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예술인협회, 장애인문학 평론지 ‘솟대평론’ 14호 발간
‘솟대평론’ 14호는 △세상을 떠난 장애시인을 소개하는 코너에서 모과 같은 시인 남인우의 삶과 작품 세계를 소개하고 있으며, 평론에서 △‘아베의 家族’의 (비)언어 행위와 그 의미(차희정) △해서탈춤의 장애 풍자(노범섭) △경사로에서 시작되는 예술(이시은)이 ‘솟대평론’의 무게감을 더해주고 있다.
또한 황성환 시인을 비롯한 20명의 장애문인이 신작을 통해 독자들에게 읽을 거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구상솟대문학상 최근 수상자인 ‘한승완과 설미희의 사랑시 이중주’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가출
- 한승완
나의 마음이 없어졌습니다
어느 순간 마음이 텅 비어버렸습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없습니다
가출한 나의 마음을 찾습니다
그래도 안심이 되는 건
내 마음이 갈 곳은 그대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가출한 내 마음은 그대를 훔쳐보고 있을 텐데
가출한 내 마음이 몹시 부럽습니다
돌아오지 않아도 뭐라 하지 못하겠습니다
아픈 사랑은 이제 안녕
- 설미희
사랑은
알 수 없는 이끌림으로 만나고
이슬처럼 적시다가
구름처럼 흩어지는 것
사랑은
깊어질수록 상처도 깊어지고
덧나지 않게 놓아주는 것
사랑은
아픔도 용서하며 미련 없이
보내주는 것
시 ‘가출’에서 한승완 시인은 가출한 나의 마음을 찾는다고 해놓고 그 가출한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알기에 돌아오지 않아도 야단칠 수 없다며, 가출한 마음이 그녀와 손잡고 오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다. 사랑을 찾아 가출한 마음을 부러워하는 시인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설미희 시인은 시 ‘아픈 사랑은 이제 안녕’에서 사랑은 아픔도 용서하며 미련없이 보내주는 것이라 했다. 설미희의 사랑이 아름다운 것은 용서와 미련 조각을 남기지 않는 깔끔한 이별 방법에 있다. 제목이 사랑은 이제 안녕이 아니라 아픈 사랑은 이제 안녕이라고 하여 아프지 않는 성숙한 사랑을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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