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성명-이해찬 국무총리는 국민 앞에 직접 사죄하고 사퇴하라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신학림, 이하 언론노조)은 이해찬 총리를 둘러싼 파문을 보며 착잡한 마음을 가눌 길 없다. 지난 2월 24일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의 상식 이하의 성폭행 사건으로 기가 막힌 국민들에게 국정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국무총리의 무절제한 처신이 또 한 번 깊은 좌절을 안겨줬다고 보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해찬 총리는 공보비서관을 통해 사과할 것이 아니라 국민 앞에 직접 나서 자신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 사의 표명 여부와 상관없이 지금과 같은 그의 태도는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일 뿐만 아니라, 평소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와 국회의원 앞에서 보여줬던 자신의 당당한 태도와도 근본적으로 배치되는 행동이다.
3·1절 골프 모임이 처음 언론에 보도되었을 때, 우리는 2004년부터 시작된 이해찬 국무총리의 각종 골프 관련 파문을 떠올리며 설마 하는 심정으로 사태의 전모에 대해 주시해왔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들은 이해찬 총리의 지난 골프 파문과 관련하여 스스로 사과하고 반성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골프에 ‘미쳐 있다’라는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부산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3월1일 이해찬 총리와 골프모임을 가진 상공인 중에는 주가조작을 통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남겨 검찰에 고발된 전력을 가진 자도 있어 로비골프 모임의 의혹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언론노조는 이번 사태는 국무총리의 3·1절 기념식 참가여부나 휴일 골프모임의 적정성 논의와는 근본적으로 차원이 다른, 국가 행정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국무총리의 국정에 임하는 철학의 부재와 빈곤, 그리고 상황 판단 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판단한다.
사카구치 안고(坂口安吾)는 그의 책 ‘타락론’에서 사회적 위기의 징표를 ‘집단적 타락 증후군’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이는 교통법규처럼 위법으로 적발된 사람들이 운이 나빠 나만 걸렸다고 생각할 정도로 위법이 만연해 있거나 사회의 유명인이나 지도층 인사들이 부정부패로 물러나게 되었을 때 사회구성원들이 안타까워하는 마음 대신에 고소하다는 마음을 느끼는, 즉 타인의 부정을 통해 자신의 부정을 합리화하는 경우가 많아지면 그 사회의 위기는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에 대한 사회적 징벌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한 이해찬 국무총리의 골프 파문은 그래서 우리 사회 위기의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국민들의 분노와 실망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다는 듯이 이를 정쟁으로 몰아가며 책임문제를 희석시키려고 하는 여야 두 거대 정당의 모습에서 한국정치의 위기를 본다.
우리는 이해찬 총리가 재야 시절에 골프를 즐기던 당시의 지배층 인사들에 내뱉었던 쓴소리를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당시 그의 발언들을 다 모으면, 오늘 자신에게 쏟아지고 있는 비난과 비판이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을 그 자신도 확인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이해찬 국무총리가 골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바꾼 것까지 문제 삼을 생각은 없다. 다만, 그가 그동안 주장해왔던 자신의 정치 철학과 원칙을 골프공에 날려버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가져왔던 이해찬 국무총리의 기대는 접을 수밖에 없다.
이해찬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사임수락 여부와 관계없이 총리직을 사임하라.
2006년 3월 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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