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활짝 피어라’ 정윤수 이야기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이면 누구나 장밋빛 복지를 외친다.
여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웃음을 간직한 한 사람이 있다. 선천성 뇌성마비 장애인으로 태어난 정윤수(36세).
어린나이에 괴물 같다는 이유로 친부모에게서조차 버림받았다. 삯바느질로 연명해온 외할머니와 단 둘만의 삶, 유일한 보호자였던 외할머니의 죽음.
불판 위의 오징어처럼 온몸이 뒤틀리면서도 ‘내 영혼이 빌린 몸’이라며 그녀는 결코 좌절하지 않았다.
정상인보다 더 밝은 웃음으로 세상을 대하며 설악산 정상을 끝내 기어오르는 투지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갔다.
일본 장애인 복지 프로그램 연수, 장애인단체 운영, 장애인체전 출전(몇 년 동안 수많은 메달을 땀), 지금은 전동휠체어 스포츠댄스 선수, 가톨릭대학 평생교육원 사회복지학과에 재학 중이다.
그녀는 글을 쓰며 인터넷도 즐긴다.
그녀는 유난히 커피를 좋아한다.
그녀의 필수품은 언제나 빨대다.
커피를 비롯해 국물 있는 음식은 빨대가 있어야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보통 빨대는 그녀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여느 여성들처럼 형형색색의 패션빨대를 좋아한다.
그런 그녀가 서른여섯의 나이에 5월의 신부가 된다.
영화 <오아시스>의 여배우 문소리의 연기모델을 하면서 대가로 그녀는 한 가지 소원을 말했다. 자신처럼 심한 장애인으로는 영원히 이룰 수 없는 평생소원인 웨딩드레스를 입고 웨딩촬영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이창동 감독과 남자 주인공 설경구 배우의 흔쾌한 동의로 그녀는 마침내 소원을 이루었다. 그렇게 찍은 설경구와의 웨딩사진을 그녀는 보물처럼 여기며 간직해왔다.
심지어 13번의 결혼과 0번의 이혼을 꿈꾸며 그토록 소원했던 결혼.
드디어 영원히 이룰 수 없는 꿈으로만 여겨온 결혼을 준비하는 그녀는 지금,
세상의 어떤 꽃보다 활짝 피어나고 있다.
영화 <오아시스>, 배우 문소리의 열연 뒤에는 장애인 동작의 모델 역할을 해준 정윤수가 있다. 그녀는 평생소원이었던 결혼사진을 찍는 조건으로 그 제의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러나 영화로 표현된 삶은 실제 그녀의 삶과는 거리가 있다. 이제 그녀는 영화에 가려진 이야기들을 시작한다.
제1부 <잠자는 숲 속의 미녀>에서 만나게 되는 그녀의 모습은 고통에 일그러져 있다. 부모로부터 버려지고 자신의 신체에 대해 인지하기 시작하면서 그녀는 세상에 벽을 쌓는다. 거기에 비장애인들로부터 받게 되는 멸시와 조롱은 스스로를 더욱 고립시켰다. 하지만 그녀는 사랑의 마음을 버리지 않는다. 사랑이야말로 자신을 어루만져 줄 유일한 손길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제2부 <공주와 완두콩>에서 그녀는 사랑을 통해 자신을 치료하기 시작한다. 특히, 할머니에 대한 애정은 치료에 있어서 가장 강력한 약효를 발휘한다.
제3부<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에 오면 이제 그녀는 누구보다 당당하다. 이제 그녀에게 장애는 고통이 아니라 삶을 자극하는 힘이 된다. 그녀의 에너지에는 주위 사람들까지 웃음으로 끌어들이는 강력한 자기장이 담겨 있다.
[지은이] 정윤수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특수학교인 주몽고등학교를 졸업했다. 2002년 일본 마츠다 시에 있는 ‘안비샤스’에서 자립생활과 지도자교육을 연수하고 같은 해 ‘장애시민 행동연대’ 단체를 운영했다. 2003년부터 전동휠체어로는 우리나라 최초로 스포츠댄스 선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가톨릭대학 평생교육원 사회복지학과에 재학 중이다.
