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학교 이성연 교수 어버이날 이색과제물 부여

광주--(뉴스와이어)--이성연 조선대학교 교수(사범대학 국어교육과)는 지난해부터 어버이날이면 ‘국어학개론’을 수강하는 학생들에게 ‘특별한’ 리포트를 내준다. 부모님의 발을 씻겨드리고 난 소감을 제출하라는 것이다. 학생들은 두 번 놀란다. 처음에는 국어학개론과 전혀 상관없는 주제에 놀라고, 다음으로는 부모님 발을 씻어드리는 체험을 하면서 느끼는 자신의 감정에 놀란다.

이성연 교수는 “지난해부터 리포트를 내주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다”며 “부모님 중에는 대학 등록금이 비싼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고 하신 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교수는 또한 “학생들에게 한번으로 그치지 말고 앞으로 부모님 생신이나 어버이날이면 꼭 해드리라고 당부한다”며 “꼭 사진으로 남겨서 부모가 되었을 때 자녀에게 보여주며 그때의 느낌을 함께 이야기하는 기회를 갖도록 하라고 권유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학생 리포트 가운데 2편을 소개한다.

“할아버지의 앙상한 다리가 저를 울렸습니다”

정은미/국어교육과 1

“아니~ 됐다.”

자꾸 두 팔을 절레절레 흔드시며 됐다고만 말씀하십니다. 그런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를 모시고 발을 씻겨드리는 일이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아마도 평소에 이런 행동을 한번도 하지 않았던 저이기에 더욱 더 그러셨던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어버이날 카네이션도 부끄럽다는 이유로 늘 동생에게 미루거나 화장대 혹은 TV위에 올려놓고는 재빨리 학교로 등교하던 저였습니다. 사실 저 역시 이런 행동을 하기란 쉽지않은 일이었습니다. 애교를 부리던지 아니면 집안일을 돕던지 하는 그런 것들은 늘 뒷전이었습니다. 죄송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흘러나와서 더더욱 부끄러워지는 저였습니다.

그냥 했다고 거짓말하고 리포트를 작성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 하지 않으면 더더욱 못할 것 같아서 더 센 힘으로 팔을 잡아당겼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자리에 앉혀 바지를 걷어 올렸습니다. 세상에나! TV 체험프로그램에서나 보았던 까만 가는 막대기 두 개가 있습니다. 갑자기 울컥하고 눈물이 났습니다. 외할아버지는 늘 제게 강하기만 한 분이셨습니다.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재혼하셨을 때 기꺼이 저희를 맡아 길러주겠노라고 약속하신 분입니다.

그래서인지 늘 저희를 강하게 대하셨습니다. 근데 강한 할아버지 겉모습 속에 이렇게 마를대로 말라버린 다리가 있을 줄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우는 저를 붙잡고 씨익 웃으시면서 그저 머리만 쓰다듬어 주시는 할아버지를 보며 저는 그저 죄송하다고 눈물만 흘리며 울었습니다. 할아버지 손길이 그렇게 따뜻한 줄은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늘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답답해했습니다. 이렇게 약하신 줄 모르고 상처주고, 화내고, 투정부렸던 제가 얼마나 후회스럽던지. 그런 저를 바라보시며 할아버지는 그저 눈물로 발을 씻겠다며 허허허 웃으십니다. 이런 기회가 없었다면 아마도 전 늘 그래왔듯 같은 행동으로 외조부모님을 대했을 겁니다. 표현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를 깨달았습니다. 할아버지를 웃게 해드린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의 앙상한 다리가, 굳은살이 잔뜩 배인 발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아버린 저입니다.

“앞으로 효도 할게요.”

아직도 무엇이 그렇게 부끄러운지 저는 또 표현하지 못하고 그렇게 속으로만 되새깁니다. 마음속의 외침에 충분히 할머니, 할아버지께도 닿으리라 믿습니다.

저 멀리서 청승이라며 혀를 쯧쯧 내두르시는 할머니를 끌어당겨서 발을 씻겨드렸습니다. 언제 한번 무릎찜질을 부탁하셨는데 저는 바쁘다는 핑계로 해드리지 못했습니다. 아니 사실은 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엔 할머니께서 사양하십니다. 화가 나신 걸까요? 할아버지께서 이런 것도 받아보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할머니를 설득하십니다. 투덜투덜 대시며 부끄러워하십니다. 아무래도 전 엄마보다 할머니를 더 닮은 것 같습니다. 막상 발을 씻겨드리니 시원하시다면서 자꾸만 웃으십니다. 쭈글쭈글 할머니의 발. 이번엔 울지 않으리라 다짐했는데 또 눈물을 보입니다. 그리고 할머니도 같이 우십니다. 그동안 하께 고생했던 일들이 자꾸 떠오르시는지 쉬이 눈물을 거두시지 못하십니다. 많이 자랐다고 말씀하십니다. 리포트라는 이유로밖에 이런 일을 하지 않는 제가 또 죄스러워 저는 더 많은 눈물을 쏟아냅니다. 더 빨리 후회하고 더 빨리 반성했어야 했는데, 자꾸 다짐합니다. 효녀가 되자고, 애교많은 손녀가 되자고 그렇게 속으로 열 번도 백 번도 더 되새깁니다. 뜻깊은 어버이날이고 뜻깊은 숙제가 되어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어머니의 발이 왜 이리 작은 걸까요”

김창식/국어교육과 1

어버이날을 맞이해서 교수님이 특별한 리포트를 내주셨다. 그것은 부모님의 발을 씻겨드리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정말 황당했다. 그런 리포트는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리포트를 핑계삼아 그런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일요일에 하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교회를 다녀오니 아버지가 집을 나가셨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어머니 발만 씻겨 드리기로 했는데 어머니가 너무 부끄러움을 타시는 것이었다. 거의 반강제로 모시고 와서 발을 씻겨 드리는데 어머니의 발은 너무 조그만 했다. 발을 씻겨 드리는데 가슴이 좀 이상했다. 어머니는 분명 웃고 계시는데 나는 가슴이 조금 아렸다. 이 조그만 발로 차도 없이 하루 종일 돌아다니며 일하시는 모습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나보다 일찍 나가셔서 밤에나 들어오시는 모습이 떠올랐다. 난 그것도 모르고, 아니 모른 척 하고 집에 오면 피곤하다면서 밥부터 차려달라고 하는 내 모습도 같이 떠올랐다. 그런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발을 다 씻겨드리자 어머니는 주무셨다. 그날도 역시 피곤하셨는지 코를 골면서 주무셨다. 하지만 그 코고는 소리가 나 때문에 생겼다는 것이 너무 슬펐다. 그리고 나도 잠자리에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눈물이 난 것은 아니지만 가슴에서 눈물이 나는 것 같았다. 가슴이 너무 슬펐다. 그렇게 몸을 뒤척이다 안방으로 가서 어머니의 볼에 살짝 입을 맞추고 방을 나왔다.

나는 어머니의 발을 씻겨버린 일을 쉽게 잊어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머니의 헌신과 사랑은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나도 한 아이의 부모가 된다면 지금의 어머니처럼 그 아이를 위해서 모든 걸 다 줄 수 있을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어머니의 사랑을 이렇게 받고 자랐으니 그 아이에게도 이런 사랑을 그대로 돌려주어야 할 것 같다. 리포트라는 핑계로 이런 기회를 마련해 주신 교수님께 정말 감사하고 이 기억을 평생 잊지 않게 정말 노력해야겠다.



웹사이트: http://www.chosu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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