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는 대구상고 본관을 그대로 보존하라
우리는 얼마 전 있었던 문화유산의 파괴 사례를 똑똑히 기억한다.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 예고된 박목월 선생 생가가 며느리와 아들에 의해 팔린 후 바로 철거되었으며, 또한 옛 증권거래소와 스카라 극장도 소유주에 의해 철거되었던 것을. 그리고 이에 대한 악몽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문화재청이 3월 22일 근대문화재로 등록 예고한 경북 영천의 격납고가 불과 이틀 만에 소유주에 의해 완전히 파손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영천의 격납고는 일제가 2차 대전 말기 연합군의 공습에 대비, 전투기를 숨기기 위해서 만들어진 시설로, 일제말기의 전쟁태세와 전시동원 등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잘 보여주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아픈 역사이지만 역사적 가치가 높은 근대문화재인 것이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지정에 앞서 근대문화재 등록 제도에 대한 제도 개선과 함께 소유주에게 충분한 이해를 구해야했으나 무리하게 등록 조치를 취함으로써 귀중한 근대문화유산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구 대구공립상업학교의 본관은 ‘一’자형의 붉은 벽돌쌓기 2층 건물로써, 정면 중앙의 돌출된 포치를 중심으로 좌우대칭의 형태이며, 평면은 편복도식의 교사로 정면 중앙의 포취와 연결된 중앙의 계단 홀을 중심으로 좌우에 교실을 두었다. 계단실 배면에 부 출입구를 두어 건물 배면으로도 출입할 수 있게 했다. 근년에 건물 내부의 칸막이벽 창호, 마감재 등이 일부 바뀌었지만 건물 전체의 형태 및 내부구조는 당시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어, 대구 지역 상업교육의 요람이라는 역사적 의미와 건물의 외관 구성 및 형태 요소의 채용 수법 등에서 당시의 건축적 상황과 서양건축의 유입과정을 살필 수 있는 건축사 연구의 자료적 가치를 담고 있다.
하지만 구 대구상고 본관은 현재 위험한 지경에 처해있다. 공사를 하는 경남기업은 문화재관람을 방해하고 있을뿐 아니라 문화재인 학교건물 벽에다 보기에도 위험하기 짝이 없게 콘센트박스를 무분별하게 세워놓고 있다. 게다가 보수를 하지 않아 지붕은 비가 새고 있어 그 위를 임시로 천막을 덮어두기까지 하였다.
그리고 거대한 아파트 숲 사이에 가두어져 버린 이 문화재에 대해 이제는 지정 문화재 해제를 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대구시는 장기 미해결 현안에 '전력투구' 한다며 조해녕 시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장기간에 걸쳐 해결되지 않고 있는 ‘고질민원’을 푸는 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겠다고 한다. 우리는 경고한다. 대구시장이 팔을 걷어부치고 해결할 문제는 문화와 환경의 파괴가 아니라 독선적인 난개발과 환경파괴를 막아내고 진정 대구의 문화와 환경을 살리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다. 대구시는 대구상고 본관을 그대로 보존하라!
또한 문화재청은 더 이상 문화재 파괴행위를 두고 보아서는 안된다. 구 대구상업고등학교 본관을 즉각 국가 지정문화재로 승격하여 근대 상업 교육의 요람이며 근대 교육 건축물의 중요한 상징물인 대구상업고등학교 본관 건물을 아름답게 보존하기 바란다.
2006년 4월 3일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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