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결정에 대한 문화연대 입장

서울--(뉴스와이어)--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오늘(1/26) 정례브리핑을 통해 스크린쿼터를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한덕수 부총리는 “오는 7월 1일부터 스크린쿼터 일수를 73일로 축소하는 것을 목표로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며, 이에 따른 구체적인 영화산업 지원 대책은 내일(1/27) 문화부가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덕수 부총리는 또한,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 결정과정에 대해 “이날 오전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스크린쿼터가 국제통상 규범상 인정되는 제도임을 감안해 제도 자체는 유지하되 쿼터일수는 줄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문화연대는 노무현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이 왜곡된 국익 논리에 근거한 잘못된 결정이며, 이는 결국 문화정체성·문화다양성 파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덕수 부총리가 발표한 대로, 이번 스크린쿼터 축소 결정은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사전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한덕수 부총리는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규제적인 제도가 장애가 된다면 재고하지 않을 수 없다”며 스크린쿼터를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의 ‘장애’이자 ‘걸림돌’로 지목하였다.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이 곧 국익이며, 이에 걸림돌이 되는 스크린쿼터는 국익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유무역협정, 특히 한미자유무역협정이 국익이라는 전제는 과연 타당한가. 쌀개방과 농업개방을 둘러싼 농민들의 처절한 외침을 접하고도 ‘국익’이란 말을 꺼낼 수 있단 말인가. 이 뿐만이 아니다. 교육개방, 의료개방으로 인한 교육·의료서비스 불평등의 확대, 국제 규범에 맞는 제도개선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기간산업의 사유화, 그리고 사회양극화의 확산 등 무분별한 자유무역에 대한 우려와 문제제기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스크린쿼터와 같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는 가운데 미국의 거대산업자본과 ‘경쟁’을 강요하는 것은, 마치 황소개구리가 토종개구리를 잡아먹듯이 한국의 산업생태계 자체에도 커다란 재앙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문제에 대한 일언반구의 언급도 없이 ‘국익’이라는 말만 앞세우며 이를 위해 스크린쿼터를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을 우리는 이해할 수 없다.

문화연대는 독점방지제도로서 스크린쿼터의 유지 문제를 산업적 이해관계에 따라 판단하는 것은 논리적인 비약이며 억지라고 생각한다. 문화다양성 보호를 위한 스크린쿼터는 지속되어야 하며, 이번 스크린쿼터 축소 결정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스크린쿼터는 헐리웃 영화의 독점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이다.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이 스크린쿼터와 같은 고유의 문화정책을 포기하면서 영화산업 자체가 붕괴되는 처참한 상황을 겪었던 반면, 한국영화는 이제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한국영화 성장의 문제와 독점방지제도로서 스크린쿼터 유지의 문제를 연관시키는 것은 논리적인 비약이며 억지스러운 주장이다. 한국영화 시장점유율이 최근 몇 년간 50%를 넘었다는 것을 근거로 이제는 스크린쿼터를 줄여야 한다니, 그렇다면 한국영화 시장점유율이 50% 이하로 내려오는 것이 타당하다는 말인가. 스크린쿼터는 전 세계 90% 이상의 영화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헐리웃 영화의 독점을 방지하는 제도로서 전 세계적으로 그 타당성과 정당성, 그리로 효용성을 인정받고 있는 제도이다. 이러한 국제적인 현실을 외면한 채, “이제는 괜찮다”는 식의 근거 없는 발언을 하는 것을 우리는 결코 인정할 수 없다. 게다가 한국의 영화산업은 이후 한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임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래 경제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산업을 약화시키려고 안달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이것이 국익인가.

최근 유네스코 문화다양성협약 체결을 계기로 국제적으로도 문화정체성과 문화다양성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대하고 있다. 문화다양성협약에서는 문화정체성과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을 위해 각 국이 고유의 문화정책을 수립할 것을 선언하고 있으며, 다른 국제협약도 이와 같은 문화다양성협약의 내용을 고려해야 함을 선언하고 있다. 얼마 전 문화다양성협약 체결에 동의했던 한국 정부가 문화정체성과 문화다양성 보호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으로 국내외에서 평가받고 있는 스크린쿼터 축소에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스크린쿼터 축소를 전제로 한 한미자유무역협정의 체결은, 민중들의 삶의 조건을 악화시키고 농업, 공공서비스, 제조업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막대한 불이익과 재앙을 초래할 것이다. 미국의 거대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어떻게 ‘국익’일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면 과연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스크린쿼터 축소인가를 다시 한 번 묻지 않을 수 없다.

‘문화다양성’은 무역의 대상이 될 수도, 자유무역을 위한 ‘조건’이 될 수도 없다. 문화다양성을 보호하고 증진한다는 것은 그 사회의 정체성을 보호하고 증진한다는 말과도 같다. 정부의 이번 스크린쿼터 축소 결정은, 따라서 단순히 경제적 국익의 문제로만 따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는 결국 문화정체성과 문화다양성의 파괴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스크린쿼터 축소 결정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문화다양성 파괴하는 스크린쿼터 축소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
문화정체성 파괴하는 스크린쿼터 축소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
국익 운운하며 스크린쿼터 축소 결정하는 노무현 정부 규탄한다!

2006년 1월 26일(목)
문화연대(직인생략)

웹사이트: http://www.culturalaction.org

연락처

최준영 팀장 (문화연대 문화개혁센터 02-773-7707 이메일 보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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