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재, 50년 연기 인생 최초의 노출
대쪽 가장의 대명사 격인 이순재. 치매 연기 변신으로 관심을 모은 바 있는 <모두들,괜찮아요?>에서, 50년 연기 인생 최초로 노출 연기까지 선 보였다. 문제의 씬, 이순재는 욕조에 몸을 담근 채 장난감 오리를 가지고 노느라 여념이 없다. 주부 가장인 아내 민경을 대신해, 장인의 베이비 시터로 목욕을 시키고 있는 사위의 표정은 곤혹스럽지만 본인은 정작 아기처럼 천진하게 목욕에 열중하고 있는 것. 일흔이 넘은 배우에겐 다소 부담스럽고 우스꽝스러운 장면이지만 천진난만한 자세로 각종 사고를 저지르는 치매 아버지라는 캐릭터를 집약해서 보여주는 장면이라 흔쾌하게 노출에 동의했다고. 18년 만에 스크린에 주연으로 복귀한 노장의 투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바람 따라 여자 따라 한 평생. 조선팔도 각처에 마누라를 둔 이 왕년의 카사노바는 지금은 막내딸 민경네에 얹혀 사는 신세. ‘오늘의 사건.사고’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그의 사고 리스트는 끝이 없다. ‘대접 잘 받고 갑니다’ 란 멘트를 뒤로 한 채 뜬금없는 가출을 일삼는 건 기본이요. 사위에게 ‘우리 민경이를 잘 키워주게’라는 황당한 부탁을 날리는가 하면, 남의 집 아이를 손자로 착각 해 집에 가자며 윽박지른다. 하지만 동기 자체는 무척이나 순수하다. 남의 집에 너무 오래 있는 건 실례라고 생각하므로, 매너 좋게 집을 나오다 보니 가출로 직결. 오밤중에 망치 들고 설쳐 대는 건 호시탐탐 민경네 집을 노리는 상상 속의 도둑놈들 때문이다. 매 장면, 이순재 특유의 진지한 표정과 발성이 역으로 인물의 엉뚱한 면을 부각. 미워할 수 없는 귀여운 치매 아버지라는 어려운 캐릭터를 코믹하게 완성했다는 후문이다.
이순재의 엉뚱하고 귀여운 치매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 <모두들, 괜찮아요?>(감독 남선호/제작 마술피리)는 우리네 일상에서 벌어지는 ‘사는 게 코미디’같은 집안사를 유머와 감동으로 버무린 홈코미디로, 영화 <집으로…>이후 오랜만에 평범한 가족에 돋보기를 들이댄 국민공감 가족영화다. 오는 3월 24일 개봉해 극장가를 따뜻한 웃음으로 물들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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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피리 마케팅실(512-19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