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두의원 서울에세이 5편 ‘도시는 비전이다’

서울--(뉴스와이어)--도시는 비전이다. 도시는 비전을 담은 정책을 통해서 진화한다. 도시는 비전이 없는 정책으로 오염되고,

살기 힘들어진다.

청계천 복원을 지휘한 서울시장이 개발시대에 건설회사 사장이었다는 사실은 상징적이다.

30개나 되는 서울의 개천을 오염시키고 덮어버렸던 것이 바로 개발론이다. 여의도를 만드느라고 사람이

살던 밤섬을 사라지게 한 것도, 한강 백사장 모래를 퍼내서 강변아파트를 지은 것도, 용마산과 남태령이

허연 속살이 드러나도록 돌을 캐낸 것도 개발론이다. 가치있는 모든 것들보다 황금을 앞세우는 개발론은

분명 엄청난 힘이 있지만, 심각한 도시 문제의 주범이다. 건설이 최종 목표인 비전 없는 개발론을 벗어나지 않고서

서울의 미래는 없다.

이명박 시장이 청계천을 복원한 이유가 개발론의 한계를 반성해서인지, 아니면 시대 흐름을 반영하여 재개발하다 보니

복원된 것인지, 본인의 말이 없으니 알 수 없는 일이다.

개발 독재가 즐겨 쓰던 무기인 최루가스가 거리에서 사라진 지 채 10년도 지나지 않아, 양재천이 살아나고,

청계천에 밝은 햇살이 내리쬐기 시작했다는 사실 역시 상징적이다.

논의의 수준을 높여보자. 개발론으로 할 수 있는 건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까지다. 이것이 개발론의 한계다.

만들어진 것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행복해질 것인가는 복합적이고 균형잡힌 정책에 달려있다.

도시는 개발론이 아니다. 도시는 비전과 이것을 실현하는 정책이다.

서초동 예술의 전당을 보자. 1993년에 완성된 중심 건물 오페라하우스는 잔향 시간 1.5초, 객석 2,300석이라는

세계적 수준과 독특한 건축미를 자랑한다. 아쉽지만 개발론이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다.

우면산에 등 돌린 거대한 건물이 시민들과 우면산을 단절시켰다. 지하철역은 1km나 떨어져 있는 바람에

대부분의 관객이 차를 갖고 온다. 1,000대나 되는 주차공간도 부족하다.

객석을 채우는 유료 관객은 49%에 지나지 않는다. 1년내내 클래식 공연장을 한번도 가보지 못하는 서울시민이

93%를 넘는다.

이보다 몇 년 전 빠리 한복판에 바스티유 오페라가 세워졌다. 잔향시간 1.55초, 객석 2,700석으로 외견상 비슷한

수준의 건물이다. 그러나 미테랑 정부의 정책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었다.

바스티유에서 시작되었던 시민혁명으로 왕과 귀족의 권력을 국민이 쟁취했던 혁명 정신을 현대에 맞게 계승하는 것이

중요했다.

귀족적이라는 오페라를 대중들이 즐기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정책 목표가 되었다.

바스티유 오페라가 생기면서 25만원(1등석 기준) 하던 빠리의 오페라 관람료가 10만원으로 떨어졌다.

교향악단 연주는 제일 비싼 티켓이 4만원에 불과하다. 싼 티켓은 서울의 영화관람료 수준이다.

20%에 불과하던 30대 이하 관객이 38%로 증가했다. 객석의 90% 이상이 항상 찬다.

초대 음악감독으로 아시아에서 온 정명훈씨를 선임했다. 비전이란 무엇인지 그대로 보여줬다.

비전 있는 정책과 비전 없는 정책의 차이는 엄청나다. 오직 서울 시민의 7% 남짓만이 빠리보다

더 비싼 관람료를 내고 클래식 공연을 감상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라.

이래서는 두 나라가 다 같은 “공화국”이라고 하기 어렵다.

단순한 정책이라야 국민들이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커다란 대형 프로젝트에만 유권자가 반응한다는

명제도 있다.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가운데, 의외의 사실을 발견할 수 있는 재미 있는 사례가 있다.

가장 필요로 하는 문화시설이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 대규모 공연장이라는 답변은 5.7%인데 비해

중소규모 공연장이라는 답변이 29.7%로 5배가 넘는다. 문화교육 시설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21.6%가 나왔다.

서울 사람들은 규모는 작더라도 가깝고 자신들이 자주 이용할 시설을 필요로 한다는 얘기다.

독재자들이 대형 건축물을 좋아한다는 얘기가 있다. 독재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는 유권자들도 아직

인식의 전환을 하지 못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걸 증명하는 이 여론 조사는 벌써 4년 전에

한 것이다.

서울의 현실에서는 문화 예산으로 대형 공연장을 짓는 일이 먼저가 아니다.

절반도 차지 않는 유료 관객을 모으기 위해, 임대료를 낮추자. 일년에 한번도 공연장을 찾지 못하는

93% 시민의 관람료를 내 주자. 좋은 작품을 만드는 예술인들을 지원하자.

이렇게 복잡한 얘기보다는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서울에 짓겠다”는 말이 훨씬 단순명쾌해 보인다.

인식의 전환이 더욱 필요한 건 과연 유권자들일까 아니면 정치인들일까?

다음 서울시장이 누가 되든 한강과 모든 개천의 생태 복원에 나설 것이다. 내거는 구호 한 줄만 보면 비슷하다.

생태를 복원하겠다, 접근로를 늘리겠다… 그러나 이제는 뭘 만들겠다는 식의 단순한 정책이 아니라,

그래서 시민들의 생활이 어떻게 바뀔지를 제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생태복원이 관건이다. 그러나 ‘건설 공사’를 마치고 생태가 복원될 것이라고 홍보하고 끝나서는 안된다.

교육과의 통합, 자원 봉사 등 시민 참여 활동의 지원을 통해, 지속가능한 생태복원의 기제를 만들어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한강 생태의 복원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투입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보여준 시민참여의 거버넌스야말로 저예산 고효율의 정책을 가능하게 한다.

뚝 떨어진 한강의 생태를 복원하는 정책이 아니라, 생태가 복원된 한강을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즐기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집과 사무실에서 늘 한강을 볼 수 있게 하자. 점심 시간 정도의 짬이 나도 강변을 쉽게 산책하게 하자.

아이들 손 잡고 한강으로 나가는데 큰 맘 먹을 필요가 없게 하자.

우선적으로 판자형 강변 아파트로 차단된 조망권을 회복시켜야 한다. 고도 제한을 완화하더라도,

타워형 아파트 재건축을 유도하여, 한강이 보이는 지역을 넓혀야 한다. 고층 아파트 건설에 따른 개발이익으로

시민 모두를 위한 공유지를 확보할 수 있다. 고속화 도로로 단절된 강변을 주변 마을과 연결시켜야 한다.

지구단위 계획으로 배후지를 확보하여, 생활 공간과 한강의 연속성을 높여야 한다.

청계천을 복원했지만, 시민들에게 어떤 구체적 혜택을 줄 것인가에 대한 비전이 없으면, 시민이 추락사하는 일이

벌어진다. 후다닥 한껀을 해치우는 개발 정책의 습관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시청 직원 몇 명이 공기 단축을 최대 목표로 몰아치는 일은 사라져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민간의 주도권을 인정하자. 시장의 임기 4년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한강은 앞으로도 수만년을 흐를 것이고, 우리 후손들은 이 곳에서 기쁨과 슬픔을 나눌 것이다.

도시는 비전을 통해 진화한다.

웹사이트: http://www.bdm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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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두의원실 02-788-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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