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망 포르노의 거장 와카마츠 코지 초기 걸작선
1963년에 감독으로 데뷔한 이래 와카마츠 코지는 100여편이 넘는 영화를 만들었다. 다작 감독 와카마츠 코지의 초기영화들을 상영하는 이번 특별전은 여러 모로 각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와카마츠 코지 감독은 ‘로망 포르노 영화의 거장’이라 불린다. 처음 텔레비전 영화의 조감독으로 영화에 참여한 와카마츠 코지 감독은 데뷔 이래로 로망 포르노 영화계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1965년, ‘와카마츠 프로덕션’을 설립해 아다치 마사오를 비롯해 다양한 일본영화감독들을 배출하기도 했다. 그가 만든 ‘로망 포르노’영화들은 성을 향한 욕망을 자극하는 영화들이 아니라 권력의 시스템을 파괴하는 정치적 성격을 지닌 영화들로, 70년대를 풍미했던‘성의 정치학’처럼 세계적인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
한편, 와카마츠 코지는 오시마 나기사의 <감각의 제국>를 제작해 일본은 물론, 세계를 놀라게 하기도 하였다. <천사의 황홀>이나 팔레스타인 해방인민전선을 기록한 <적군: PFLP 세계전쟁선언>이 증언하듯, 그는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올곧게 주장하고, 정치적 신념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영화를 택했다. 그리고 우경화로 치닫는 일본 권력에 테러를 가하는 영화들을 줄기차게 만들어 왔다. 와카마츠 코지의 영화는, 60년대 중반 안보투쟁을 기점으로 격렬해지는 일본 학생운동과 정치운동이 꿈꾸었던 혁명과 그 임종을 울분을 토하듯 담아낸다.
일본 정치혁명의 열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하는 1965년에서 그 불꽃이 사그러드는 1972년 사이에 만든 와카마츠 코지 감독의 초기 걸작을 상영하는 이번 특별전은, 그동안 국내에 소개되지 못했던 6-70년대 일본영화의 특별한 경향을 살펴보고 일본사회에 좀 더 역사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이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주 최 : 문화학교 서울, (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후 원 :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 영화진흥위원회
일 시 : 2006. 5. 14(일) - 5. 24(수)
장 소 : 시네마테크 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
문 의 : 02-741-9782 www.cinematheque.seoul.kr
Special Events
5월 20일(토) 16:30 <17세의 풍경> 상영 후 와카마츠 코지 감독 강연
5월 21일(일) 15:30 심포지엄-와카마츠 코지의 세계
패널 : 와카마츠 코지, 히라사와 고(영화평론가),정수완(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와카마츠 코지
1936년 미야자키현 출생
와카마츠 코지는 6~70년대 좌파 투쟁의 자장 속에서 영화의 혁명을 주창한 이래, 지금까지도 일본 독립영화의 정신적 지주로 건재함을 자랑하는 일본의 거장이다. 그는 법률이나 사회적 모럴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신념과 정열에 근거해 저예산으로 문제작을 만들어 왔다. 1963년에 데뷔한 와카마츠는 1965년 자신의 프로덕션을 설립해 여러 편의 저예산 로망 포르노 영화를 만들며, 성과 폭력의 문제를 빌어 일본사회를 향한 통렬한 정치적 비판을 감행한다. 1971년, 와카마츠 코지 감독은 동료 아다치 마사오와 함께 칸 영화제에 참가했다 귀국하던 길에 팔레스타인으로 간다. 팔레스타인에 머물며 ‘팔레스타인 해방 인민전선(PFLP)’의 활동을 기록한 <적군PFLP·세계 전쟁 선언>을 자주상영 방식으로 배급하여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어 최초의 ‘아트 시어터 길드(ATG)영화’가 된 <천사의 황홀>(1972)을 완성했고, 오시마 나기사의 <감각의 제국>(1976), 야마시타 코사쿠의 <계엄령의 밤>(1980) 등을 제작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포르노 영화, 다큐멘터리, 텔레비전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백 여 작품을 만들며 일본 사회에 논쟁과 혁명을 향한 열기를 동시에 불러 일으켰다. 현재 1972년 연합적군이 아마사 산장에서 맞은 최후를 다룬 영화를 준비 중이다.
상영작 소개 : 총 13편
벽속의 비사 壁の中の秘事 Secrets in th Walls
1965 Japan 80min B&W
출연: 후지노 히로코, 가노 가즈코, 테라시마 미키오, 야스카와 요이치
아파트 단지라는 폐쇄된 회색 공간에 사는 한 수험생이 맞은편에 사는 유부녀와 원폭 후유증을 앓는 연인의 정사를 몰래 지켜보며 자위행위에 열중한다. 광기를 표출하기 시작한 수험생은 결국 여자를 찾아와 강간하고 죽여 버린다. 중산층의 나른한 일상, 변절한 혁명 세력들의 기만성, 성장제일주의가 판치는 일본사회의 무력함을 인간의 동물적 행위를 통해 그려내고 있다.
