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성명-“방송위원 선임, 정책은 없고 정략만 판치나”

서울--(뉴스와이어)--제2기 방송위원들의 임기만료가 임박하면서 새 방송위원 선임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일부 언론보도는 방송위원 경쟁률이 4.3대 1, 방송위원장 경쟁률이 6대 1이라며, 자세한 명단을 전하고 있다. 명단 속에는 일부 현 방송위원 뿐 아니라 권력핵심부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인사, 여야가 제각기 의중에 두고 있는 인사 등 다양한 직군과 성향의 인물들이 나열되어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신학림, 이하 언론노조)은 기본적으로 여야를 비롯한 우리 사회 각계각층, 그리고 여러 정파와 직능단체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할 만한 인물을 물색해 추천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결코 반대하지 않는다. 특히나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 추천권한을 갖고 있는 정치권을 대상으로 각각의 의견을 정당한 절차를 통해 적극 개진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럽고도 바람직한 활동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러한 언론노조의 기본입장에도 불구하고, 현재 방송위원 선임을 둘러싼 몇 가지 흐름은 매우 위험하다는 우려를 낳기에 족하다. 그 흐름은 다음과 같다.

첫째, 3기 방송위원을 선임을 논하면서도, 2기 방송위원 혹은 방송위원회에 대한 진지한 평가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2기 방송위원회에 대한 사회적 기대는 무엇이었으며, 방송위원들은 이 기대를 여하히 충족시켰는가를 준엄히 묻고 따져서, 3기 방송위원회의 바람직한 모습을 모색하는 공론의 장이 극도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관련 당사자들이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젯밥에는 눈독을 들이는’ 후안무치함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지는 않은 지, 겸허한 반성을 촉구한다.

둘째, 청와대는 물론 여야의 실세들과 거의 ‘유착관계’에 있는 인사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방송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S씨의 경우, KBS사장이 되기엔 청와대와 지나치게 가깝다는 지적을 받았음에도 오늘날 다시 더욱 막중한 위치의 방송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또 여야의 정권실세와 가까운 특정인맥, 학맥의 인물들, 공공연한 정치적 거래를 일삼는 인물들이 다수 거론되고 있는 점도 정말 우려스럽다. 방송을 정권의 전리품 정도로 여기는 구시대적 인식이 여전히 활보하고 있다는 점에 당혹을 넘어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셋째, 조선·동아일보 등 수구세력의 정략적 발상과 공세가 서슴없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조선일보는 사설까지 동원해, 4월 7일 언론노조 주최 토론회를 전체적 내용은 거두절미한 채,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부분만을 강조했는가 하면, 동아일보는 4월 12일자 기사를 통해 노무현 정부가 방송을 정치적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9명 교수들을 상대로 한 ‘친절한’ 자체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우리는 언제부터 조선과 동아가 방송에 대해 이토록 관심이 있었는지, 그들이 과거 군사정권 시절의 방송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을 가졌던지 묻고 싶다.

넷째, 현 방송위원, 특히 상임위원 가운데 대부분이 후보 명단에 들어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2기 방송위원회가 방송의 공익성과 공공성, 그리고 지역성을 지켜내는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판단한다. 오히려 통신자본, 재벌자본의 하수인이 되어 방송을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보는 것이 시민사회의 중론이다. 우리는 지난 3년간 방송위원들의 역할에 대한 냉정한 평가 없이 그저 자신들의 입맛에 맞으니 그대로 두겠다는 발상 앞에 실망을 넘어 절망을 느낀다.

우리는 정치권을 포함한 우리 사회가 방송과 미디어의 앞날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토론하길 기대한다. 과거의 문제는 어떠했으며, 3기 방송위원회가 수행해야할 과제는 무엇인지 최소한의 이정표라도 함께 만들어내길 바란다. 이런 바탕 위에서 방송위원으로서 갖춰야할 덕목이 무엇인지 지혜를 모으고, 누가 적임자인지 찾아보는 것이 제대로 된 순서다. 방송위원 선임과 관련해 정책은 없고 오직 정략만 판치는 이 야만의 계절을 하루 속히 완전히 종식시켜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2006년 4월 1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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