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대 성명- 참극을 빚어낸 한국 스포츠계의 무지함을 규탄한다
1년 전 박용성 대한체육회 회장은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폭력을 행사하는 지도자들이 유능하다는 이유로 은근슬쩍 복귀하는 현실에 대해 “만약 유능한 코치가 없어서 그들이 복귀해야 한다면 내가 지구 끝까지 가서라도 새로운 코치를 찾아오겠다”라며, 한국 스포츠계에 만연한 폭력 문제 근절에 강한 의지를 표명하였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현실은 어떠한가? 강한 의지가 무색할 만큼 현실은 참담하다. 여전히도 한국 스포츠계는 “인권 유린의 독보적인 장”이라는 오명을 쓸 만큼, 수많은 폭력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학생 선수들의 성적, 진학 등을 위함이라며 자신의 권력을 남용하여 신체적 정신적 폭력을 가하는 것을 정당화해왔고, 지도자들은 이것이“교육”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폭력성의 공식과 현실을 한국 스포츠계는“관행”이라고 두둔하고 있다.
현재 전국 곳곳에서는 학생, 학부모, 교사, 지역사회 모두가 함께 학생인권 보장을 위해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으며, 그 첫 번째 결실로 경기도에서는 경기도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되었다. 이처럼 인권의 가치가 발현되기 위해 사회 각계가 한발씩 나아가며 제도적인 장치들을 마련하고 있는 지금, 여전히도 인권의 존중은커녕 구조적으로 폭력이 통용되고 묵인되고 있는 한국 스포츠계는 반성도 하지 않는다. 매번 그저 입으로만 “유감스러울” 뿐이다.
이처럼 한국 스포츠계는 선수의 인권 보호보다는 오히려 가해자의 범죄행위를 정당화해주고 조직보위만을 중시하고 있다. 이는 인권적 감수성의 “결여” 정도가 아니라 “무지함”을 자랑하는 꼴이며, 결국 이 무지함이 11살 어린 선수를 숨지게 만들었다. 그렇기에 이번 사건은 단순한 조사와 가해자 처벌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대한체육회와 대한축구협회 등 관련 행정기관들은 그 동안 선수들의 인권 문제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말로만 숱하게 해온 자정노력이 얼마나 끔찍한 사건을 불러일으켰는지 철저히 반성하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은 현장에서 발생하는 폭력의 원인과 구조적 문제의 개선이 더 이상 스포츠계만의 노력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시민단체, 전문가, 학계 등 사회의 다양한 영역의 개입과 참여를 통해 스포츠계에 만연한 폭력 문제에 대한 근원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실제 현장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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