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미술 ‘세화견문록(歲畵見聞綠)’ 개최

서울--(뉴스와이어)--전통과 현대를 잇는 미술가 16인의 시각을 조명하는 한국현대미술「세화견문록(歲畵見聞綠)」이 2005년 12월 29일부터 2006년 2월 12일까지 한가람미술관 2층에서 개최한다. 세화는 민화의 일종으로 정초에 주고받는 그림을 뜻하는 것으로 새해의 복을 기원하고 잡귀를 쫓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전시는 현대미술가 16명이 참여해 이 세화로부터 영감을 받아 제작한 회화, 설치, 영상, 디자인, 사진, 판화 70여 점이 출품되어 우리 전통의 멋과 어우러진 현대미술을 한눈에 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건축가 서혜림이 전시디자인에 참여해 공간을 작품의 제작의도가 살아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킴으로써 관람객에게 색다른 경험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시는 어린이들까지도 현대미술을 즐겁게 감상할 수 있도록 ‘문자도로 꾸미는 그림 편지’라는 교육프로그램도 병행한다. 이는 아이들의 시각에서 우리 민화의 한 종류인 문자도를 직접 그려보게 함으로써 전시의 이해를 높이기 위함이다.

본 전시는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과 함께 하여 관객들이 세화에 담긴 뜻을 되새기고 병술년 개띠 해를 맞아 작가들이 전하는 <행복 기원> <근하신년>의 의미를 가족과 함께 새롭게 느낄 수 있는 뜻 깊은 자리가 될 것이다.

전 시 명: 한국현대미술「세화견문록(歲畵見聞綠)」
전시기간: 2005. 12. 29 - 2006. 2. 12(45일간, 매월 마지막주 월요일 / 1월 30일 휴관)
주 최: 예술의전당
전시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4전시실(347평)
전시분야: 평면, 입체, 설치 조각, 영상, 디자인, 사진 등
참여작가: 구성연, 김근중, 김태은, 김현지, 데비한, 민균홍, 박지나, 서은애, 서희화, 안상수, 오수환, 이구용, 임영길, 홍경택, 홍성담, 홍지연
전시작품: 16명의 작가작품 70여 점
전시감독: 김영순(예술의전당 전시예술감독)
전시총괄: 김영곤(예술의전당 전시팀장)
책임기획: 송인상(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학예사)
전시디자인: 서혜림(힘마건축소장)
부대행사: 어린이 체험프로그램 “문자도로 꾸미는 그림 편지”
전시설명: 오후 2시
문 의: 02) 580-1272~1279

Ⅰ. ‘세화(歲畵)’에서 우리 미술의 문화적 원천 찾기

설날 아침 큰 절을 <세배(歲拜)>라 부르듯이 세시풍속으로 정초에 주고받는 그림이 <세화(歲畵)>다. 세화는 본래 새해를 축하하기 위해 궁궐의 화원(畵員)들이 그려 궐내에서 사용하고, 신하들에게 나누어 주던 그림이다. 출입문에 그림이나 문자로 그려 붙인 용호한쌍의 용호문배도(龍虎門排圖)가 대표적이며, 사악한 악귀를 쫓아준다는 호랑이와 기쁜 소식의 전령인 까치가 사이좋게 등장하는 호작도(虎鵲圖)나 집안의 풍요와 번창을 가져다준다는 연화도(蓮花圖), 불로장생을 의미하는 세화 십장생도(十長生圖) 등의 길상도가 그것이다. 세화는 민화의 한 갈래로서 새해의 복을 기원하고 잡귀를 쫓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 세화의 표현적 특성과 사회적 기능은 제도화되거나 기성화된 미술의 틀을 재고하고 대중과 상호교감을 할 수 있는 새로운 미술의 가능성으로 제시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중에도 민화가 그러하듯 창작자나 그것을 감상하는 수요자 모두 사회적 계층이나 경계를 초월해 제작하고 공유하는 점은 바로 오늘의 공공 문화공간이 추구하는 바와 같다. 도화서의 화원에서부터 화승이나 지방을 떠도는 방랑화공에 이르기까지 제작자의 이름을 새겨넣지 않는 무명성(無銘性)이나 궁중, 관가에서부터 신당이나 일반 서민의 부엌과 대문, 생활소품에까지 모든 사람의 삶과 생활의 기저에서 애호된 점이 바로 그러하다. 표현상에서는 소박, 순진무구함, 원초적 생명성, 나아가서는 주술적 상징성은 물론 지역공동체의 무한한 문화적 함의까지 포괄하여 우리 미술의 풍부한 문화적 원천을 이룬다.

