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통사, 한미정상회담에 즈음하여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항의서한
한미정상회담이 한미동맹 강화, 동북아 역사, 북핵문제, 경제·통상협력 증진 방안 등을 의제로 17일, 경주에서 열립니다.
우리는 귀하와 귀국 정부가 보여주는 최근의 언동이 한반도와 동북아의 진정한 화해와 평화, 호혜평등한 한미관계로의 전환을 심각하게 침해할 것을 우려하면서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평택미군기지 확장, 이라크 파병 연장 강요를 즉각 중단하십시오!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이 ‘미래지향적 한미동맹으로의 관계 정립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상징적 자리’가 될 것이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용산기지 이전을 비롯한 주한미군 재배치, 이라크 파병, 주한미대사관 이전 등 미국의 제국주의적 야욕과 불법적이고 부당한 요구를 굴욕적으로 수용하는 방식으로는 진정한 의미의 미래지향적 관계는 결코 형성될 수 없다고 확신합니다.
더욱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근본적으로 위협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이를 뒷받침하는 평택미군기지 확장 등의 제반 조치들을 촉진하고,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뿐만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실패가 명확한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침략전쟁을 뒤치다꺼리하는 파병 연장을 합의하는 속에서 운위되는 ‘미래지향적 한미동맹’이란 수직적 한미동맹의 고착화와 고도화 외에 다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두고 ‘미래지향’ 운운하는 것 자체가 우리 국민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독이요 기만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한국 정부는 국민에 의해 정당하게 선출됐기 때문에 주한미군 재배치는 한국민 의지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귀하의 강변이야말로 역설적으로 귀하의 이라크 침략이 귀국 국민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주한미군 재배치가 우리 국민의 반대에 직면해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아닙니까?
따라서 우리는 귀하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및 평택미군기지 확장과 관련된 어떤 강요도 우리에게 하지 말 것과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연장 강요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일본 군국주의자들의 침략전쟁 미화로 인해 발생한 한·중·일 간의 갈등에 대한 편파적인 간섭을 통해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체제 구축의 걸림돌을 제거하려는 기도를 즉각 중단하십시오!
귀하는 ‘동북아 역사 대화’를 주요 의제로 들면서 “한·중·일 지도자간 대화를 통해 과거를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갈 것을 촉구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중·일 나라들 사이의 역사문제에서 갈등이 일어나는 근본 원인은 일본 군국주의자들이 주변국에 대한 침략전쟁과 식민지·반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함으로써 군사대국화의 정신적 기반을 삼으려 하는 데 있습니다.
따라서 피해당사국의 입장에서 볼 때, 이 문제는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현재의 문제입니다. 침략전쟁을 정당화하는 언동을 일삼는 일본 정부당국자들의 행태를 그대로 두고서는 한·중·일 사이의 우호적인 미래를 기약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귀하가 한편으로는 미일동맹의 일체화를 추구하고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부추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마치 공정한 중재자라도 되는 것처럼 한·중·일 관계를 ‘지도’하려는 그 가증스러운 태도에 대하여 우리는 역겨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욱이 귀하는 정당한 문제를 제기하는 피해국들에게 잠잠할 것을 요구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귀하가 이와 같은 편파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한국을 최하위 파트너로 한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을 구축하려는 귀국의 제국주의적 야망이 한일 양국의 갈등으로 인해 차질이 빚어지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에 우리는 동북아 역사문제에 불순하게 끼어들어 자신의 제국주의적 야욕을 충족시키려는 귀하의 행태를 강력히 규탄하면서 이에 대한 부당하고 편파적인 간섭을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촉구합니다.
북에 대한 고립·압살 기도를 즉각 포기하고 진정한 협상에 나서 북핵문제를 해결하십시오!
귀하는 6자회담과 관련하여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참가국들이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야 하고 참가국들 간 대화를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우리는 이 주장이 여전히 북을 대화와 협상의 상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고립과 압박의 대상으로 보고 있음을 드러내 주는 것인 한편, 4차 6자회담에서 경수로 문제 등 일부 문제에서 미국의 입장과 다른 목소리를 낸 한국을 윽박지르려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는 귀국이 의도하였으나 이미 실패한 북에 대한 5 대 1 고립 구도를 또다시 들고 나온 것이자, 귀국의 일방적 주장을 강요하고 관철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는 것입니다.
귀하는 또한 북의 경수로 요구와 관련, “북한 핵폐기의 구체적인 결과가 나오면 적절한 시점에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주장 역시, ‘공약 대 공약’, ‘행동 대 행동’원칙에 입각하여 ‘상호 조율된 조치’를 취하기로 한 6자회담 공동성명에도 위배되는 미국의 일방적 요구일 뿐입니다. 제네바 합의에서 이미 제공하기로 한 것을 아직도 주지 않으면서 핵폐기 후에나 경수로 제공을 ‘논의’하겠다는 것은, 이 문제를 최소한의 신뢰의 징표로 보고 있는 북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라고 봅니다. 북 입장에서 볼 때, 귀국의 이런 일방주의적 태도를 보면서 사실상 무장해제 상태에서 침략을 당한 이라크사태를 떠올리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대화 상대국의 지도자를 ‘폭군’으로 지칭하고 상대방을 굴복시키겠다는 그 적대적 태도로 볼 때, 우리는 6자회담의 앞날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귀국의 이런 극단적인 일방주의적 행태가 바뀌지 않는 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은 요원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귀하가 또다시 북핵문제를 파탄으로 내몰 생각이 없다면 북에 대한 고립책동을 즉각 중단하고 실질적인 협상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무역 및 투자자유화에 대한 일방적 압력을 즉각 중단하십시오!
귀하는 “무역은 자유롭고 공정해야 한다”며 “노무현 대통령과 회담에서 공정무역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귀국은 광우병을 이유로 유럽산 쇠고기에 대해서는 수입 금지 조처를 취했지만 한국에는 제대로 검증되지도 않은 자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며 수입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문화다양성협약’ 채택과정에서 참패를 당한 귀국은 세계 대부분의 나라로부터 문화다양성을 지키는 보루로 평가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스크린쿼터제도 축소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귀국은 타국에는 무차별적인 시장개방을 요구하지만 막상 귀국이 불리할 때는 언제든지 보호무역주의와 무역 봉쇄 정책으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귀국 자본의 이익을 충족시키기 위한 일방적 요구일 뿐인 무역 및 투자자유화와 관련한 모든 압력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2005. 11. 15.
다함께, 미군기지확장반대 팽성/평택대책위원회,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반미청년회, 조국통일범민족연합남측본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평화바람,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제74차 반미연대집회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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