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성명-국민의 알권리로부터 독립한 언론자유는 ‘사회적 흉기’다

서울--(뉴스와이어)--신문의 날인 오늘, 우리는 이런 제목의 성명을 내보낸다. 모든 신문업계 종사자들이 차분하게 자축하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현실은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에서는 어제 오후 2시부터 3시간 동안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주축이 되어 낸 신문등의자유와기능보장에관한법률(신문법) 위헌심판청구에 대해 대리 변호사들의 공개변론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두 신문 변호사들이 내세우는 위헌 논거들이 얼마나 격앙되고 치졸하고 뻔뻔한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몇 가지만 꼽아본다.

여러 차례 강조했던 것처럼, 이번 사안의 핵심은 언론자유의 본질에 관한 것이다. 조선일보 대리인 박용상 변호사는 “신문의 자유의 주체는 발행인(언론사 소유주)”이라고 강조한다. 심지어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킬 의무가 없다”는 궤변까지 서슴지 않는다. 한 마디로 언론자유는 국민 개개인의 표현의 자유와 이에 속하는 알 권리로부터 파생되는 게 아니라 이와는 독립된 언론 소유주의 별개의 자유라는 것이다.

물론, 박 변호사와 동아일보 대리인 이영모 변호사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이 변호사는 박 변호사처럼 무지막지한 주장을 펼치지는 않는다. 신문의 ‘사회적 책임’ 강화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 경제활동과 직업의 자유, 지나친 재산권 규제라는 문제가 생긴다는 식의 논법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논법 역시 신문법의 ‘사회적 책임’ 규정은 ‘신문은 공정성과 공익성을 다해야 한다’는 상징적이고 선언적인 내용이라는 점을 외면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박 변호사의 궤변에 대한 반박은 간단하다. 1992년 6월 헌재는 당시 ‘신문사는 반드시 자기 소유 윤전기가 있어야 한다’는 규정에 대한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언론자유의 개념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했다. 헌재는 발행인과 언론 소유주를 언론기업의 주체로 볼 뿐 언론자유의 주체로 보고 있지 않다.

“헌법상의 언론의 자유는 어디까지나 언론·출판 자유의 내재적 본질적 표현의 방법과 내용을 보장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지, 그를 객관화하는 수단으로 필요한 객체적인 시설이나 언론기업의 주체인 기업인으로서의 활동까지 포함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90헌가23)

언론자유의 국민의 알 권리와 표현자의 자유에서 파생되는 권리가 아니라, 언론사 소유주의 권리로 둔갑할 때, 어떤 위험이 초래될까. 간단한 비유를 들어보자. 만약 군대가 국민으로부터 독립된 권리를 누린다면, 검찰이 국민으로부터 독립된 권리를 누린다면,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한국은행이 국민으로부터 독립된 권리를 누린다면 어떤 폐해가 있을지는 조금만 상상해 봐도 알 수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신학림)은 단호히 말할 수 있다. 언론은 ‘사회적 공기(公器)’에서 ‘사회적 흉기(凶器)’로 둔갑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신문발전기금에 대한 이들 변호사의 논거를 보자. ‘정부에 대한 비판을 무디게 하는 달콤한 마약’에 비유한 한 변호사의 수준 이하의 발언은 논외로 한다. 그나마 점잖은 표현을 사용한 조선일보 대리인인 박용상 변호사와 동아일보 대리인 이영모 변호사의 주장을 비판하고자 한다.

박 변호사는 “신문사업에 대한 일반적 지원은 허용된다고 할 수 있지만, 신문사업자에 대한 개별적 선별적 지원은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정부에 대한 비판을 무력화시키고 정부에 대한 지지를 고무하는 훌륭한 자원으로 쓰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변호사도 “정부의 신문발전기금 지원은 일간신문의 정부 비판을 무디게 하고 일반적 정치적 정보의 다양성 말살과 정보의 획일화를 꾀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마디로 말하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포함한 모든 신문사들 신문발전기금을 주는 건 괜찮고,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제외하는 건 위헌이라는 얘기다. 이걸 말하기 위해 “달콤한 마약”이니 “당근”이니 하는 표현을 사용한다. 두 변호사 논리대로라면, 지금 한국의 신문들은 집단적인 마약 중독에 걸려 있어야 한다. 왜? 신문발전기금 규모를 훨씬 웃도는 1천억원대의 신문판매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 기자들 취재비 및 카메라 구입비에 대한 세금 감면, 윤전설비 도입 관련 수입관세 경감 등 무려 10여 가지에 이르는 혜택을 정부로부터 받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두 변호사가 이런 갖가지 혜택들을 ‘마약’으로 간주하지 않는 오묘한(!) 이유가 궁금할 따름이다.

언론피해구제법에 대한 ‘딴죽 걸기’ 역시 수준 이하였다. 박 변호사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시정권고 기능이 “사후검열”에 해당하며 “국민을 무능력자로 취급하는 국가주의적 후견체제”라는 자극적인 용어를 동원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검열‘이라는 말이 무엇인지에 대한 헌재의 결정문을 읽어보지 못한 모양이다. 헌재는 1996년 10월 당시 공연윤리위원회의 영화 사전심의가 “검열”에 해당해 위헌이라고 결정하며 이렇게 밝혔다.

“검열금지의 원칙은 모든 형태의 사전적인 규제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의사표현의 발표 여부가 오로지 행정권의 허가에 달려있는 사전심사만을 금비하는 것을 뜻하며, 또한 정신작품의 발표 이후에 비로소 취해지는 사후적인 사법적인 규제를 금지하지 않는다 … 여기서 말하는 검열은 그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됨이 없이 실질적으로 위에서 밝힌 검열의 개념에 해당되는 모든 것을 그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93헌가13)

헌재 공개변론을 지켜보며 우리는 한국 신문의 상황을 떠올린다. 헌재 공개변론장은 신문을 ‘사회적 흉기’로 만들고자 하는 세력과 ‘사회적 공기’로 남겨두고자 하는 세력이 부닥친 역사적 현장이다. 이들 두 신문은 언론개혁입법을 추진해온 세력이 마치 ‘암세포’인 것처럼 묘사한다. 하지만 2006년 4월7일 신문의 날인 오늘, 한국 신문의 정확한 현 주소는 바로 이것이다.

2006년 4월 7일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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