이 전시는 이러한 세화를 전통 미술의 알레고리(우의)로 사용, 현대 미술가들이 우리의 옛 그림, 더 나아가 전통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오늘의 미술로 창작한 작품을 대상으로 하였다. 한마디로「세화견문록」은 현대 미술가들이 우리 미술의 본모습을 찾아 독특한 상상력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다.

Ⅱ. 현대미술의 눈으로 ‘세화’의 의미를 되새긴다

본 전시의 기획을 맡은 송인상 학예사는 전통적 풍속과 생활 속에 생동하는 ‘민화’의 문화적 가치에 주목했다. 특히 연말연시라는 시의에 맞추어 ‘세화’라는 주제로 압축했다. 하지만 그는 ‘세화’의 의미와 기능의 일부를 수용하면서도, 오늘의 살아있는 미술에 더 많은 관심을 두었다. 따라서 참여작가들도 다양한 장르와 매체를 통해 활약상이 돋보이는 20대에서 50대까지 16인의 작가들이 초대되었다. 이들은 세화의 정신과 사회적 기능의 의미를 새롭게 연출하는 이른바 ‘신 세화(新 歲畵)’를 보여준다.

「세화견문록」은 우리의 민화를 비롯한 전통적 미감을 바탕으로 작품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그 정신을 창작 에너지로 활용한 작품들이 주를 이루는 16명의 작품 70여 점으로 구성된다. 회화, 설치, 영상, 디자인, 사진, 판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우리 전통의 멋과 어우러진 현대미술을 한눈에 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출품작품의 면면을 따져보면 전통에 대한 다양한 변주를 보여주고 있는데, 내용과 형식을 기준으로 볼 때 대체로 전통의 정신을 순수하게 이어가는 작품과 전통을 일정 부분 차용하되 오늘의 시각에서 이를 재해석한 작품, 그리고 전통에서 영양분을 흡수하되 전통과 현대의 간극을 뛰어넘는 작품 경향으로 나누어진다. 이런 작품들이 하모니를 이룬 전시에서 기대하는 것은 현대 미술에서 전통미술의 환기 이외에도 민속에서 유래한 세화나 민화의 본래 의미를 현대미술의 맥락에서 드러내 보이는 데 있다.

Ⅲ. 전시의 틀 - ‘이음’, ‘비틂’ 그리고 ‘즐김’

전시「세화견문록」은 그리 고답적이지도 그렇다고 대중적 세속성으로 인한 가벼움이나 옛이야기를 패러디하며 즐기는 오락의 장도 아니다. 회화나 철조에서부터 사진, 설치, 영상에 이르기까지 ‘세화’라는 화두를 공유하면서도 담담한 산책자, 연금술사적 상상력과 문자구조의 리듬이 신년의 맥박이 고동하는 표현의 공간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의 서술 또는 전시장에서 작품 진열의 기준으로 제시한 ‘이음’ ‘비틂’ ‘즐김’의 과정으로 작가와 작품을 살펴보자. 송인상 학예사에 따르면, 이 기준은 어디까지나 전시 흐름을 인식하는 장치라는 데에 의미가 있을 뿐 명확한 기준으로 제시한 것은 아니다.

이음

전통 미술과의 인과 관계가 비교적 많이 드러나는 작품이 여기에 해당한다. 김근중, 김현지, 임영길, 홍성담, 서희화가 참여한다. 작가들은 시대가 변함에 따라 작품의 재료가 달라지고 형식이 변했지만 그 내용은 가까운 일상에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한 주제에 관심을 가졌다. 주로 삶의 기원(祈願)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전통과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다.

