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연리지’의 촬영장소, 한양주택이 전면 철거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한양주택은 은평구 진관내동 440번지 일대 220여 가구가 모여 있는 단독주택단지를 말합니다. 도심자락의 끝 통일로 입구. 북한의 탱크를 저지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방호벽’보다도 북쪽에 한양주택 220여 가구가 들어서 있습니다. 똑같은 모양으로 생긴 단층 양옥단지인 한양주택은 1978년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만들어졌습니다. 1972년 7.4남북공동성명 이후 남북관계 속에서, 남한체제의 우월성을 보여주기 위해 북의 대표단이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경로에다 ‘보여주기식’ 주택단지를 조성한 것입니다.
정치적 목적으로 탄생하게 된 한양주택단지를 정작 지금과 같이 꽃과 나무가 어우러진 주거단지로 조성한 것은 그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한양주택으로 강제 이주된 주민들은, 박정희식 근대화의 상징이라고도 말해지는 똑같은 지붕의 양옥집들에 개성을 불어넣어 ‘사람이 사는 동네’로 꾸몄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1996년에는 서울시가 선정한 제1호 <아름다운 마을>로 선정되기도 하였습니다. 덩그러니 존재하던 시멘트 건물이 부족하나마 많은 사람들이 ‘생태주거단지’의 단초를 발견할 수 있을 정도의 공간으로 변모한 것입니다.
이런 한양주택을 서울시와 SH공사에서는 ‘뉴타운’이라는 이름으로 전면 철거하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건축가, 예술가, 연구자들이 생태주거단지로서 한양주택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한양주택 주민들 또한, 아직도 절반이 넘는 주민들이 개발이 아닌 ‘존치’를 염원하고 있습니다. 이런 한양주택을 전면 철거한다는 계획을 우리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한양주택이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철거되어야 한다구요?
한양주택의 주거환경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습니다.
서울시와 SH공사는 한양주택에 대한 거짓말을 중단하십시오.
한양주택 주민들의 개발 반대의사에 대해 서울시는 그 동안 거짓말로 주민들을 속여왔습니다. “주민의견에 따라 개발여부를 결정하겠다”, “3지구라 시간이 많고, 주민의사를 존중하겠다”, “한양주택은 1지구 개발하는 것을 보고 나중에 존치여부를 주민합의 하에 결정하겠다”는 등의 말로 주민을 기만하면서, 실제로는 한양주택을 은평뉴타운 사업지구에 포함시켜 재개발을 강행해왔던 것입니다.
하지만 뉴타운 개발사업은 강남북균형발전이라는 미명 하에 강북지역의 무분별한 개발과 부동산 투기만을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시민들의 삶과 권리, 그리고 잘 보존된 자연이 대대적으로 파괴될 위험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열악한 주거환경의 개선’이라는 이름 아래 전면 철거와 아파트 건설만을 강요하면서, 실제 지역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동체와 삶이 파괴되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뉴타운 개발 이후 원주민의 재정착률이 채 10%에도 못 미친다는 사실은 이를 증명합니다. 한양주택의 문제는 인권의 문제, 즉 거주권, 행복추구권, 문화권 등 미래지향적이고 생활친화적인 인권에 대한 심대한 침해문제입니다.
한양주택을 존치하는 것은 독재시대부터 지금까지 전국 각지에서 자행되고 있는 '반인권적 원주민 추방형 및 자연·역사 파괴형 재개발'을 막고 이 사회의 인권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부디 한양주택을 살리기 위한 운동에 동참해 주십시오.
2006년 4월 3일
한양주택대책위원회
한양주택지키기 시민사회네트워크(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 녹색연합, 문화연대, 민족건축인협의회, 새건축사협회, 서울환경연합, 에너지전환,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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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사이트: http://www.culturalacti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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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 팀장 (문화연대 문화개혁센터 02-773-7707 011-877-5110 이메일 보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