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사이드’ 이란여성의 축구관람허용은 도대체 언제?
한국, 일본과 함께 아시아 축구를 대표하는 이란은 성적 못지않게 높은 국민들의 축구사랑으로 유명한 진정한 “축구강국”이다. 축구에 대한 사랑이 높은 만큼,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여성들의 축구경기장 출입을 계속 금지해야할 것인가의 여부는 이란사회에 꾸준히 제기된 질문이었다. “여성이 다른 남자의 맨살을 보면 안된다”는 이슬람 율법과 “거친 욕설을 뱉는 남자선수들로부터 여성을 보호해야한다”는 논리로 여성의 관람을 금지해온 이란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란여성들에 축구관람을 허용하는 공약이 제시되었으나 이미 여러 번에 걸쳐 헛되이 번복되어왔다. 실제로 이란의 여성들은 1987년에야 비로소 TV중계를 통해 축구를 볼 수 있을 만큼의 자유를 얻었을 뿐, 이후로 변한 것이 없는 상태였다.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초청되어 국내 방문한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축구를 보러가고 싶어하는 소녀들에 대한 이야기가 2006 월드컵을 앞둔 상태에서 매우 시의적절해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란이 바레인을 상대로 1 대 0 승리를 거두며 독일 출전티켓을 따내는 덕분에 실제 그 경기가 벌어지고 있던 아자디 경기장에서 촬영된 <오프사이드>는 영화 속 해피엔딩과 더불어 더 큰 세계적 관심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얻어냈고,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함으로 더 큰 이목을 끌 수 있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자유”라는 뜻을 가진 “아자디” 경기장에서 경기가 벌어지고 있는 현장에선 이미 이란여성의 “자유”를 촉구하는 여성운동가들의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었을 만큼, 이란 내에서의 여성들의 욕구 또한 한껏 높아져있었다. 국내에도 소식이 전해졌던 그녀들의 시위는 (2005년 5월 11일 동아일보 [“이란 잘한다” 응원석의 여성들… 26년만에 남자경기 관전]) 영화 속 군인들의 대사 속에서도 등장한다.
-두건 쓴 여자들이 바레인 차 옆에 딱 붙어서 들어가는 거야
-그럼 경기 보고 있어?
-따로 다 같이 앉았어, 경찰들이 감시하고 있고
-여기로 데리고 오던지
-안돼, 그 여자들은 체포된 게 아냐, 외국기자들이 보고 있으니까 뉴스거리 만들면 안돼
-영화 <오프사이드> 중에서
극보수성향으로 유명한 이란의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본인의 정치적 색깔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 여성의 축구관람을 허용했던 것은, 월드컵 시즌과 영화로 인해 높아진 세계적 관심과 압력 뿐 아니라 이란 내 여성해방의 욕구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 탓으로 읽힌다.
이에 국가대표 축구팀과 훈련을 함께할 만큼 본인 스스로도 굉장한 축구팬으로 알려진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올해 4월 26일, “축구경기 관람 예절을 개선하고 건강증진을 위해 주요 축구경기에 대해서는 경기장에 여성들을 위한 격리된 공간을 마련, 축구관람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밝혀 세계 여성계의 환영을 받았으나, 보수 종교지도자들 측에서는 “외간남성의 신체를 보지 못하도록 하는 이슬람법에 위배된다, 허용할 경우 자폭테러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협박성 강한 반대가 일어났다. 대통령은 “기혼여성의 축구관람만 허용한다는 뜻이었다”고 뒤이어 발표했으나 반발이 수그러들지않자 결국 5월 8일, 여성의 축구관람 허용안을 완전히 번복하는데 이르렀다.
<오프사이드>가 4월 27일부터 5월 5일까지 개최되었던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초청되어 한국을 방문했던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대통령의 이란여성 축구관람허용 이라는 뿌듯한 성과를 안은 채 전주를 방문했던 셈, 그러나 간간히 체크할 수 있었던 모국 소식에서 이란 내 보수파 지도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시한 바 있다. 결국, 전주국제영화제가 마무리된 5월 8일 경에는 허용안이 번복됨으로써 이란여성의 축구관람 시도는 다시 한 번 불발됐다.
이란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이란 내 핵 유치 시도와, 친 나치 반 이스라엘 발언으로 화제가 된 가운데, 독일 주요 도시의 친나치주의자들은 이란의 경기를 공식적으로 응원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이에 대항하는 평화주의자들의 시위 또한 대규모로 일어날 조짐이어서 독일은 크게 긴장하고 있는 중이며 그의 독일 방문이 이루어질 경우의 사태 또한 대비하고 있다. 현재는 국제단체들로부터 FIFA측에 이란의 출전을 막으라는 요구까지 들어오고 있는 실정. 월드컵에 대비한 평가전에서 강호 크로아티아에 2대 2 무승부를 기록하고 보스니아에 5대 2 대승을 거둔 이란 팀은 실력에서는 축구팬들의 기대를 한껏 받고 있으나, 여성을 국제 축제의 장에서 쫓아내는 등 국제사회에서의 연이은 돌출행동으로 세계를 위협해, “세계는 하나”, “축구공은 둥글다”는 월드컵 정신을 무색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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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3일 1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