김근중의 작품은 모란도의 형식을 빌어서 순수본성의 회화정신을 되살려낸다. 그는 조선시대 민화가 열린 사고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고 인식하여 자신의 작품에 내적 힘으로 이를 반영한다. 김현지는 작은 원형의 닭 그림 수십 개를 벽에 부치는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닭의 해에 연하장처럼 남에게 주기 위해 만들었다고 하는데 본래 세화의 성격을 간직한 작품에 해당한다. 임영길의 입체 설치 작품에는 열두 마리의 한국의 길상 동물이 등장한다. 그는 고결한 길상의 의미가 사라진 시대에 길상의 동물들을 자신의 손으로 다시 표현해내 그 하나하나의 고결한 의미를 복원하려 한다. 홍성담은 디지털 시대를 반영하여 컴퓨터 부속품인 기판이나 메인보드 등을 오브제로 사용, 컴퓨터 바이러스 소멸을 기원하는 부적으로 표현하였다. 서희화는 가벼운 플라스틱 폐자재에다 원색의 화려한 색채를 입히고 이를 다시 조합, 해체해 우화적인 화조도와 문자도를 자신의 독특한 설치작품으로 재탄생 시킨다. 그의 작품은 민화의 대중적인 요소를 오늘의 현대미술과 절묘하게 조우시켜 새롭게 기록될 오늘의 민화를 만들어 간다.

비틂

전통 미술의 형식과 주제가 오늘의 아이콘으로 변환, 현대 미술을 즐기는 관객에게 도발적인 시선을 던지는 작품이 주를 이룬다. 서은애, 박지나, 홍경택, 홍지연, 구성연, 데비한이 참여한다. 참여작가들은 때로는 과거의 소재를 차용하여 현실을 살짝 비틀어진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즐거워한다.

문자도를 차용한 서은애의 작품은 노골적인 화면 구성이 보는 이로 하여금 흥미를 갖게 한다. 세상을 향해 농담이라도 던지는 듯한 어조로 배치된 작가의 상징물이 문자도의 주인공으로 전이되는 순간, 보는 이는 쉽게 시선을 뗄 수가 없다. 박지나는 한지 위에 채색화 물감으로 전통의 미를 재해석하여 신 조형을 추구하며 혼성 이미지로 오늘의 문화를 반영해 나간다. 원래 민화가 소망의 그림이듯이, 투도어 냉장고를 갖고 싶어하는 현대인의 욕망을 민화처럼 익살맞게 드러낸다. 홍경택은 책거리 구도를 차용하여 책으로 뒤덮인 서고(書庫)를 작가 상징물과 함께 세밀하게 재현한다. 책을 좋아하고 팝 문화를 즐기는 작가의 욕망을 투사했음을 알 수가 있다. 홍지연은 신성한 만다라 도상으로 모란도를 재배치, 타 문화 또는 우리 전통과의 다중적인 대화를 시도하는 동시에 미술이 가진 제의적 성격을 기발하게 환기시킨다. 작품을 벽에 거는 대신 수평으로 전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구성연은 팝콘시리즈를 선보인다. 나무 가지에 팝콘을 연출하여 찍은 사진 작품은 팝콘과 매화라는, 전혀 다른 질감을 두 존재가 감쪽같이 서로를 속이고 관객을 속이는 깜찍한 속임수로 즐거움을 선사한다. 전통화 소재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매화가 오늘날의 색다른 형식의 신세화로 새롭게 태어나는 셈이다. 데비한은 전통 미인을 전통 음식재료로 장식한 다소 도발적인 사진작품을 선보인다. 음식재료인 파가 여인의 관능미를 부각시키는 풍성한 머리카락으로 장식된 기묘한 여인의 이미지를 통해 우리는 여성과 음식, 또는 우리의 전통문화와 곳곳에서 섹슈얼리티를 부각시키는 팝아트적 광고 이미지의 묘한 얽힘을 한번쯤 생각하게 된다.

즐김

인생의 즐거움을 뜻하는 락(樂)은 동양권에서는 높은 경지의 미학적 가치개념이다. 거침없고 자유로운 상태에서 전통을 대면하는 작품이 이에 해당한다. 이 섹션에는 민균홍, 이구용, 오수환, 안상수, 김태은 작가가 참여한다. 이러한 작품들에서 즐거움은 무의식이 작용하며, 때로는 유유자적하다.

