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명예회장의 비서가 대중가요 음반 제작해
음반 <SAL 1집 ; 스물하나, 바람같은 목마름>의 제작자인 최형배는 97년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했다. 당시 장난삼아 음반을 낸 것이 인연이 돼 99년 금호문화재단으로 옮겨 일하게 됐다. 그는 이곳에서 일하는 동안에 국내외 최고의 클래식 연주자들이 무대를 거쳐 간 금호 영재, 영아티스트, 스페셜 콘서트 시리즈와, 2년 전 해단한 세계정상급 실내악단 <금호현악사중주단>의 국내 및 해외 순회 연주회 등 수많은 공연을 기획했다. 2002년부터 현재까지는 한국 최고의 클래식 애호가이자 메세나의 대명사로 불리는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성용 명예회장의 비서로 일하고 있다.
언뜻 음악과는 무관한 듯 보이는 회사원이, 그것도 혼자 힘으로 제작한 음반이라고 해서 그의 음악을 가볍게 평가하면 오산. 그는 고교시절 , 재수시절 <슬픈토요일>, 대학시절 <Crimson> 이라는 밴드에서 Guitarist로 꾸준히 연주활동을 해 왔다.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 오로지 자유롭게 밴드를 하고 싶어 대학에 진학했다는 그는, 남들은 입시 준비에 여념없던 고3 때에도 밴드활동을 계속했고, 결국 삼수 만에 고려대에 입학, 한문학과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범상치 않은 그의 이력만큼이나 그가 만든 음반 <SAL 1집>은 몇 가지 면에서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많은 가요 음반과 질적으로 다르다.
음반 내지에 실린 4 페이지에 달하는 최정은(서울대학교 미학과 강사)의 음반 리뷰에는 <SAL 1집>에 담긴 많은 얘깃거리와 곡해설 등이 실려 있다. 최정은의 해설에 따르면,
<< ..... 대다수 가요 음반은 가수를 위한 것으로 가수의 노래에 가장 큰 비중을 둔다. 그러나 그의 음악에서 가수의 노래란 여러 악기들의 소리들과 함께 노래를 구성하는 한 요소일 뿐이며, 오히려 그가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것은 다양한 악기들의 연주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의 노래의 반주는 그 자체로 훌륭한 연주로서의 가치를 가진다. 악기들 하나하나의 소리에 공을 들인 덕분에 그의 음악은 수차례 반복해서 들어도 싫증나지 않고 들을수록 새롭다.
또한 그는 이 음반의 열 두 곡을 통해 다양한 형식적인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평범한 팝, 발라드로부터 재즈, Rock'n Roll, 퓨젼, 라틴 보사노바, 펑키, 뉴 에이지 락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리듬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뿐만 아니라 그는 한 곡 내에서도 여러 번 조를 변경하거나 평범하지 않은 코드를 사용하는 등 코드나 멜로디의 도약이 많은 진행을 보여준다. 그럼으로써 그는 관습적인 것을 준수하는 가운데에서도 파격과 일탈을 즐긴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특징은 그의 음악에는 모순적이고 상반되는 두 요소가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묘한 역설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이러한 역설은 단순한 수준으로부터 음악적으로 섬세한 수준에 이르기까지 그의 음악 속에 다양하게 스며들어 있다. 예를 들어 단순하게는 아주 슬픈 가사를 담고 있거나 무거운 멜로디를 이끌고 가는 노래의 리듬 자체는 매우 경쾌한 경우와 같은 것을 말한다.
다음은 가사의 차별성이다. 상반되는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우리는 그의 가사를 결코 편안하게 들어 넘길 수가 없다. 너무 통속적이거나 너무 지적이다. 한편으로 그의 가사의 그리움, 실연의 아픔 등에 대한 표현은 듣는 사람을 당혹스럽게 할 정도로 여과되지 않은 솔직한 것이다. 다른 한편 그의 가사에는 동서고금의 문학, 종교적 고전 혹은 철학적 사상을 참조한 매우 지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양자 덕분에 그의 가사들은 정서적 깊이를 잃지 않으면서도 세련미를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하나의 시로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수준급이다. ....>>
수록된 12곡은 모두 최형배가 작사 작곡 편곡 했다. 대부분의 악기는 자신이 직접 연주했고, Saxophone 김원용, Guitar 김광석, Chorus 문지환 등 최고의 세션 연주자가 참여했다. 노래는 자신이 <레메디오스> 등 2 곡을 부른 것 외에 4 명의 객원 가수가 참여했다. 남자 객원가수로는 테너 박인수와 <사랑의테마>를 불렀던 가수이자 베이시스트 이수용이 <눈오던 밤>을, Crimson 1기 보컬 출신 이창욱이 <어부사(漁父辭)>를 불렀다. 여자 객원가수로는, 최형배가 우연한 기회에 이은선이 강남의 어느 클럽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의 노래에 어울리는 목소리라 생각해 참여를 제의, <깊은밤의 추억> 등 3 곡을 부르게 됐다. 최희경은 과거 데모 음반 작업에 참여했던 가수로 이번 앨범에서 <삶, 이미 시작된 게임> 등 5 곡을 불렀다.
직장생활을 병행하니 6개월을 목표로 시작한 일이 1년 6개월이 걸렸다. 고단한 회사생활 속에 밤잠을 쪼개가며 탈옥을 꿈꾸는 죄수가 숟가락으로 흙벽을 뚫어내는 인내심을 가지고, 낙타가 사막을 건너듯 긴 호흡으로 완성했다.
최형배 특유의 감성과 휴머니즘, 그리고 다양한 쟝르와 소재로 이루어진 12 곡이 조화롭게 배열돼 수록된 <SAL 1집 ; 스물하나, 바람같은 목마름>은 힙합, 랩, 댄스 등 10대를 위한 음악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음반 시장에 식상한 매니아 층에게 매우 반가운 선물이 될 것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개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자산 순위 기준 재계 10위 기업으로 아시아나항공, 금호타이어 등 계열사 16개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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