독일 수입사에 의해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출품되면서, 자국 영화계로부터 ‘일본을 욕보이는 영화’라 불리며 냉대 받았으나 젊은이들의 지지를 이끌어낸 와카마츠 코지의 출세작.
태아가 밀렵될 때 胎兒が密獵する時 The Embryo Hunts in Secret
1966 Japan 72min B&W
출연: 야마야 하투오
사드 백작의 일본식 발음에 분명한 마루키도 사다오라는 남자가 여자를 유인해 감금하고 벌거벗겨 학대한다. 탈출하려던 여자가 찌른 과도에 치명상을 입은 사다오는 태아와 같은 자세로 끔찍하게 죽어간다.
하나의 방, 한 남자, 한 여자, 침대 하나만 존재하는 관념적 공간을 창조한 아다치 마사오의 각본을 바탕으로, 피/가학성의 극점을 보여주는 밀실 영화의 걸작이 탄생했다. 와카마츠 감독은 자신의 집에서 8일 동안 7명의 스텝만 데리고, 단돈 210만 엔의 예산을 가지고 이 영화를 촬영했다.
더럽혀진 백의 犯された白衣 Violated Angels
1967 Japan 57min B&W/Color
출연: 가라 주로, 기도 쇼코, 고야나기 게이코, 사에구사 마키코
해변에 서 있는 미소년을 발견한 간호사는 자신의 기숙사에 그를 데리고 간다. 그런데 소년은 돌연 가지고 있던 권총을 발사해, 차례로 여성 간호사들을 살해하며 자신만의 유희를 즐긴다. 밀실에서 벌어지는 주연 배우 가라 주로의 즉흥적인 연기를 세심히 살리기 위해 와카마츠 코지는 롱 테이크를 주로 사용해, 영화와 연극 사이를 넘나드는 새로운 표현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처녀 게바게바 處女ゲバゲバ Violent Virgin
1969 Japan 66min B&W/Color
출연: 야마토야 아츠시, 기마타 아키타카, 아시카와 에리, 다니카와 도시유키
한 젊은이가 가학적인 야쿠자 보스의 정부와 사랑에 빠진다. 그들을 처단하려는 목적으로 야쿠자들은 황야에 그들을 유기한다. 보스의 기묘한 처단 의식에 따라 여인은 나무 십자가에 매달리고, 남자는 음란하고 야성적인 일군의 여인집단에 먹이로 던져진다. 70년대 일본을 뒤흔든 걸작 「가세네타의 황야」를 각색한 작품이며, 오시마 나기사가 영화 제목을 붙였다.
광란의 질주 狂走情死考 Running in Madness, Dying in Love
1969 Japan 77min B&W/Color
출연: 요시자와 켄, 무토 요우코, 도우라 로츠코, 야마타미 하츠오
무력진압작전을 펼치는 경찰과 학생 시위대의 클로즈업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전공투 활동가인 남동생을 때리던 형을 말리던 형수의 오발로 경찰관인 형은 죽고 만다. 두 사람은 형의 죽음을 자살로 위장하고 도주한다. 죄의식에 시달리며 두 사람은 북으로 도피 행각을 벌이고, 형수는 시동생을 유혹한다. 도피의 여정 끝에 어느덧 둘은 눈의 나라 홋카이도에 도착하고, 동생은 왔던 길로 다시 사라져간다. 홋카이도의 혹독한 눈보라를 가르며 전라로 달리는 모습이 압권이며, 추운 동북 지방에서 자란 와카마츠의 자연을 향한 동경의 정서가 스며 있다.
가라 가라 두 번째 처녀 ゆけゆけ二度目の處女 Go, Go Second Time Virgin
1969 Japan 65min B&W/Color
출연·고자쿠라 미미, 아키야마 미치오
한 소년이 맨션의 옥상 위에서 벌어진 윤간을 지켜본다. 강간을 끝낸 불량배들을 처단한 소년은 소녀와 옥상에 머물러 있다, 새벽에 건물 아래를 향해 몸을 던지고 만다. 도시의 옥상이라는 열린 공간을 역설적으로 밀실이라고 파악한 와카마츠의 새롭고 실험적인 공간 접근은, <약칭: 연쇄살인마>(1969)에서 전개하는 ‘풍경론’의 토대가 된다.
현대호색전: 테러의 계절 現代好色戰:テロルの季節 Season of Terror
1969 Japan 78min B&W/Color
출연: 요시자와 켄, 에지마 유코, 사하라 도모미
적군파 활동가인 남자는 두 명의 연인과 정사에만 몰두하는 듯 위장하여, 감시하는 공안 경찰을 따돌리는데 성공한다. 수상의 미국 방문를 저지하기 위하여 다이너마이트를 손에 쥔 그는 혼자 하네다 공항으로 향한다. 그러나 수상의 뒤에는 천황이 있다. 좌절한 적군파의 투쟁을 재조명하고 영화 예술을 통해 계승하려 한 작품.
