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제2의 부동산 붐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에 부동산 버블 붕괴를 겪은 이후 1997년부터 본격적인 상승세로 반전. 1997∼2000년에 유로지역(유로화 사용국)의 주택가격은 3.8% (명목가격 기준) 상승. 2000년 이후에는 매년 연평균 7% 이상으로 상승세가 가속화. 2003년에 7.1% 상승한 데 이어 2004년에는 7%, 2005년 상반기에는 7.7% 상승. 이 결과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에 이은 제2의 부동산 붐이 형성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의 주택가격 상승률보다는 아직 낮은 수준. 90년대 초반의 실질 상승률(명목가격 상승률 - 물가상승률)은 8%. 이에 비해 2004년 실질 상승률은 5%, 2005년 상승률은 4.9%에 불과 일부 유럽국가는 주택경기가 경기활황을 견인.
일부 국가는 그 동안 주택시장 호조에 힘입은 내수 호황으로 높은 경제성장을 기록. 해외 의존도가 높은 독일경제는 장기 침체를 겪고 있는 반면, 내수 비중이 큰 영국과 스페인 등은 민간소비 호조로 양호한 경제성장을 실현. 주택시장이 활성화된 영국과 스페인은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부유효과(wealth effect)로 민간소비가 호조.
《제2의 황금기를 누리는 스페인경제 》
◇ 2001년 이래 연평균 3.1% 성장 (유로지역 성장률은 1.4%)
- 민간소비는 매년 4% 이상 증가
◇ 건설산업은 1997년 이래 연평균 6% 성장
- 1997년 전체 GDP의 11%를 차지했으나 2004년에는 16%로 증가
- 주택건설 분야: 1997년 GDP의 4%에서 2004년 8%로 증가
◇ 90년대에는 매년 25∼30만개의 주택을 건설했으나, 2004년에는
70만개, 2005∼06년에는 80만개 건설 전망
부동산 버블 우려가 점증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저금리가 주택가격 상승의 주원인으로 지목. 90년대 들어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 독일의 10년물 정부채 이자율은 1990년 9%에서 현재 3% 수준으로 하락했으며, 모기지 금리도 10% 대에서 4%대로 하락. 스페인의 모기지 금리는 90년대 중반의 10%대에서 2004년에 3%대로 하락. IT 발달에 힘입은 생산성 향상, 세계 공장으로 등장한 중국의 저가 상품이 세계의 인플레 압력을 해소하여 소비자 물가가 안정되자 각국의 중앙은행은 인플레 우려 없이 저금리 정책을 시행. 전례없는 저금리 환경에서 새로운 모기지 상품 개발, 모기지 론(mortgage loan) 유치를 위한 은행간 경쟁 등으로 모기지 대출이 급증. 금융기관들은 경쟁적으로 주택구입 대출요건을 완화
영란은행(Bank of England, 영국의 중앙은행)에 이어 최근에 유럽중앙은행(ECB)도 부동산 버블을 우려하기 시작. 영란은행은 주택가격 억제를 위해 2003년 11월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 (3.5% → 4.75%). 공격적인 금리인상으로 주택가격을 안정시키는데 성공. 유럽중앙은행는 2005년 12월(0.25%p)에 이어 2006년 3월에도 기준금리를 0.25%p 인상 (2.0% → 2.5%). 2005년 12월의 금리인상은 30개월만의 인상 조치. ECB의 금리인상 배경에는 부동산 버블 우려가 크게 작용. 트리세(Trichet) 총재는 지난 2월 "현 상황에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산가격 거품이 추가로 증가하지 않도록 막는 것"이라 언급. 최근 주택구입용 가계대출 증가로 민간신용이 지속적으로 확대
국가별 주택가격 동향
중부유럽을 제외한 모든 지역의 주택가격이 상승
중부유럽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주택가격이 상승. 아일랜드, 영국, 스페인, 네덜란드는 주택가격이 1995년 대비 250∼300% 상승하여 사상 최고수준을 기록. 스웨덴과 핀란드, 프랑스는 1989년의 최고수준에 근접. 반면,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통독 이후의 과잉 건설투자 후유증과 주택시장 규제, 경기침체 등으로 실질 주택가격이 오히려 하락.
작년부터 북대서양 국가와 남부 유럽에서 북부 유럽으로 주택가격 상승세가 확산 중. 아일랜드, 벨기에의 주택가격은 두 자리 수의 높은 상승세 지속. 아일랜드는 부동산시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2005년 10.6% 상승 기록. 남부유럽의 부동산 시장은 제2의 주택(second house) 수요 증가와 높은 경제성장에 힘입어 호황. 2005년에 스페인은 14.8% 상승했으며, 프랑스도 남부지역 주도로 15.5% 상승. 2005년에 북부 유럽의 주택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았음. 덴마크(22% 상승), 스웨덴(12% 상승).