[엮은이] 김명이
김천에서 태어났다. 동덕여대 영어영문학과를 수료하고, American University of Rome에서 신문방송학 학위를 받았다. 필리핀, 인도네시아에서 지역신문 ‘에디터’로 활동하였고, 한국에서 영어교재를 기획, 집필하였다. 현재 미니픽션 회원으로 소설가, 번역작가로 활동 중이다.
[Photographer] 홍기영
서울에서 태어났다. 미국 Middle Tennessee State University 신문방송학 사진저널리즘 전공, 순수미술 부전공,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사진학과를 수료했다. 미국 Parenting Magazine에서 Assistant art director로 근무했다. 현재 스튜디오 ‘이왕이면 다홍치마다’에 사진작가로 활동 중이다.
[서문 中에서]
내가 <오아시스>의 실제 주인공이 아니라고 말하는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내가 장애인 실제 연기모델로 선정되긴 했지만 시나리오의 원주인공은 따로 있다고 들었다. 그리고 나의 생활은 영화가 나오기 이전부터 주변에서 ‘공주’라고 불릴 만큼 밝았다. 또한 영화 속에서의 장애인은 수동적이지만, 나의 삶은 장애에도 불구하고 항상 능동적이다. 마지막으로 그렇게 지독하게 험난하고 아픈 사랑의 기억이 내게는 없다. 그래서 처음 오아시스가 나왔을 때, 배우 문소리가 우리 집에 묵었다는 것을 알고 주변 사람들은 더러, 저거 너 아냐? 하고 물으면, 난 단박 대답했다. “난 저-렇-게 망.가.지.지 않았어─!”라고.
극과 현실의 차이는 있으리라. 나는 이 책에서 삶의 어두운 면보다는 밝은 면을 보여주고 싶었다. 또한 내가 우리라고 부르는 장애우들도 비록 색깔은 다를지언정 똑같은 삶을 지향한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다.
나는 말하고 싶다. We see, We hear, We talk and laugh.
그리고 한 마디 더 보태는 것이 허락된다면?
We sing, We dance, We jump, too! 라고 말하고 싶다.
[차례]
■ 서문
나는 오아시스의 주인공이 아니다4
■ 엮은이의 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이야기9
■ 프롤로그
13번의 결혼과 0번의 이혼19
1부 -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얼음 자갈밭31
첫 외출35
거울 속 무서운 여자38
행복한 바비인형43
하늘 향해 바둥바둥46
기어서 와라50
벌레와의 싸움54
할머니 등의 혹처럼58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61
불장난은 촛불 끄기65
저 괴물 목소리는 누구야?69
불판 위의 오징어처럼 오그라드는 몸73
애증결핍증과 실험도 80
2부 - 공주와 완두콩
풋과일 같은 사랑89
시간이라는 약을 먹다93
우정 같은 사랑99
함께하는 짝사랑104
키다리 아저씨가 쓴 108
가슴에 별 하나 달고 113
잔인한 4월120
장례식과 임대아파트122
무얼 먹고 사니?128
할머니는 대비마마131
3부 -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사랑 앞에 당당한 나137
아름다운 장애물 경기142
아주 특별한 수업 146
셸 위 댄스, 휠 댄스?150
바닥과 발등155
수동과 전동157
파김치가 되지요162
커피와 알코올로 만든 약166
화장품보다 빨대를 더 소중히 여기는 여자168
꽈배기는 안 먹어요172
젓가락 대신 포크173
강아지와 밥이 똑같네!174
내 영혼이 빌린 몸175
두 얼굴의 역무원180
종달새는 지지배배183
우리도 탈 수 있어요187
물에서 나는 새193
거기 누구 없어요?197
천사가 부르는 자장가202
밥 그릇에 먹는 밥207
■ 에필로그
한공주는 바로 나의 몸짓이었어요211
정윤수이야기/김명이 엮음/홍기영 사진
펴낸곳:(주)천년의 시작/ 서울 종로구 내수동 72번지 경희궁의아침 3단지 331호/ 전화:02-723-8668/ 팩스:02-723-8630/ 이메일:poemsija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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