신주쿠 매드 新宿マッド Shinjuku Mad
1970 Japan 65min B&W/Color
출연: 에지마 유코, 다니카와 도시유키
언더 그라운드 극단의 멤버였던 아들이 내분으로 살해당하자, 고향에서 우체국에 다니던 아버지는 복수를 결심하고 도쿄로 올라온다. 경제 급성장의 시대, 자본을 전면적으로 비판하는 언더그라운드 문화활동도 만개했던 시대의 주무대 신주쿠. 정치의 계절이 휩쓸고 지나가버린 신주쿠의 후일담을 비판적으로 그린 영화다.
성의 도적 : 섹스 잭 性賊セックスジャック Sex Jack
1970 Japan 70min B&W/Color
출연: 가토리 타마키, 아치야마 미치오, 가자 미자코, 가즈오 ‘가이라’ 토미주
아무 것도 모르는 듯 보이는 젊은 노동자 스즈키는, 자신의 더러운 방에 체제 전복 활동으로 수배된 젊은 학생 활동가 그룹을 숨겨 두고 있다. 그들은 방에서 사상투쟁과 난상 토론에 몰두하기도 하지만, ‘장밋빛 연대’를 실천하는데도 충실하다. 그들을 대하면서도 아무런 정치적 의견을 피력하지 않는 스즈키는 말없이 수상과 천황 타도라는 거사를 실천에 옮기려 한다.
적군-PFLP:세계전쟁선언 赤軍-PFLP:世界戰爭宣言 Red army-PFLP:Declaration of World War 1971 Japan 71min Color
영화의 혁명을 주창했던 아다치 마사오와 와카마츠 코지의 최고의 문제작. 1971년 와카마츠 코지와 함께 칸 영화제에 참여했던 아다치 마사오는 팔레스타인을 방문해 팔레스타인 해방인민전선의 투쟁을 기록한 이 영화를 만들게 된다. 영화의 혁명을 주창한 아다치 마사오는 이후 1974년 팔레스타인에 도항해 세계를 무대로 직접 혁명에 몸을 투신한다. ‘붉은 버스 상영대’가 결성되는 등 적극적인 자주상영을 통해 일본 젊은이들의 지지를 받았으며, 프랑스 등 국제적인 배급까지 시도했던 작품.
성윤회:죽고싶은 여자 性輪廻:死にたい女 Segura Magura
1971 Japan 72min B&W/Color
출연: 시마 에리코, 야지마 히로시
죽을 위기를 넘긴 두 쌍의 남녀가, 눈에 덮인 온천 여관에서 재회한다. 묘한 감정을 주고 받던 그들은 사각 관계를 그려가며 파국으로 달려간다. 삶의 파토스와 에로스적 열정, 죽음을 동경하는 타나토스 등을 모두 자극하는 섹스와 파시즘, 국가주의의 작동원리를 집요하게 파헤친 작품으로, 자위대 궐기를 외치며 할복자살했던 미시마 유키오를 향한 와카마츠 코지의 비판적 응답과도 같은 작품이다.
천사의 황홀 天使の恍惚 Ecstasy of the Angel
1972 Japan 90min B&W/Color
출연: 요시자와 겐, 다츠히코 혼다, 아라사 유키, 요코야마 리에
혁명군 ‘사계협회’의 가을 군단은 도쿄 총공격을 위한 무기를 탈취하기 위해 미군기지 습격작전을 감행한다. 그러나 같은 조직 내의 겨울 군단에게 린치를 당해 여러 부하들이 죽고 대장은 눈을 잃는다. 혁명을 회의하던 살아남은 자들은, 결국 다시 뭉쳐 끝까지 싸울 것을 맹세한 뒤 폭탄을 들고 거리에 나선다. 단관 개봉한 이 영화의 테러와 폭력에 대한 찬양은 일본 내에서 격렬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으며, 학원 투쟁에 나선 젊은이들에겐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일본 프리재즈의 선구자 야마시타 료스케 트리오의 음악 또한 탁월하다.
17세의 풍경:소년은 무엇을 보았는가 17歲の風景:少年は何を見たのか Cycling Chronicle : Landscapes the Boy Saw
2005 Japan 90min Color
다주쿠 에모토, 이치로 하리우, 에츠코 세키, 가오리 고바야시, 주리 이하타
후지산이 보이는 오카야마에서 야구 방망이로 어머니를 때려죽인 열 일곱의 소년은 자전거로 도피 행각을 시작한다. <광란의 질주>의 남녀처럼 북으로 북으로 거슬러 오르던 소년은 청춘과 전쟁 체험을 얘기해 주는 노인, 조국의 노래를 부르는 조선에서 온 노파, 자신 또래 소녀 등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엄혹한 추위와 눈의 세상에 도달한다.
소년이 16일간 하루에 백 킬로미터 가까이 자전거 페달을 저었던 에너지의 원천과, 북쪽으로 여행한 이유가 궁금했다는 와카마츠 감독은 비슷한 사건이 여러 건 일어났던 일본 사회의 문제를 직접 파헤치기보다는, 소년이 만나는 풍경과 대화하며 “왜 지금 여기 있는지”를 발견해가는 여정을 따라가고 싶어 했다.
웹사이트: http://www.cinematheque.seou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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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9일 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