주변국이 저금리의 최대 수혜자
ECB의 단일금리정책이 주변국의 주택가격 상승에 일조.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 이탈리아 등 주변국은 전통적인 고금리 국가들로서 과거에는 금리가 독일에 비해 2-3%p 가량 높게 형성. 고금리는 높은 인플레와 정치사회 불안정을 반영. 1999년 경제통화동맹(EMU)의 출범으로 참가국이 단일금리를 채택하면서 고금리 국가들의 금리가 단기간에 큰 폭으로 하락.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 확대로 주변국의 주택담보 대출이 크게 증가. 스페인의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로 2005년 주택구입 대출이 10.6% 증가
일부 국가는 부동산 버블 붕괴 가능성에 취약. 모기지 부채/GDP의 비율과 변동금리 비율이 높은 국가는 고금리에 취약. 영국, 스페인, 아일랜드, 핀란드, 스웨덴 등이 여기에 해당. EMU에 참가하지 않는 영국과 스웨덴은 독자적인 금리정책이 가능하기 때문에 탄력적으로 대응 가능.
향후 전망 및 시사점
금리인상 기조 지속 예상
주택가격 안정을 위한 ECB의 선제적인 금리인상 지속 예상. 주택시장 버블에 대한 불안 증대로 인해 통화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확산. 주택관련 비용의 큰 폭 상승으로 피부로 느끼는 생계비가 증가. 대다수 전문가는 2006년 말까지 0.5%p의 추가 인상을 전망.
유럽 국가들의 주택시장은 연착륙 가능성이 높은 상태.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과는 달리 주택가격이 단기간에 급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예상이 대세. 인구 고령화로 인한 노후생활용 주거시설 수요 증가와 외국자본의 지속적인 유입이 낙관적인 근거. 제2의 주택에 대한 유럽인들의 실수요가 꾸준히 증가. 영국의 경우 70∼80년대는 중동 오일머니가, 80∼90년대는 일본 자본이, 2000년 이후에는 러시아의 석유자본이 유입되어 부동산시장을 견인. 하지만 투기성 수요가 집중된 일부 지역의 경우에는 가격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커질 가능성.
유럽 주변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
주택가격의 하락은 경기둔화로 연결. 과거에는 주택 버블이 급격히 꺼질 경우 실질 주택가격은 평균 3∼5년 동안 25∼30%까지 하락. 주택시장이 연착륙하더라도 주택가격은 1년 동안 연평균 6% 하락. 주택가격의 하락은 부(-)의 자산효과(Wealth effect)로 인한 소비감소, 주택건설 둔화, 신규주택과 관련한 내구소비재 수요 감소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경제에 악영향. 주택가격의 붕괴는 증시 폭락보다 장기적이고도 더 큰 파급효과를 가져다 주는 것으로 분석.
부동산 버블의 연착륙 상황 시에도 유럽 주변국의 경기둔화가 예상. 부동산시장 호황으로 건설경기와 민간소비가 호조를 보였던 스페인, 아일랜드, 그리스 등은 앞으로 내수경기가 위축될 가능성. 민간소비 둔화로 점차 내구소비재의 수요도 둔화 예상.
달러 약세, 원화 강세 기조가 지속
미국과의 금리차 축소로 유로화는 강세 예상. 금년초 이래 유로화는 1.18∼1.22달러에서 안정 기조를 유지. 하지만 구조적으로 유로화 강세 요인이 잠복. 미국의 경상수지적자 확대, 연준의 금리인상 중단 가능성 등은 달러화 약세 요인. 부동산가격 억제를 위한 ECB의 금리인상이 지속될 경우 미국과의 금리차 축소로 유로화 강세가 재개. 주요 금융기관들은 금년말 유로화 환율을 1.25∼1.30달러로 예상. 이 경우 최근 하락세가 주춤해진 원-달러 환율은 다시 하강기조로 진입
한국에 주는 시사점
대외 수출여건의 악화에 대비한 수출경쟁력 제고 노력 필요. 글로벌 달러 약세로 한국제품의 전반적인 수출여건이 악화. 유로화 강세로 對유럽 수출여건이 일부 개선되는 효과가 기대되나, 유로지역의 내수 위축에 따른 수입수요 둔화 효과가 더 클 가능성. 기업은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해 원가절감과 함께 브랜드이미지, 디자인 등 비가격 경쟁력의 제고 노력을 강화.
부동산가격 안정을 위해 금리정책의 활용도 고려. 영국의 영란은행은 금리정책을 통해 주택가격 안정에 성공했으며, ECB도 선제적인 대응책으로 금리정책을 적극 고려. 역사적으로 집값 버블이 갑자기 파열되는 경우 장기 경기침체 등 큰 문제가 초래되는 바 이의 연착륙이 중요. 중앙은행의 목표는 물가안정 이외에도 금융안정(financial stability)으로서 각국의 중앙은행이 부동산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 지난 몇 년간 당국의 강력한 안정책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안정되지 않는 한국의 집값 문제에 금리정책을 좀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 작년 10월 이후 한국은행도 금리를 세 차례 인상했으나 아직은 금리수준이 균형금리 이하에서 머물고 있는 상태......삼성경제연구소 김득갑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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