로그 기반 휴대폰으로 시장의 60%를 석권하고 있던 모토로라는 불과 4년 만에 점유율이 34%로 급락했다. 디지털 기반의 휴대폰사업에 늑장 대응 했기 때문이다. 다트머스 대학핀켈스테인(Sydney Finkelstein) 교수의 연구에의하면 아날로그 기술력에 대한 지나친 믿음 뿐만 아니라 과거의 실패 경험이 모토로라를 머뭇거리게 했다고 한다. 과거 마이크로 칩 사업에서 애플의 신유형을 선택하여 참담한 실패를 한 경험이 CDMA, GSM 등 디지털 표준을 선택하는과정에서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 ‘WhySmart Executives Fail and What You CanLearn from Their Mistake’, 2003 참조)
● 주저하는 CEO
신사업을 추진하는 조직은 내부의 다양한 문제를해결해 줄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CEO의 의지를 기대한다. 그러나 실제 많은 기업에서 CEO들은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가빈(David A.Garvin) 교수에 따르면 신사업은 평균적으로 7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에 주수익원(Cash Cow)으로 발전한다고 한다. 따라서 오너가 아닌 대부분의 CEO들은 자신의 재임 기간 내에 괄목할만한 성과가 나타날 확률이 적은 신사업에 적극적이기 보다는 주주가치를 증대시키는 단기 성과에 집중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한다. 또한 단기 성과의 유혹에 빠지지 않은 CEO라 할지라도 사업의 불확실성, 실패에 대한 두려움, 한정된 재무 자원 등으로 인해 선정된 아이템에 대한 적극적인 리더십 발휘를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
앞에서 살펴 본 사례들 중 다수 기업의CEO들 역시 주저하고 머뭇거리는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심지어 신사업 추진 이후의 도약 단계에서도 주저하는 CEO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제록스의 사례를 보자. 복사기의 최강자 제록스는 1960년대 말 IBM이 복사기 시장에 뛰어들자 역으로 컴퓨터 시장에 뛰어들었다. 컴퓨팅사무실 실현의 목표를 가지고 1970년 팔로알토연구소(PARC)를 설립했고, PARC는 수 많은 블록버스터급 선도 기술들을 양산했다. 문제는 본사의 경영진들이었다. 자신의 기존 사업인 복사기 시장에 일본 기업들이 맹렬히 추격해 오자 미래의 블록버스터 연구 결과들을 철저히 무시한것이다. 결국 컴퓨터 사업 진출을 결정하고 PARC를 설립했지만 외부 환경으로 인해 적극적 인 사업 추진을 주저한 맥컬로 회장은 미래를 놓친 기업의 CEO로 남게 되었다. 신사업 추진의 힘을 키워라기존 사업의 타성과 과거의 경험은 신사업의 본질을 가린다. 신사업을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과거를 털어 버리고 새로운 사업에 조직 전체의 실행 역량을 결집해야한다.
● 폐기학습(Unlearning)이 필요하다
신사업은 새로운 사업이다. 새로운지식이 필요하며, 새로운 관점이요구된다. “ 비우지 않으면 채워지지 않는다”라는옛말처럼 새로운 것을 얻기 위해서는 오래된 것을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새로운 것에익숙해지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 오랫동안 굳어진 지식과 관행을 잊는 것이다.
저명한 경영학자인 프라할라드(C. K.Prahalad)는 과거의 타성과 단절하려는 의식적인 변화 노력을‘폐기학습(Unlearning)’이라고정의하고 새로운 혁신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활동이라고 주장했다. 신사업을 가로 막는 조직 내부의 덫들을 살펴보면 과거의 타성과 경험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들이 대부분임을 알 수있다.
신사업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사업의본질을 이해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하는것이다. 즉, 과거의 성공 방식에서 자유로워야 하는 것이다.
렉서스 브랜드를 가지고 고급차 신사업을멋지게 성공시킨 데 이어 이제는 하이브리드카 사업을 선도하고 있는 도요타를 보자. 섬유 방직 기계에서 출발해 1950년대 자동차 사업을 시작한 후발 주자 도요타는 철저한 자기 부정을 통해 발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최고의 회사가 되었음을모두가 공인하는 상황에서도 도요타의 경영진들은‘타도 도요타’를 외치고 있다. 도요타의 최대 적은 과거의 도요타라는 것이다.
● 결국은 실행력이 신사업 성공의 핵심
걸음마 단계인 신사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폐기학습과 더불어 강한 추진력이 필요하다. 유망 신사업 아이템을 선정한다 하더라도 실행력이 없으면 내부의 덫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 Good ToGreat’의 저자 짐 콜린스는 카리스마형 리더의 재임 이후에 많은 기업이 쇠퇴의 길을 걷는다고 주장했다. 조직 역량이 아닌 개인의 역량이었기 때문이다. 즉, 실행력은 조직의 시스템과 역량에 체화되어 있을 때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GE가 돋보이는 것은 오랜 역사를 가진 거대기업이면서도 신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조직이라는 점이다. 흔히들 현재의 GE는 젝 웰치라는 걸출한 리더 덕분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웰치 역시 GE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CEO 육성, 승계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인재이다. GE는 크로톤빌 연수원을 통해 신사업과 실행의 당위성을 구성원들과 공유하고 원대한 목표제시를 통해 실행의 동기를 부여해 줌으로써 조직의 실행력 증진을 도모했다. 또한 Work-outTown meeting과 같은 열린 의사소통의 기회 등을 통해 부서간의 장벽을 제거해 나갔다...LG경제연구원 유호현 화학전략그룹 연구원
웹사이트: http://www.lgeri.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