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비정규직 보호법안』협상이 재개되었다. 이번 협상에는 양대 노총과 경총, 상의 등 노사 단체끼리만 협상을 갖지만 지난 6월 노사정 협상이 결렬된 지 5개월만에 재개되는 만큼 협상타결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크다.

이처럼 이해집단 간 입장 차이가 큰 비정규직 보호법안은 전체적으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되 취약층의안전성을 높이는 쪽으로 양극화를 완화하고, 노동시장의 선진화를 앞당긴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주요 국제기관에서도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유연성제고를 주문하고 있다. 지난 7월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한단계 올렸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추가적인 등급 상향조정의 전제조건으로 북한 문제의 진전 등과 함께 노동시장의 경직성 완화를 제시했다. 지난7월말 IMF에서도 우리나라가 동아시아의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는 것이 핵심과제가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왜 중요한가

이처럼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중시되는 이유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높은 국가들이 그렇지 못한 국가에 비해 경제성장이나 고용 측면에서 더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연구 결과에 근거한다.

ILO가 미국, 일본 등 25개국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는 고용불안 등 부정적 효과를 초래하는 면이 있지만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고, 노동비용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해 경제전체적으로는 고용창출 등 긍정적 효과가 더 큰 것으로나타났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높아지면 먼저 일자리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임금이 생산성 수준을 상회하기 어렵게 되어 임금이 생산성 증가 범위내에서 합리적으로 결정될 수 있다. 또한 일자리 경쟁의 심화는 근로자의 지식 및 기술 연마를 촉진하여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생산성이 높아지면 성장이 촉진되고 단위노동비용이 감소하여 고용확대도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유연성 개선 여부에 대한 평가 엇갈려

따라서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도 경쟁력 강화를 위한중요한 목표 중 하나로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를 위해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세계은행(WorldBank), OECD, 국제경영개발원(IMD) 등 주요 국제기관들과 국내 경영계는 해고 및 고용조건의 유연성, 고용보호 수준 등에서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여전히 경직적인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과거에 비해기업의 고용조정이 상대적으로 용이해지고, 비정규직근로자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점 등을 들어 우리나라노동시장이 외환위기 이후 상당히 유연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같이 외환위기 이후 노동시장 유연성에 대한 많은 논의에도 불구하고‘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이 유연한가 혹은 유연해졌는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명확한 진단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노동시장 유연성에 대한 평가가 크게 엇갈리는 이유는 유연성을 측정하는 방법이 다양해지고 그에 따라 해석도 달라지기 때문이다.노동시장의 유연성 평가 기준 다양해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가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노동시장 유연성의 개념에 대해OECD는 노동시장의 환경 변화에 신속하고도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총체적 능력으로 정의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근로자 수, 근로시간 등 노동투입량과 임금이 경기변동에 탄력적으로 조정되는 정도를 보는 고용의 유연성(employment flexibility)과 임금 유연성(wageflexibility), 인력 재배치 및 조직개편 등 기업내부 인력운용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기능적 유연성(functionalflexibility)으로 분류하고 있다. 여기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평가하는 4가지 부문에 맞춰 외환위기이후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유연성 개선 여부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장단기적인 평가 모두 필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논의되어 왔던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주로‘고용조정이 얼마나 용이해졌는가’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하지만 경기변동에 대해 고용변수들이 얼마나 탄력적으로 반응하는가를 의미하는‘고용의 유연성’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단기적인 측면에서만 평가하는 것이다.

한 경제에서 단기적인 경기변동 뿐 아니라 장기적인 경제성장 추세가 더 중요하듯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판단하는데에는 장기적인 관점도 매우 중요하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유연성 개선 여부는‘실업의 지속성’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는 실업의 변화를 처음 야기시켰던 충격이 없어진 이후 그 영향이 얼마나 장기간 지속되는가를 말한다. 실업자가 되더라도 실업에서 빨리 벗어난다면 실업의 지속성이 낮고, 실업상태가 길어지면 높다고 보는 것이다. 이 방식에 따라 실업의 지속성이 높을수록 노동시장이 경직적이라고 평가한다.

