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한국노총은 답한다.

한국노총은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를 위해 노동계가 단결해야 한다고 믿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 한국노총이 비정규 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한 최종안을 밝힌 기자회견을 비난하면서 공조파기를 선언한 민주노총의 성명과 기자회견 내용에는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노총은 한국노총이 자신들의 12.1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최종안을 제출한 것을 비판하면서, 한국노총 제시안이 국가인권위원회와 시민사회단체들의 의견에 못미치는 수준이라고 폄하하고, 전재환 비대위원장의 연기요청을 수용하지 않았음을 비난했다. 그러나 이것은 진실이 아니며 옳지도 않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민주노총의 비난 주장이 틀린 이유

첫째, 한국노총의 30일 기자회견이 아니라 민주노총의 12.1 총파업 시기 선택에 문제가 있다. 우리의 투쟁은 입법 쟁취 투쟁이며 그 대상은 국회이다. 12.1 총파업은 공투본에서 결정된 것이 아니라 민주노총 일방적으로 결정한 자체 일정이었으며, 한국노총은 국회 일정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민주노총의 총파업이 국회의 법안심사 시기와 겹치지 않아야 함을 누차 강조해왔다. 지난 11월10일 대표회담 이후 노사간의 비정규 법안 협상 시한은 30일로 확정되었고 국회 환노위는 12월 1~2일 이틀간 법안심사소위 일정을 잡아놓고 있다.

한국노총은 민주노총이 내부 문제로 마지막 기회인 이번 노사협상에서 결단을 내리지 못할 경우 대신 총대를 매겠다고 공언해왔으며, 그 시한은 협상 종료를 앞둔 11월 29일이었다. 30일은 완전한 마지노선임이 분명했다. 오히려 민주노총의 12.1 총파업이 입법쟁취 투쟁이 아니라 법안 저지를 목표로 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또한 한국노총은 비정규 법안에 관한 한 총파업 투쟁이 연내 입법을 위한 유효한 전술로 판단하지 않았으며 그럴 계획도 없다. 다만 정부가 노사관계 로드맵을 입법 예고한다면 총파업을 포한한 총력투쟁을 민주노총과 연대해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혀왔다. 그러므로 한국노총은 더 이상 기자회견을 미룰 수 없었다.

둘째, 한국노총이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3권을 유보했다고 비판하는 것은 억지이고 기만이다. 민주노총 역시 특수고용 문제가 함께 입법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았다. 조속한 입법을 위한 논의틀과 시기 및 절차를 명확히 하자는 것이 양대노총의 입장이었다. 기간제와 파견 관련 입법의 처리 뒤에 곧바로 해야할 일이 특수고용 관련 입법이다. 한국노총은 이같은 입장을 최종안에 담았던 것이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느닷없이 특수고용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이해할 수 없다.