민균홍은 철로 용접하여 만든 조각 작품은 형식이 절제된 가운데 천진난만하고 부드러운 선의 유희를 만끽하며 자연스러운 미감을 잘 드러내 보이고 있다. 이구용은 필획을 중심으로 한 단순하고 즉흥적인 선을 사용하여 산의 기운과 정신성을 드러낸다. 거친 획으로 처리한 산의 능선이 맛으로 치면 담백하다. 단편적인 풍경의 의미를 넘어 투박한 미감을 선사한다. 유화로 그렸음에도 수묵의 획으로 그린 듯 한 기운 생동함이 묻어나는 오수환의 작품은, 지극히 단순한 가운데 자연스런 획의 흔적에서 그가 좋아한다는 노장사상의 변주가 느껴진다. 시각디자이너 안상수의 작품은 타이포그래픽을 응용한 문자그림으로 알파(α)로 시작해서 한글 자음 ㅎ으로 문자 이음선이 맺는다. 중심문화 즉 서구문화에 대항하는 아이콘으로 한글을 사용, 영어가 지배하는 시대에 문화 주권 회복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김태은의 영상작업은 이미지에 대한 인간의 욕구를, 민화에 나타난 표현 현상 즉 복을 기원하는 도상이나 그림 문자 등의 제작 및 〮유통과 유사하다고 보고 민화의 속성을 작품에 대입시켜 유행을 따르길 좋아하는 현대인의 심리와 욕망을 표현하였다.

Ⅳ. 관객과 작품이 하나가 된다? - 건축가에 의해 빚어진 이색 공간

이번 전시에서 특히 눈여겨 볼 대목은 전시디자인의 변화다. 전시장에 들어서는 관객은 뜻밖의 새로운 공간을 체험하게 된다. 전시디자이너로 건축가 서혜림씨가 참여하여 입체감 있는 이색적인 전시공간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의 대부분의 미술 전시는 외부의 방해 없이 미술작품 자체로 보이기 위한 백색의 정방형 공간에서 이루어져 왔다. 이번 전시는 때로는 비스듬히, 때로는 비틀린 공간을 지나며 작품과 작품이 놓인 상황을 관객의 발로 걸으며 확장된 감동을 하게 해줄 것이다. 전시장 한가운데는 관객이 앉아서 여유 있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 두었다. 이제 관객은 작품을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 자신이 전시된 작품과 하나가 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 전시 기간 동안에 함께 하여 세화라는 이름을 환기하고, 병술년 개띠 해를 맞아 작가들이 전하는 ‘행복기원’, ‘근하신년’의 의미를 가족과 함께 새롭게 되새길 수 있는 뜻 깊은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Ⅴ. 어린이 체험프로그램 “문자도로 꾸미는 그림 편지”

‘문자도로 꾸미는 그림 편지’는 아이들의 시각에서 우리 민화의 한 종류인 문자도를 직접 그려보고 감상하는 아동미술 프로그램이다. 문자도는 문자와 그림이 함께 그려진 것으로 전통 설화나 민담 그리고 복을 기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꽃 글씨라고 불릴 만큼 미감이 풍부한 문자도는 문자가 딱딱한 글씨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아름답고 재치 있게 표현되어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기존의 문자도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신만의 생각과 이야기를 담아 표현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그리하여 아이들이 우리 조상의 정신이 담긴 문자도를 이해하고 나아가 자신의 개성이 담긴 문자도를 한번 만들어보는 기회를 마련하였다.

이번 어린이 프로그램에서는 한문으로 부모님에 대한 사랑을 나타내는 '효'자와 친구 간의 우정을 의미하는 '신'자를 그림으로 꾸며보게 된다. 밑그림으로 그려진 한자의 형태를 따라서, 과거 민화에서 드러나는 기복과 벽사의 의미가 있는 그림들을 아이들이 이해하고 그 상징적인 요소들을 포함하여 그림문자를 꾸미게 된다. 동시에 과거에 문양이나 동식물이 지니는 상징적인 의미와 내용을 이해하여 재현함은 물론 현재 아이들 각자의 생각과 상상력을 통한 자신의 이야기를 새롭게 표현하도록 마련하였다. 또한, 그림문자 뒤에는 부모님이나 친구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어 그림문자와 함께 각자의 마음을 담은 그림편지가 되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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