‘고용의 유연성’과‘실업의 지속성’을 중심으로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유연성 개선 여부를장단기 측면에서 분석해보면, ‘고용의 유연성’은 제고된 반면‘실업의 지속성’은 외환위기 이전보다 오히려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 단기적인 관점 ; 고용조정의 유연성 개선
<그림 1>과 <그림 2>는‘고용조정 계수’와‘실업의 지속성 계수’를 나타낸 것이다. 통상적인 분석방법(OLS)은 분석기간 전체를 가장 잘 설명하는 평균적인 추정치 한개 밖에 얻을 수 없지만, 여기에서는 매 시점별로 시간에 따라 변하는 추정계수(Time-Varying Parameter)를연속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가운데 굵은 실선은 시간에따라 변하는 추정계수이고, 양쪽의 가는 점선은 95% 범위내에서 신뢰할 수 있는 신뢰구간이다. 그리고 굵은 점선은 외환위기 이전, 외환위기 당시, 외환위기 이후 기간의 시간변동계수의 평균치이다.

‘고용의 유연성’을 나타내는 <그림 1>의 고용조정계수는 (-)를 나타내는 것이 경제이론적으로 옳다. 고용은 노동수요의 주체인 기업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경기가 좋을 때 고용이 늘어나고 경기가 나쁘면 줄어드는것이 일반적이다. 경기침체기엔 실업률이 상승하고, 경기회복기엔 실업률이 하락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고용조정계수의 (-)값이 클수록 경기변동에 대해 고용조정이 보다 탄력적으로 반응한다고 해석하고, 단기적인측면에서 노동시장이 유연하다고 평가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용조정 계수는 이론적으로 (-)값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외환위기 이전인 1995년 중반까지 거의 대부분 기간에서 신뢰구간이‘0’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경기변동에 대한‘고용의 유연성’이 거의작동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반면에 1995년 중반부터최근까지는 신뢰구간이 (-) 영역에 있어 경기침체기에실업이 증가하고, 경기호황기에 실업이 감소하는 부(負)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고용조정 계수의 흐름을 보면, 1993년 경부터 추세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하여 외환위기 당시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져 외환위기 당시 극심한 경기침체에대해 고용조정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이루어졌음을 알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인 2000년 들어 다시 상승하고는 있으나 여전히 (-)값을 유지하고 있고, 외환위기이전 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경기변동에 대한 고용조정 측면에서 본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외환위기 이후 개선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외환위기 이후인 2000년부터는 고용조정 계수가 다시 상승하기 시작해 외환위기 당시에 비해서는고용조정 속도가 점차 떨어지는 추세에 있는 것으로나타났다.

외환위기 이후 고용조정 측면에서 유연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기업들의 고용행태가 고용조정이 보다 용이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특징 중 하나는임시직과 일용직 등 비정규직 근로자와 주당 35시간 미만의 단시간 근로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 취업자 가운데 비정규직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은외환위기 이전 20%대 중반에서 2005년 1~9월중에는31.7%까지 상승했다. 외환위기 이전 6%대에 불과하던 단시간 근로자의 비중도 2005년에는12.5%를 기록해 2배 이상 늘었다. 제도적 측면에서 고용조정제와 근로자파견제,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의 도입은 고용불안을 심화시켰다는 부작용이 있지만 고용의유연성 제고에는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 장기적인 관점 ; 실업 충격의 지속성 악화
<그림 2>는 실업률의 지속성을 나타내는 계수로 그 값이 클수록 노동시장이 경직적임을 의미한다. 지속성이커지면 유가 상승 등 외부충격으로 실업이 증가한 후 다시 낮아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지속성 계수는 외환위기 이전부터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에 있었다. 외환위기 이후의 지속성 계수가 외환위기‘직전’에 비해서는 다소 낮아지긴 했지만, 외환위기 이후의 평균치가 외환위기 이전의 평균치보다 높아‘기간 평균’으로 보면 지속성이 악화되었다.

외환위기이전과 비교해서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노동시장이 경직적으로 변한 것이다. 실업의 지속성이 개선되지 않는 것은 장기 실업자비중이 외환위기 이후 낮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과거에 취업한 경험이 있었던 전직 실업자 중에서 1년 이상 장기간 실업상태에 있는 실업자가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998년 11.6%, 1999년 16.3%에서 올해에는 20.1%까지 높아졌다. 이는유럽의 경우, 미국에 비해 실업률이 높고, 노동시장이경직적이라고 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로 유럽에는 장기실업자의 비중이 높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유럽에서는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때 장기 실업자들이 그 자리를 메우지 못해 실업의 지속성이 높고,균형실업률 상승요인으로 작용한다.

