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기자회견을 연기하면서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은 28일 저녁 8시부터 자정까지 민주노총의 전재환 비대위 위원장, 배강욱 집행위원장 등과 만나, 그동안 공개적으로 밝혀온대로 “종합적인 상황판단 결과 결단을 내릴 시점이 왔다”는 뜻을 전달했습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한국노총의 뜻과 진심을 이해하겠으나 공조 유지의 중요성과 시기의 민감성을 감안해 기자회견을 연기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용득 위원장은 면담이 끝난 직후 간부회의를 열어 기자회견 강행 여부를 논의한 끝에 민주노총의 요청을 받아들여 일단 연기쪽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이에 앞서 한국노총은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해 현 시점에서 비정규 권리보장 입법의 연내 처리를 위한 방안을 29일 오전까지 밝혀줄 것을 미리 요구했습니다.
한국노총은 오늘 오후 상집회의를 열어 기자회견에 관한 최종 입장을 정리하고 다시 공표할 계획입니다.
비정규법안을 둘러싸고 양대노총은 지난해 10월부터 1년 이상 공조체제를 유지하며 위원장 공동단식농성과 천막농성, 수 차례의 전국집회, 총파업 등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하면서 정부입법안의 폐기와 실질적인 권리보장 입법의 쟁취를 위해 최선을 다해 싸워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2000년 이후 비정규 입법이 연기되는 과정에 비정규직은 점점 더 확산되고 있고 차별도 심화되고 있습니다. 실제 2000년 758만명이던 비정규직은 2004년 816만명으로 확대됐습니다. 한국노총은 올해 정기국회에서 비정규입법이 통과되지 못하고 지자체 선거와 대통령선거가 이어지는 내년 이후로 시기가 넘어갈 경우 권리보장 입법은 17대 국회에서는 완전히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 4월 이후 양대노총이 그동안 정부법안 저지투쟁에서 권리보장 입법 조기쟁취로 노선을 전환했고 국회에서 노사정간 협상이 열리면서 국면은 크게 반전되었습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 의견표명 이후 노동계에 가장 유리한 국면이 조성됐던 4월 협상에서 노사정은 합의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당시 협상 막바지에서 한국노총은 합의를 위한 결단을 내릴 최적의 시점으로 판단했으나 민주노총 이수호 집행부의 입장을 경청하여 양대노총 공조 유지를 더 우선하고 협상을 종결한 바 있습니다.
이어 6월로 접어들면서 김태환 열사 살인사망 사건 이후 노정관계 악화로 협상은 재개되지 못했고 지난 9월에야 양대노총 위원장과 국무총리의 회동을 통해 “비정규법안은 노사간의 대화 결과를 존중하여 국회가 처리한다”는 원칙에 합의했습니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지난 11월 10일 이후 노사간 협상이 재개됐으나 사실상 협상을 거부하는 태도로 일관해온 경영계의 태도로 인해 법안의 실질적인 협상은 한발짝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한편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결단하겠다” “민주노총이 내부적 어려움으로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연내 입법의 총대를 매겠다”는 입장을 누차 공개적으로 밝혀왔습니다. 이에 30일 협상시한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결단을 미룰 수 없다는 최종 결론에 이르게 됐습니다. 850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절박한 문제를 외면한채 명문과 원칙만 앞세워 방치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책임 있는 한국노총으로서 노사간의 주장과 의견을 종합하여 국회통과를 위한 최종안을 밝히고 노동계는 물론 재계와 시민사회에 대해서도 한국노총의 입장을 설득하며, 국회가 이를 수용하여 최종 처리할 것을 촉구하는 담판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기자회견 하루 전인 28일 민주노총 비대위 집행부와 4시간의 회동에서 전재환 비대위 위원장은 “한국노총의 입장을 알겠으나 우려가 크다. 차별시정 부분을 일부 제외하면 독소적 내용이 너무 많다. 한국노총의 안이 노동계 양보안이 되고 통과안은 더 후퇴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밝히며 신중한 검토를 요청했습니다. 배강욱 집행위원장도 “이용득 위원장의 진심은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양대노총의 공조선상에서 좀 더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이에 한국노총은 양대노총 조직간의 입장차이를 이해하는 가운데 기자회견 일정을 하루 연기하고, 충분히 고민의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는 결정을 내리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양대노총은 오늘 하루 더 내부 의견을 조율을 갖고 최종적인 양대노총의 입장을 정리할 계획입니다.
2005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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