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팀 파벌내분에 대한 문화연대의 입장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출전을 앞둔 쇼트트랙 국가대표팀의 코치가 작년 말 국제대회에서 선수들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중국 애들에게 져도 된다. 선수가 뒤에서 치고 나오면 처박고 넘어져도 좋다.” 중국에게만큼은 져도 되는데 꼭 져서는 안 되는 상대 선수는 미국도, 일본도 아닌, 바로 동료 한국선수들이었다. 사실 파악에 나선 빙상협회 임원들은 선수로부터 이러한 코치의 지시사항을 확인했음에도 단지 코치 자신이 부인한다는 이유만으로, 선수들의 훈련이 더 중요하다면서 못 본 척 하고 있다.
쇼트트랙은 지난해 코치의 선수구타사건, 학부모의 특정 코치 거부, 선수들의 코치 선택, 2인의 코치가 ‘자기 선수들’ 따로 훈련 등의 웃지 못할 코메디를 시리즈로 만들어 낸 ‘사고종목’이다. 그러나 협회는 그 긴 시간 모르쇠로 일관 하다가 이제는 기자들에게 보도를 자제해 달라며 사정하고 있다. 협회의 무능과 태만과 경솔함과 그리고 나아가 뻔뻔스러움은 체육계 뿐 아니라 사회의 비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협회의 임원들과 코치진 간의 파벌싸움은 체육계에서는 유래가 없는 갈등을 야기하고 있고 그 악영향 또한 상상 외로 클 것으로 보인다. 과연 남자팀 코치가 여자팀에서 훈련한 상대 파벌의 남자선수들에게 출전 엔트리를 줄 것인지, 반대로 여자팀 코치는 남자팀에서 훈련하는 여자선수에게 주종목 출전을 허락할 것인지, 또 남자팀에서 훈련한 여자선수가 결승에 오를 경우 여자팀 코치의 지시를 따를 것인지, 혹 결승에 오를 경우 다른 상대파벌의 선수가 치고 나가면 이 한 몸을 내던져 처박고 넘어져야 할지 등등 기상천외한 가능성이 실제로 예견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현제 중국과 미국 등이 쇼트트랙의 강국이지만 이제 한국대표팀은 이들 국가의 선수보다 같은 동료 대표선수를 경계하고 두려워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문제는 어른들 싸움에 어린 선수들이 희생당하는 전형적인 사례이다. 파벌주의가 만연한 체육계에서도 쇼트트랙은 그 파벌의 폐해가 극심했다. ‘한체대파’와 ‘비한체대파’ 간의 암투로 인해 선수들이 대리전을 치르고 있다. ‘전파’와 ‘유파’로 대변되는 이들 ‘어른’들은 각각의 코치들을 앞잡이로 내세워 학부모를 선동하고 어린 선수들을 이간질하여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면서 빙상계를 어지럽히고 있다. 그야말로 ‘조폭’ 수준의 비열하고도 가증스러운 그들의 욕심 때문에 순수해야할 체육이 더럽혀지고 있다.
당연히 이러한 문제를 관리하고 조정해야할 협회와 태릉선수촌도 이들의 싸움으로 인한 폐해를 알면서도 방치하는 한심함을 보이고 있다. 오직 금메달이 중요하니까 파벌끼리 치고 박더라도 성적만 내면 된다는 병적인 사고방식, 그리고 시끄럽더라도 결국 메달만 따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기회주의적은 발상은 한국의 체육을 병들게 했던 첫째가는 원인이었다. 특히 빙상연맹은 작년부터 이어졌던 쇼트트랙팀의 불상사들을 미봉책으로만 일관하다 병을 키운 꼴이 되었고 태릉선수촌은 메달에만 집착하며 쉬쉬 하다가 이 땅의 체육을 망가뜨리는 데 기여하였다. 특히 체육계의 문제를 관리하고 통솔해야할 대한체육회는 그 당연한 직무를 포기하여 체육이 사회의 조롱거리로 전락하게 만듦으로써 그 존재의 이유가 의심스러운 지경에 이르렀다.
문화연대는 이번 쇼트트랙 파벌싸움으로 인한 갈등과 관련하여 빙상연맹과 태릉선수촌, 그리고 대한체육회에 엄중한 경고를 전달하는 바이다. 어른들의 파벌싸움으로 어린 선수들을 희생시키고 순수해야할 체육을 자신들의 이권 다툼의 싸움판으로 만들어 버린 당사자들은 그에 따른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그런 지저분한 금메달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의 요구사항은 다음과 같다.
하나, 빙상연맹 회장은 한국빙상계를 치유불가능의 수준까지 몰고 간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
하나, 빙상연맹은 문제가 되고 있는 쇼트트랙 국가대표팀의 코치진을 교체하고 이번 사태에 연루된 임원들을 징계하라.
하나, 대한체육회의 김정길 회장은 이번 사태에 대하여 해명하고 사과하라.
하나, 직접적 관리감독자로서 이번 사태를 수수방관한 이에리사 태릉선수촌장은 사과하라.
2006년 1월 30일 문 화 연 대(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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