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영화인들의 스크린쿼터 축소 저지 투쟁을 지지하며

스크린쿼터는 한국 영화의 생존을 위한 제도이자 문화 다양성 보존의 중요한 장치이다. 우리는 지난해 10월 제33차 유네스코 총회가 회원국들의 압도적 지지로 문화다양성 협약을 채택하여 자국문화 보호를 위한 정책과 제도가 국제협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선언한 것을 기억한다. 그 중요한 척도로 세계 영화인들은 한국의 스크린쿼터를 주목해 왔다.

그럼에도 노무현 정부는 미국의 FTA 압력에 굴복하여 스크린쿼터를 50%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매우 굴욕적이고도 몽매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그 대안으로 영화계에 대한 4,000억 지원이라는 당근을 내어 놓았지만, 한국 영화계의 현실을 볼 때 이는 참으로 얄팍한 정책에 다름 아니다. 스크린쿼터의 축소로 야기될 한국영화 산업의 몰락은 4,000억이 아니라 4조를 들여서도 복구할 수 없다. 실제 스크린쿼터 50%축소로 예상되는 직접 매출 감소는 연간 6천억 원대 이상이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과 정부는 50%를 상회하는 관객점유율을 근거로 한국영화가 경쟁력을 갖추었으며, 더 나아가 스크린쿼터 축소가 장기적으로 한국 영화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최근 한국 영화가 괄목상대할 정도로 발전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 영화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스크린쿼터에 크게 힘입고 있으며, 한국 영화의 미국영화 시장 점유율은 5%도 넘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 영화시장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 미국 국내에서만도 연간 15억 명의 관객을 지닌 헐리우드의 영화자본은 세계영화시장의 85%를 장악하고 있다. 이는 이미 세계화된 헐리우드의 영화산업이 지구상의 어디에서도 경쟁 자체를 불허함을 가리킨다. 또한 헐리우드 영화산업은 평균제작비 1천억 규모의 영화를 연간 800편씩 지속적으로 생산하면서 엄선된 200편을 세계시장에 내보내고 있다.

스크린쿼터 축소가 한국영화의 발전과 다양성에 기여한다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 스크린쿼터는 헐리우드에 의한 독과점을 견제하는 장치이다. 때문에 스크린쿼터 그 자체는 한국 영화의 다양성과는 직접 관계가 없으며, 오히려 축소하면 한국영화의 다양성과 발전을 파괴할 것이 뻔하다. 쿼터일수가 146일인 지금도 저예산과 독립예술영화의 입지가 턱없이 부족한 상태인데, 하물며 73일로 줄어든다면 저예산영화와 독립영화의 발전 가능성은 더욱 줄어들고 말 것이다.

스크린쿼터의 상영일수 축소만이 문제되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미국의 스크린쿼터 축소 압력은 비단 영화에만 머물지 않고 방송쿼터와 외국인 방송주식 지분율 제한 등 국내 영상산업 보호장치 전체의 폐지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스크린쿼터 축소를 시발로 하여 한미FTA를 통한 미국의 압박은 날로 심화되고 강화될 것이 자명하다. ‘은막의 제국주의’를 통해 한국사회 전반에 대한 ‘코카콜라 제국주의’의 지배를 완성시키는 것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그런 공세의 저변에는 영화를 비롯한 문화 전반을 ‘교류의 대상’이 아니라 ‘교역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뿌리박혀 있다. 그런 시각이 겨냥하는 것은 문화 전반을 다국적 자본의 이윤추구 대상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 점에서 스크린궈터 축소 압박은 문화 전반에 대한 미국의 공세가 이제 본격적인 막을 올리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인 셈이다.

사정이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물론 국내외 독점자본의 이익을 한국의 이익으로 간주하는 이들은 스크린쿼터 축소를 반대하는 영화인들의 운동을 집단이기주의의 발로 정도로 매도하고 있다. 이런 주장은 그러나 작반하장 격의 주장에 불과하다. 오히려 한미FTA의 직접 수혜자가 될 4대 재벌과 미국의 다국적 기업 및 헐리우드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소수 자본-관료들이야말로 자신들의 집단 이기주의를 은폐하며 한국의 문화주권과 경제주권을 침탈하려 하고 있다.

우리 영화인들은 노무현 정부가 “한미FTA를 시작하려면 한국영화부터 죽이고 오라!”는 미국의 오만한 요구에 무릎을 꿇었음을, 스크린쿼터가 한미FTA와 별개라는 정부의 주장이 터무니없음을 잘 간파하고 있다. 우리 민교협은 영화인들의 스크린쿼터 축소 저지 투쟁을 지지하며, 이 투쟁과 적극 연대해 나갈 것이다. 나아가 우리는 한국사회를 미국에 총체적으로 예속시킬 21세기의 새로운 ‘병술늑약’에 다름 아닌 한미FTA 저지를 위해 결사 투쟁해 나갈 것이다.

2006.2.16.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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