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 ‘외환위기 이후 저출산의 원인 분석’

서울--(뉴스와이어)--2004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16으로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하였다. 합계출산율은 한 여성이 가임기간(15~49세) 동안 낳는 평균 자녀 수를 가리킨다. 한국은 OECD 국가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통틀어 출산율이 가장 낮은 10개국 중 하나이다.

저출산이 지속되면 장기적으로는 노동공급이 감소하여 성장잠재력이 약화될 수 있다. 또한 연금적자 확대로 국가 재정이 악화되고, 젊은세대의 부담이 가중되는 등 사회 전체에 부작용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정확한 원인 진단에 근거해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저출산의 원인은 크게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우선 미래소득 불안정성증가 등 소득 요인을 꼽을 수 있으며 둘째로는 자녀의 편익 감소와 양육비용 증가 등 자녀 요인, 셋째로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따른 가치관 요인,넷째로는 여성의 경제적 역할 증대, 양성 불평등, 육아와 직장의 양립 어려움등 사회·직장 요인을 들 수 있다.

1990년 이후 한국 저출산 요인을 회귀분석을 통해 추정한 결과, ‘사회·직장 요인 > 자녀 요인 > 소득 요인 > 가치관 요인’ 순으로 저출산에 영향을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녀 요인’보다 ‘사회·직장 요인’이 출산율 저하에더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그리고 외환위기 이후에는 폴란드 등 체제전환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소득 요인’이 ‘자녀 요인’과 더불어 출산율을 떨어뜨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저출산 시대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출산율 제고’와 ‘저출산 적응 정책’을병행할 필요가 있다.

세계 최저 출산율 기록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주요 원인이자 개선에 대한 실행가능성이 높은‘사회·직장 요인’에 정부 대책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등 친가족 근로형태(family-friendly work patterns)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중장기적으로는평생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사회 인프라를 구축하여 외환위기 이후 악화되고 있는 ‘소득 요인’의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 ‘자녀 요인’에 중점을 둔 지원방안은 보조적 정책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아무리 출산율 제고를 위해 노력한다 하더라도 출산율을 인구대체율인 2.1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저출산을 시대적흐름으로 수용하고, 이에 적응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대학을 중심으로 한 고등교육의 개선 등을 통하여 인적 자원의 경쟁력을 향상하고, 잠재노동력인 여성과 고령자를 적극 활용하는 등 인적 자원의 수준을 質的·量的으로 제고해야 한다.

Ⅰ. 문제제기: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

2004년 한국의 합계출산율, 즉 한 여성이 가임기간(15~49세) 동안 낳는평균 자녀 수는 1.16으로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하였다. 이는 한 사회가 현재의 인구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인구대체율 2.1에 크게 미치지 못하며,OECD 국가 평균 출산율인 1.6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문형표·김동석(2004)에 따르면, 저출산 추세가 이대로 지속될 경우 현재5.0% 수준인 GDP 잠재성장률이 2020년 3.6%, 2030년 2.3% 수준으로 낮아질전망이다. 출산율 저하는 장기적으로 노동공급 감소, 연금적자 확대로 인한국가 재정의 악화, 젊은 세대의 부담 증가 등 사회 전체에 부작용을 초래할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저출산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정확한 진단에 근거한 처방이 요구되고 있다.

Ⅱ. 저출산의 원인

저출산 현상은 경제·사회·문화적 특성을 모두 반영한다. 저출산을 유발하는 요인은 소득 요인, 자녀 요인, 가치관 요인, 그리고 사회·직장 요인 등 크게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1. 소득 요인: 미래의 경제적 불안 증가
외환위기 이후 평생직장 개념이 붕괴되고, 비정규직 고용 비중의 상승 등으로 고용불안정성이 증가하였다. 고용불안은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는 최근에도 지속되고 있다. 청년실업 및 중장년층의 명예퇴직이 증가함에 따라미래소득에 대한 불안감도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노동시장의 불안전성, 교육과정 이수와 노동시장에 정착할 때까지 가족구성을 연기하는 여성들의 욕구등으로 인해 첫째 자녀를 출산하는 여성의 평균 연령은 2004년 현재 28.9세로 높아졌다.

2. 자녀 요인: 교육비 증가 및 편익의 감소
도시근로자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 중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3년 8.7%에서 2003년 11.4%로 2.7%p 증가하였다. 특히 보충교육비는 2004년에 64.6%를 기록해 가장 큰 부담요인으로 나타났으며, 2000년의 56.0%에 비해 8.6%p가 증가하였다. 반면, 노후에도 자녀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생계를 해결하거나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추세에 따라 자녀에 대한 노후보장 기대감은 감소하고 있다. 또한 노후보장의 형태도 물질적인 지원보다는 정신적인 유대감과 같은 정서적인 지원으로 바뀌는 추세이다.

