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황우석 사태에 대해서는 신문과 방송의 책임이 매우 큼을 자인했다. ‘국익’이라는 보이지 않는 허상으로 공론의 부재와 사회적 토론의 봉쇄 구조를 만들고, 그럼으로써 문제의 합리적 해결을 방해한 게 바로 매체라는 데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았다. 합리적 문제 제기 채널을 철저히 차단하고, 궁극적으로 진실을 ‘국익’으로 봉합해 이 지경까지 만든 책임에 있어 방송은 흔히 말하는 ‘조·중·동’과 아무 차이가 없었다. 진실의 규명에, 사태의 해결에 대체 어떠한 역할을 했는가? 그러나 최근 철저한 침묵과 방관으로 일관했던 방송이 갑자기 목청을 높이기 시작했다. KBS와 SBS가 특히 그렇다. 조직적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조사를 비판하고, ‘네티즌’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을 선동한다. 검찰 조사를 제대로 하라고 은근히 위협한다. 앞으로 뭔가를 터트리겠다는 식의 뉘앙스를 비춘다.

SBS나 YTN은 관두고라도, 혈세로 운영되는 KBS는 발언의 주체가 아닌 반성과 비판의 대상이다. 한마디로 ‘국민’의 이익을 떠들 자격이 없다. 신문사들을 보라. 그래도 최소한 신문에서는 자기 성찰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1일 <한국일보>는 대표적이다. ‘이제 황우석을 잊고 새로 나아가자’라는 사설을 통해 “검증 능력 부족이야 할 수 없었지만 과학적 성과를 스포츠 중계하듯 했던 행태에 대해서는 입이 열이라도 할 말이 없다”고 반성했다. 12일에는 ‘황우석 사태에 책임 큰 언론’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다시 언론의 문제점을 고백하였다. 조·중·동조차 광기에 대해 이제는 우려를 분명히 표시한다. 방송사 내부 기자들도 반성의 모습을 보인다. 지난 12일 있었던 황우석 교수의 기자회견 생중계를 둘러싸고 방송사 내부 기자들 사이에서도 기자회견의 생중계의 적절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미디어 오늘>이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자성은커녕 오히려 의혹을 부풀리고, 혼란을 야기하며, 여론을 선동하는 구태를 되풀이하는 작태가 방송, 그것도 공영방송/국가기관방송인 KBS를 통해 나타나고 있는 이 기막힌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또다시 노골적으로 ‘국익’을 강조하고, 사실과 진실보다는 실체가 의심스러운 ‘네티즌’의 말이 중요하며, 진실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보다는 ‘국론’의 통일이 필요하다는 이 퇴행적 망령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외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가 똘똘 뭉쳐야 하는데 오히려 ‘국론’을 분열시키는 매체가 문제라는 식의 박정희, 전두환 시대를 빼닮은 억지가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17일 방송된 KBS <시사중심>이 이를 잘 예증한다. “이 냉혹한 세상에서 얼마나 현명하지 못한지 참으로 안타깝기 짝이 없다”는, ‘국민’이라는 유령을 내세워 시청자들을 가르치려 드는 진행자 PD의 오만한 외침으로 잘 집약 된다

실제 지난 17일 방송된 <시사중심>은 현재 황우석 교수의 비판적 목소리에 대한 문제와 조사 결과의 의문을 제시하는 <서프라이즈>의 신상철 본부장과 이와는 다른 의견을 보이는 <조선일보>의 김철중 기자를 패널로 초청하였다.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입장인 <서프라이즈>와 보수신문의 대명사인 <조선일보>를 대결구도로 설정한 저열한 정치적 플레이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황우석 교수의 지지는 <서프라이즈>로 집결시키고 이를 다시 정권에 대한 지지로 끌어내고자 함인가? 그래서 ‘네티즌’을 규합하는 것인가? 누굴 위해서? "우리나라는 아주 조그마한 분단국가로서 IT를 넘어 세계 BT전쟁에서 영국, 프랑스 등의 선진국들과 싸우려면 정부/기업/국민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는 힘을 합쳐야 할 때 스스로 땅바닥에 곤두박질치지 않았는지 깊이 성찰해봐야 한다. 국제적으로 현명해져야 한다"는 전용길 PD의 발언은 대체 누구의 진심을 담고 있는가?

<추적60분>을 통해 속이 뻔한 동맹관계를 계속 밀고나갈 것인가? 우리는 분명히 경고한다. 당장 중지하라. 우리는 현재 부분적으로 드러나는 위험한 작태가 진실 규명의 노력과 아무 상관없다고 판단한다. 여론의 반영이 아닌 조작, 공작이라고 규정한다. 경쟁사에 밀렸다는 감정적 대응,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선정주의 이상의 정치 정략적 동기를 갖고 있다고 의심한다. 우리는 은밀한 조작, 노골적 선동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혈세가 들어간 방송의 실패를, ‘국익’을 내세워 ‘국민’을 선동하는 공익의 추락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KBS의 주인은 시민이다. 우리는 반성하지 않는 KBS에 대해 우리는 강력히 요구한다. KBS여, 공영방송의 자리로, 국가기관방송의 본연의 위치로 되돌아가라.

1월 18일
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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