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성명-지율스님을 이대로 죽게 내버려두어선 안 된다
이러한 지율스님의 단식은 마치 지난 1970년대 초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분신한 전태일 열사와 너무나 상황이 흡사하다. 다른 것이 있다면 고속철 건설을 앞세운 토건국가에 맞서 생태계 보전을 위해 죽음을 건 단식을 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의 사태는 또한 최근 사회적 충격을 준 황우석 교수 논문조작사건과도 거의 유사한 사회적 구조를 갖고 있다. 오로지 국책사업, 국익이라는 이름 아래 지도자의 약속 불이행, 엉터리 환경영향평가, 형식적 대안노선 모색, 공동조사 약속 불이행 등 과정상의 잘못을 모두 덮어버리고 오로지 고속철의 유용성만 강조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의 현실이다.
고속철 천성산 관통과 관련해 최근 상황만 해도 지난해 9월부터 진행된 천성산 환경영향공동조사단 활동이 잠정 중단되고 있으나 그 이유에 대한 정확한 보도가 없다. 조사단의 조사가 끝나지도 않았음에도 한국철도시설공단이 ‘공사가 환경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는 식으로 언론에 흘린 것이 주요 신문에 그대로 게재됐으며, 지율스님을 비하하는 책자가 만들어져 대량 살포되고 있다. 이런 점들이 지율스님을 목숨을 건 단식으로 내몰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 스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더욱이 최근 터널 사갱공사를 시작한 뒤부터 부작용인 지하수 유출이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이렇다 할 만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른 데는 사회의 목탁 기능을 해야 할 언론이 국책사업 추진과정에서 제기된 심각한 문제점에 대해 침묵 혹은 방조함으로써 토건국가의 개발업자들 편에서 언론본연의 감시적 기능을 포기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깊은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신학림)는 지율스님의 생명을 건 투쟁과 관련해 언론종사자로서 부끄러움을 금치 못하며 이러한 상황 타개를 위해 아래와 같이 긴급 제안과 함께 우리의 결의를 가진다.
- 고속철 천성산 관통과 관련해 책임이 있는 대통령과 각료 그리고 공단 관계자는 지율스님을 찾아가 진심으로 대화하고 사과해야 한다. 이와 함께 지율스님을 비방한 관련자를 색출해 문책하고, 환경영향공동조사단도 보다 객관적인 조사를 실시, 그 결과를 숨김없이 국민들에게 발표하라.
- 언론은 지금까지 지율스님과 관련된 피상적인 보도행태에서 탈피해 지율스님이 어찌해서 죽음을 건 단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그간의 환경영향공동조사단을 둘러싼 개발지상주의자들의 스님에 대한 비방 등 저간의 사정을 심층취재해 보도하라.
- 현재 항고중인 도롱뇽소송에 대한 소송이 진행 중인데 사법부의 냉정하고도 현명한 판결을 당부한다. 행정부가 국책사업의 효용성만 지나치게 강조하고 여론몰이를 해가고 있는데 반해 사법부만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올바른 판결을 내려야 할 것이다.
- 지율스님은 이유를 불문하고 단식을 중단하고 병원의 응급처지를 받길 간절히 요망한다. 불교계도 지율스님의 단식중단에 적극 나서라.
2006년 1월 2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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