3. 가치관 요인: 개인 라이프스타일을 중시
개인의 자아실현과 삶의 질을 중시하는 경향이 확대됨에 따라 자녀에 대한 선호가 감소하고 남아선호사상도 퇴조하고 있다. 출산율에 영향력이 높은 20대의 미혼율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이며, 남성과 여성의 초혼연령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교육기간이 길어지고, 결혼보다 직장생활에 우선순위를 두는 비율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한 자유로운 개인생활을 중시하고 자아를 실현하고자 하는 독신자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4. 사회·직장 요인: 여성의 경제적 위상 향상, 사회적 여건은 미흡
남녀 임금격차 감소 등 양성 차별이 줄어들면서 여권 신장과 함께 여성의 경제활동참여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에 따라 보육시설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는 직장, 양육, 가사 등의 병행이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서 기혼 직장 여성들은 직장과 가사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받고 있는 형편이다. 이는 미혼 직장 여성의 결혼 연령이 높아지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녀 양육은 대부분 부모가 직접 담당하며 보육시설 이용 비율은 저조하다. 20대 어머니의 70∼80% 정도가 직접 자녀를 양육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직장에 다니기 위해서 출산을 포기해야 함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Ⅲ. 자료 및 모형 추정: 사회·직장 요인이 가장 큰 영향

본 연구에서는 1990년부터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최근까지의 자료를 사용하였으며 주성분(principal component) 분석방법을 이용하여 분류된 요인들을 대표할 수 있는 요인별 종합지수를 만들었다. 또한 개별 요인들의 측정단위, 내용, 크기 등이 서로 다르므로 사전에 변수를 표준화하였다. 표준화 작업 후 분류된 요인별로 주성분 분석을 실행하였으며, 제1주성분 값을 해당요인의 대푯값으로 사용하였다. 계량경제학적 모형을 통한 추정에 앞서 종속변수인 출산율과 종합지수인 독립변수들 간의 단순상관관계를 분석하였다. 직장 불안정성 요인이 포함된 소득 요인이 가장 큰 상관관계(-0.921)를 나타냈으며, 그 다음은 가치관 요인(-0.914), 사회·직장 요인(-0.879) 순으로 나타났다. 교육비 요인과 주거 요인이 결합된 자녀 요인은 상대적으로 낮은 상관관계(0.834)를 보였다. 상기 4가지 요인이 모두 포함된 종합적인 분석모형을 추정하였다. 종속변수로는 출산율을 사용하였으며 독립변수로는 주성분 분석으로 도출하여 요인별로 표준화한 종합지수를 사용하였다. 회귀분석 추정 결과에 따르면 사회·직장 요인이 출산율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자녀 요인이 크게 영향을 미쳤으며 직장의 불안정성이 내포된 소득 요인은 자녀 요인보다는 낮지만 비슷한 정도의 영향을 끼쳤다. 가치관 요인은 다른 요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추정치를나타냈으며 통계적으로도 유의성이 적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를 종합해보면 “사회·직장 요인 > 자녀 요인 > 소득 요인 > 가치관 요인” 순으로 저출산에 작용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Ⅳ. 결과 분석과 시사점

1. ‘사회·직장 요인’이 저출산의 주요인으로 작용
전통적인 성역할 등 사회적 관습이 저출산의 주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성에게 편중되어 있는 자녀양육과 가사노동, 남녀의 성역할 분리 퇴색 등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실증분석 결과 교육비, 주거비,주택구입 기간 등 ‘자녀 요인’보다도 ‘사회·직장 요인’이 한국의 출산율 하락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임금 대비 여성임금의 비율과 남녀 평균 교육연수 등 사회·직장 요인을 반영하는 변수들이 출산율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2. 외환위기 이후의 ‘소득 요인’도 ‘자녀 요인’만큼 중요
실증분석에 따르면, 소득 요인도 자녀 요인과 비슷한 수준으로 출산율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2000년대 초반에 발생한 출산율의 급격한 하락은 외환위기 이후의 경제적 불안정성 증가를 국민들이 체감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된다. 과거 고도성장기에 형성된 평생직장의 개념이 퇴색하면서 가계의 소득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미래에 대한 불안이 고조되었기 때문이다. 동독과 폴란드도 체제전환 시기 이후 한국과 마찬가지로 급격하게 출산율이 하락하는 추세를 나타내 미래 불안정성 증가가 저출산에 미치는 영향을 특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3. ‘출산율 제고’와 ‘저출산 적응 정책’을 병행 추진
현 상황에서 출산율을 인구대체율인 2.1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만큼 힘든 과제이다. 전방위적인 출산장려 정책을 펼쳐 비교적 성공을 거둔 프랑스, 노르웨이, 덴마크 등도 1.7∼1.8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2010년까지 OECD 평균인 1.6을 목표로 출산율 제고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2004년 현재 1.16 수준임을 감안하면 至難한 과제라 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저출산 요인을 개선하기 위해 효과적으로 정책을 구사할 수 있는 여지도 크지 않다. 따라서 향후 출산장려정책은 사회·직장 요인 개선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자녀 양육 및 교육 비용 등 ‘자녀 요인’의 개선에 치중할 경우 출산율 제고 노력은 한계에 봉착할 우려가 있다. 일본의 경우에도 여성의 열악한 경제적 지위 등 ‘사회·직장 요인’의 개선이 미흡하여 그동안의 출산장려책이 실패하고 말았다. 현재 정부의 출산장려정책은 영유아 보육비 보조 등 지나치게 ‘자녀 요인’ 개선에 치중하고 있다. 그러나 자녀 양육 및 교육비용 지원정책은 재정지출 대비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우려된다. 따라서 향후의 정책 방향은 자녀비용 지원을 보조적 정책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시에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활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경제 체질을 바꾸는 ‘저출산 적응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은 제고되어야 하지만 이와 함께 저출산에 적응하기 위한 대책을 병행하는 것이 요구된다. 여성, 고령자 등을 활용한 노동 공급의 量的 확대와 인당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노동력의 質的 수준 제고가 필요하다....삼성경제연구소 최숙희 수석연구원, 김정우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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