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말 정부 주도하에 불이 붙은 벤처 붐은 영원히 지속될 듯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것도 반짝. 지난 2000년 3월 2900포인트(현재 지수 기준) 부근에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하락 일변도로 돌아서면서 지수가 300~500대에서 줄곧 정체돼 왔다. 그 과정에서 기라성 같은 많은 기업들이 탄생하고 소멸되는 단기간의 부침 속에서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
NHN, 다음, 휴맥스 등은 아직까지 선전하며 부상하고 있는 반면, 벤처기업의 간판 구실을 해왔던 새롬기술, 메디슨, 터보테크, 로커스 등은 시장에서 이미 퇴출되었거나 퇴출될 위기에 직면해 있다. 부상하는 기업과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벤처기업들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단기간의 부침 속에서 사라져가는 벤처기업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을 살펴 봄으로써 이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첫째, 투명경영의 중요성을 인식하지못한 점을 들 수 있다. 이미 시장에서 퇴출되었거나 외면받는 벤처 기업들의 대부분은 투명경영 시비의 구설수에 올랐다. 새롬 기술, 터보테크, 로커스 등이 그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기업이 공개된 이후에는 기업의 주인이 경영자가 아닌 주주라는 평범한 원칙을 잊은 채 발생한 회계부정 사건들이 화를 자초하고 만 것이다.
둘째, 소유와 경영의 분리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초창기 기업규모가 크지 않은 시점에는 창업자 1인에 의한 경영이 가능하였다. 하지만 점차 기업규모가 커짐에 따라 전문 경영인에 의한 선진화된 관리 역량이 요구되었다. 벤처 창업자의 대부분이 엔지니어 출신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어야 했음에도 팬택, 디지털웨이브 등 몇몇 안 되는 소수의 기업만이 전문 경영인을 영입했을 뿐이다. 자신이 키워온 기업에 대한 강한 애착심이 오히려 기업을 어려움에 처하게 한 것이다.
셋째, 핵심역량을 무시한 무리한 사업확장을 들 수 있다. 핵심역량에 근거한 사업확장은 경영의 기본. 하지만 기본을 무시한사업확장은 자원의 낭비를 초래했을 뿐만아니라 결국 핵심사업마저 잃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터보테크의 휴대폰 조립 납품사업, 로커스의 영어 프랜차이즈 사업 진출 등은 핵심역량을 고려하지 않은 사업 확장의 예이다.
마지막으로 위기에 대한 신속한 대처 능력의 부족을 들 수 있다. 벤처기업들은 자금조달, 인재 관리 등 많은 부분에서 취약하였다. 하지만 경영자는 자사에 내재해 있는 다양한 위기요인들에 대해 둔감하였다. 자사에 닥쳐올 위기들을 사전에 감지하지 못하였을뿐만 아니라 사전에 감지된 위기조차도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여,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한 시대를 풍미하다 사라져가는 벤처기업들이주는 교훈은 현재 부상하고 있는 벤처기업은 물론 상장기업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경영의定石이라는 점을 기억해야한다. 투자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받을 것인가는 전적으로 기업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전달해주고있는것이다...LG경제연구원 최병현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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