● 임금의 유연성 점차 저하
임금의 유연성은 외환위기 직후 크게 개선되었으나 최근 들어 유연성이 저하된 것으로 보인다. 기존 연구에서도 외환위기 직후엔 임금의 유연성이 크게 증대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질임금의 경기순응성이 미국의 두배에 이를 정도로 매우 크다는 연구결과도 있다(신동균·전병유, “실질임금의 경기변동상 변화패턴과 임금곡선”,『 노동경제논집』2002년). 노동부의『임금구조기본통계조사』자료 등을 분석한 이 연구에서는 우리나라의 경우 실업률이 1%p 하락할 때, 실질임금상승률은 약3.25%p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하였다.

하지만, 2004년 이후엔 임금의 경기연동성이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 2003년까지는 경제성장률과 임금상승률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으나 2004년부터 올해 3/4분기까지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외환위기직후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2년간 임금이 오히려 경기역행적인 모습을보이긴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임금의 유연성이 제고될수 있는 여지가 많아 보인다. 연봉제및 성과배분제, 연공서열형 임금체계 완화 등 성과주의임금체계로의 전환이 늘어나는 추세에 있어 제도적인측면에서 임금의 유연성을 제고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연공제와 성과배분제 도입이유로 생산성 향상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점도 임금의 유연성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기능적 유연성 제고된 듯
기업내부 인력운용의 유연성(internal labor marketflexibility)은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노동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외환위기이후 기업 구조조정에서 가장 활발하게 사용된 방법은고용 또는 임금조정 보다는 기존 인력의 배치전환, 부서통폐합, 팀제 도입, 분사, 외주 및 하도급 확대 등을 통한‘기능적 조정’이었다. 이러한 기능 조정을 실시한 업체의 비중이 59.6%로 가장 높은 것은 기능적 유연성이제고되었음을 뒷받침한다고 할 수 있다. 명예퇴직, 정리해고, 신규채용 동결 등‘인원 조정’은 40.1%의 사업장이 실시했으며, 그 외에‘임금 조정’이 31.7%, ‘근로시간 조정’이 16.0%의 순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기업들이 근로자 및 노조의 반발이 큰 고용이나 임금 조정보다 기능적 유연화에 치중한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장기실업 해소 시급

이상을 통해 외환위기 이후 고용의 유연성과 기능적 유연성이 개선되었고, 임금 부문은 최근 경기역행적인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점차 개선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노동시장 유연성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평가할 수 있는‘실업 충격의 지속성’은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어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전반적으로 개선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결과는 향후 정부의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즉 성장잠재력 확충을 통한일자리 창출과 직업훈련, 취업알선, 규제완화 등을 통해장기실업을 줄여 실업의 지속성을 낮추는 노력이 좀더필요하다는 것이다. 거시경제 측면에서도 실업의 지속성 개선은 매우시급하다. 고용조정이 유연화되더라도 실업의 지속성이 개선돼 실업에서 쉽게 탈출할 수 있다면 별 문제가안될 수 있다.

미국은 고용이 불안하지만 다른 직종, 다른 직업으로 재취업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에 고용불안이 경제적,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지는 않고 있다.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고용의 유연성이 제고되면서 비정규직 양산, 고용불안과 함께 한번 실업에 빠지면 재취업하기가 점차 어려워지는 등의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소득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빈곤층이 늘어나는 요인으로 작용해 최근 내수의 본격적인 회복을 가로막는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노사관계에서도 노조가 고용조정에 강력히 저항할수 밖에 없어 강성노조를 유도하고, 청년실업을 늘리는환경을 제공하는 측면이 있다. 결국 고용, 임금, 기능의유연성 제고뿐 아니라 장기실업 축소 등 실업의 지속성도 개선돼야 진정한 의미에서 노동시장이 유연화됐다고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LG경제연구원 송태정 경제연구그룹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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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송태정 경제연구그룹 부연구위원 이메일 보내기 추일성 홍보실장 02-3777-0481 / 019-377-0481 이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