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대 성명-검찰, 차라리 검찰권을 반납하라
이건희와 삼성. 이 두 이름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절대 권력의 존재가 되어 있다. 하지만 이 절대 권력을 만들어 준 것은 다름 아닌 국가권력이자 권력과 기업에 기생해 또 다른 권력을 꿈꾸고 왔던 ‘대중조작형 언론’이었다. 공권력의 자존심과 공정한 틀을 모두 내던지고 기업에게 자신의 생명과 미래를 의탁해버린 정부와 검찰이 만들어 낸 산물이다. 또 진실과 시민들에 대한 책무를 저버리고 언론이라는 이름만으로 권력을 휘두르고 싶은 언론 아닌 비/반 언론, 수구매체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권경검언 유착의 줄기와 뿌리를 고스란히 은폐한 채 그들의 권력동맹체제에서 꼭 있을 필요가 없는 과거의 권력집단들을 희생양으로 내세우려고 하고 있다. ‘통신비밀보호법’을 어기고 도청과 감청을 자행해 온 아직 정신 차리지 못한 일부 권력집단의 범죄를 부각시키고, 피해자 집단을 내세워 권경검언의 검은 연결망을 은근슬쩍 감추려는 의도인 것이다. 이 속에서 X 파일의 실체인 이건희와 삼성가의 문제를 슬쩍 벗어나 가해자와 피해자가 누구인지를 둘러싼 선정적인 보도와 여론몰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적당하게 자극하고 빠져나갈 태세이다.
한두번 써먹은 수법이 아니다. 제발 더 이상 써먹지 말라. 우리의 현대사에서 공권력과 대중조작 매체의 ‘물타기 수법에 의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건의 진실이 은폐되었는가? 다중의 이익, 시민의 판단은 언제까지 이러한 소수 권력 집단의 장난에 희생되어야 하는가? 이번 기회에 검찰의 반성과 지난 역사에 대한 사과를 요구한다. ‘X 파일’의 진실은 아직까지 밝혀질 미결의 사건이다. 이 세상의 비리와 부정부패, 권력야합은 사람들에게 공개된 자리에서 공식적인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거나 실행되지 않는다. 항상 어두운 밀실에서 비밀리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것들은 대부분 중대한 범죄 도모이다.
검찰은 이상호 기자가 아닌, 바로 이 거대 범죄를 조사해야 한다. 문화연대는 이상호 기자의 사법처리 운운 하는 것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 부패한 권력을 고발한 기자를 구속하는 것인, 지금도 횡횡하는 거대매체가 아닌 민주언론, 언론자유을 구속하는 것과 같다. 위기에 빠진 한국 저널리즘에서도 끝까지 양심을 지키고자 한 기자정신에 대한 폭거다.
‘통신비밀보호법’에는 ‘내란의 죄’, ‘외환의 죄’, ‘폭발물에 관한 죄’,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죄’, ‘범인 은닉의 죄’, ‘살인죄’, ‘체포와 감금의 죄’, ‘협박의 죄’, ‘약취와 유인의 죄’,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죄’, ‘절도와 강도의 죄’, ‘사기와 공갈의 죄’ 등의 실행을 저지하거나 범인의 체포 또는 증거의 수집이 어려운 경우에 통신제한조치를 허가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 제10조에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범죄’에 대해서도 통신제한조치를 하거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X 파일’ 속의 주인공들이 도모하고자 했던 범죄는 ‘사기와 공갈의 죄’, ‘절도와 강도의 죄’, ‘내란의 죄(돈으로 자신들의 권력을 창출하고자 한 내란)’가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 또 대선 후보자들에게 전달되었던 그 돈이 이건희 회장의 개인돈이 아니라 회사돈이었다면, ‘특정경제범죄’에 속한다.
그러나 이러한 범죄를 도모하는 사람들에게 의혹만 가지고 통신제한조치를 취할 수는 없다. 그러니 국정원을 중심으로 도청과 감청이 자행되고 이를 가지고 범죄 도모 집단과 거래를 하거나 탄압의 목적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특히 권력집단 내부에서 서로간의 견제와 감시, 거래와 탄압을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도청과 감청이 없어질 가능성은 없다.
‘X 파일’은 바로 이 어두운 밀실에서 국가와 권력을 좌지우지하고 나누어 가지려는 집단들 간에 오고갔던 대화들을 기록한 것이다. 직접 통신제한조치를 취할 수는 없으니 몰래 엿듣고 녹음하는 수 밖에 없다. 이 기록의 주체는 국정원이며, 이중 일부가 언론사 기자에게 전달되어 세상에 공개된 것이다. 불법적이고 비윤리적인 방식으로 대화가 기록되었고, 기자에게 전달되었다. 이상호 기자는 이중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이다. 불법적인 자료를 획득하고도 신고하지 않고 직접 대중에게 공개한 점, 불법적으로 취득한 자료를 가지고 타인의 비밀을 침해한 이중 범죄자라고 취급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검찰에게 묻자. 무엇이 진정 불법이고 범죄인가?
‘통신비밀보호법’을 유독 사랑하는 검찰은 응답하라. 일반 시민들의 비밀들을 엿듣고 엿볼 수 있는 감시체제를 만들고 있는 정보통신부와 청와대를 처벌할 의지가 있는가? 일반 시민들의 통신비밀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는 국가보안법을 먼저 나서서 폐지할 의향이 있는가? 사이버 공간을 감시하고 다니는 사이버수사대를 처벌하겠는가? 개인적인 대화를 엿듣고 이를 온라인 공간에서 퍼뜨리는 수많은 사람들을 처벌할 자신이 있는가? 증언을 이끌어내기 위해 수사과정에서 불법적인 수사 수단들을 이용하면서 타인의 인권이나 프라이버시를 짓밟아버리는 검찰을 처벌할 의지가 있는가?
우리는 검찰이 절대 그러지 못할 것임을 안다. 그러니 제대로 가보려는 노력이라도 하길 바란다. 중대한 범죄를 도모한 기업 인물들에 대해 쏟아지고 있는 혐의점들을 밝히려는 노력이라도 하라. 제대로 조사 한번 하지 않고 무혐의 처리하려고 하면 검찰권을 아예 포기하라. ‘검찰’이란 ‘조사하여 사정을 밝히는 것(집단)’이다. 조사하지도 않고 생뚱맞게 이상한 사람 잡겠다고 나서면 잔혹한 ‘검객’이 된다. 권력집단 간의 음모와 야합, 유착과 동맹의 연결고리를 사람들에게 공개한 용기 있는 언론인을 처벌한다고 문제가 덮어지리라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2005년 12월 14일 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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