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서울시당 논평-하이 서울페스티발은 정말 ‘하이’한가

2006-03-16 13:46
서울--(뉴스와이어)--서울문화재단은 3월 16일 2006년 ‘하이서울페스티발’ 설명회를 개최하였다. 올해로 4번째를 맞고 있는 이번 축제는 총 예산이 20억원에 달하는, 서울시에서 개최하는 45개 축제 중 가장 규모가 큰 축제이다.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은 이와 같은 대규모 축제가 애초 취지와 같이 시민참여를 통해 서울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문화적 역동성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문화재단에서 내놓은 2006년 계획은 오히려 해가 갈수록 퇴보하고 있는 ‘하이서울페스티발’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우선 하이서울페스티발이 과연 서울이라는 공간적·역사적 특징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가, 또한 그것이 축제로서 지니는 다수의 특징들이 잘 드러나는가라는 점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해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서울시에서 열리는 모든 축제를 평가한 ‘서울형 축제 발전 및 체계적 지원 방안 연구’에 따르면, 하이서울페스티발은 ‘서울성’의 9가지 지표 중에서 다양성과 역동성 측면만 10위권 안에 들었다. 또한 ‘축제성’의 측면에서도 전체 6가지 지표 중 유희성과 일탈성 부분에서만 10위권에 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하이서울페스티발 기간에 진행되는 대다수의 행사들이 서울시민을 관객화시키는 ‘보여 주기식’이라는 점에서 당연한 결과라고 본다. 물론 매해 시민공모를 실시하여 자유로운 공연을 보장하고 있지만, 그것은 하나의 부대행사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지 못하다. 더구나 올해 전야제의 주제가 ‘한류와 친구들’이라니, 정말 아연할 수밖에 없는 계획이다. 한류스타들로 행사를 채운다고 하이서울페스티발이 한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서울의 고유한 역사성과 현재성을 보여줄 수 있는 행사가 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메인 행사는 서울이라는 특징과는 상관없는 행사로 채워져 있고 ‘도성 기, 기’ 행사나 어가행렬 등은 일회성 주변행사로 밀려났다.

이런 하이서울페스티발의 퇴보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본다. 우선은 축제시민위원회의 유명무실화다. 2003년과 2004년에는 시민위원회와 실무위원회가 형식적으로나마 분리되었으나 2005년부터는 시민위원회 위원들이 실무위원회 위원을 겸하는 체제로 되어 있다. 또한 2003년에는 있었던 청소년시민사회단체분야도 사라지고 대신 ‘유관기관, 시의회 분야’로 바뀌었다. 이는 하이서울페스티발이 점차적으로 관 중심의 하향식 축제로 변질되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이다.

두 번째는 서울시 문화정책의 체계성 부재가 있다. 시민공모프로그램은 생활문화지원과 관련하여 적어도 6개월 전에 신청을 받고 예산 지원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기존의 동아리나 단체가 아니라 시민들의 자유로운 참여가 보장된다. 또한 서울문화재단을 통해 지원되었던 문화예술창작자의 성과 역시 이 기회를 통해 시민들과 공유되어야 한다. 이는 ‘문화예술지원-생활문화강화-서울축제의 개최’로 이어지는 문화정책의 일관된 체계 하에서만 가능하다.

청계천 시점부에 올덴버그의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이 곧 ‘서울의 국제화’라 이해하는 서울시에게 축제의 일탈성과 문화정책의 체계를 주문하는 것이 애당초 무리일 수도 있겠으나, 적어도 시민의 세금 20억원을 투여하는 행사라면 좀 더 제대로 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당부를 하고자 한다.

특히 서울문화재단은 지금부터라도 서울시 문화국의 집행기관으로서의 역할에 자족하지 말고 서울시민에 대한 생활문화지원 강화와 중장기적 문화비전을 확립하는데 주력하기를 바란다. 2003년 지방선거 당시 문화재단 설립을 주장했던 문화예술계에서 ‘문화재단 무용론’이 나오고 있는 현실을 정확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웹사이트: http://seoul.kdlp.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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