한국노총의 안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표명 내용과는 다르다는 점을 인정한다. 인권위는 기간제 고용의 사유제한을 통한 남용규제가 필요하며 불법파견에 대해서는 직접고용의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노총은 2년 초과후 정규직으로 간주하는 안과 1년 경과 후 사용사유를 제한하고 최장 2년 경과후 정규직 고용의무를 부과하는 복수안을 제시했다. 후자의 안은 민주노총과 공통으로 지난 4월협상에서 제시했던 안이지만 원칙적인 입구 사유제한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 더구나 당시 노사정이 합의했던 사유제한의 목록에는 ‘근로자의 개인적 사정’이라는 항목이 포함되어 있었다. 사유제한은 원칙적인 규제방안이지만 정당한 사유를 충족한 것인지 다툼의 여지가 너무 많고 약자인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개인사정을 빌미로 합리화될 우려가 대단히 높다. 그러므로 규제력이 불투명한 사유제한보다는 기간초과시 무기근로(정규직)으로 자동간주하는 조항을 확보하는 것이 남용규제에 있어 더 실효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불법파견의 경우 직접고용된 것으로 간주하는 고용의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법논리적으로도 그렇고 현실에 있어서도 재벌대기업의 불법파견을 근절하는 확실한 방안이다. 그러나 경영계는 고용의제든 의무든 무조건 반대하고 있는데다 그 배후에 있는 독점자본의 저항은 완강하며 그 영향 하에 있는 국회의 보수적 구성을 현재로서는 넘어설 방법이 없다. 한국노총은 향후 반드시 불법파견의 고용의제를 위한 법개정 투쟁을 전개할 것이며 최종안에 불법파견에 대한 고용의제를 관철하지 못한 것을 애석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불법파견의 고용의무와 사용자책임이 명시적으로 규정된 것은 적지 않은 변화이다. 아무런 법적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법원과 노동부가 손을 놓고 있는 상황과는 큰 차이가 있다. 조직과 투쟁을 통해 사용자의 의무이행을 관철시키고 노동자의 청구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한편 양대노총과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양극화해소 국민연대’의 기자회견은 두 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그 하나는 연내입법 촉구이며 다른 하나는 법안이 담아야할 기본원칙이었다. 국민연대는 “더 이상 노-사간의 이견을 이유로 입법을 방치하는 것은 입법기관으로서의 책임있는 태도라 할 수 없으며, 정기국회 회기내 비정규직 권리보장 입법을 위한 국회 차원의 결단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입법의 원칙과 방향으로 △기간제 사유제한 등 남용억제 장치 △동일노동 동일임금 △불법파견 고용의제 △특수고용 기본권 보장 입법안 마련을 위한 노사교섭과 시급한 입법 등을 제시했다. 한국노총의 이같은 내용은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이들 단체들의 연내입법 촉구를 실현할 수 있는 대안을 총파업으로만 규정하고 있으며 한국노총의 결단을 비난하고만 있다. 한국노총의 결단은 연내 입법을 위한 불가피하고 책임있는 선택이다. 시민사회단체의 주장과 한국노총 최종안의 차이는 불법파견에 대한 고용의제냐 고용의무냐이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이미 앞에서 설명하였다.

한국노총은 시민단체들이 올바른 원칙을 재확인하고 한국노총을 포함한 노동계의 입장을 지지한 것으로 이해하며 협상 당사자로서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입장에서 행동해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끝으로 한국노총은 기자회견을 하루 연기하면서 민주노총 전재환 비대위원장과 막판까지 상의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일방적 연기만 요청했을뿐 정작 “한국노총이 나서지 않고도 연내 권리보장 입법을 관철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달라”는 우리의 요청에는 답하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노동계가 나서지 않아도 국회가 협상결과를 존중해 알아서 입법처리할 것이라고 오판하고 있다. 그러나 일방처리될 법안의 내용은 정부안 수준으로 후퇴될 것이 자명하며 양대노총이 총파업에 나설 경우 법안처리를 무산시킬 것이 뻔하다. 국회가 필요로 하는 것은 노사 한쪽의 수정 결단이며 자신들의 행위에 대한 인정이다. 한국노총은 그 시기가 지금이라고 판단했으며 국회가 한국노총의 최종안을 수용할 경우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민주노총에 당부한다.

민주노총은 1년 반 이상 지속돼온 양대노총의 공조와 지난 4월 이후 비정규법안의 협상과정에서 한국노총과 함께 해온 대화와 고민을 되돌아보기 바란다. 오늘 발표한 한국노총의 최종안은 양대노총 지도부가 충분히 검토할만한 내용이었으며 누군가는 꺼냈어야할 카드였다. 국회가 정부안을 중심으로 일방적으로 법안을 통과시켜도 좋다는 말인가? 한국노총은 800만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와 정의를 위해 전국중앙조직으로서 책임있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며 오늘의 결정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노동자 대중과 국민을 설득할 것이며 비판을 겸허히 수용할 것이다. 아울러 한국노총의 최종안이 무시되고 거부될 경우 전면투쟁에 나설 것이며 그에 따른 어떤 책임도 회피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노총은 민주노총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된 이후에도 양대노총의 공조가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며 공조 유지를 위해 노력해왔다. 또한 앞으로도 노사관계 로드맵 저지 등 당면 현안과 노동운동의 통일적 발전을 위해 과감한 자세로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조직 내부나 일부 정파의 반발을 고려하여 한국노총을 비난하고 무책임한 일부 목소리 뒤로 숨는 방식을 선택한다면 양대노총의 지속적인 공조는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다.

민주노총은 오늘 한국노총이 공조를 파기했다며 스스로 공조파기를 선언했다. 한국노총은 민주노총이 비대위체제로 전환된 이후 결국 공조파기를 선택한 것을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조속히 그 선언과 한국노총의 선택에 대한 평가를 재고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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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삼(Park, Young-sam) 朴泳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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