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내병조 건물 훼손과 입장료 기습인상에 대한 문화연대 입장
우리 문화유산을 올바로 관리해야할 문화재청이, 세계유산인 창덕궁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난 5월 30일 문화연대의 지적에 대해, 많은 시민들이 분노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창덕궁은 지난 1980년대에 일제에 의해 훼손된 건물에 대한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진행하였고, 1990년대에 들어서는 창덕궁의 중심인 인정전 주변의 행각 및 규장각권역 등에 대한 복원 공사가 진행되었다. 이 중 특히 내병조 건물은 1996년 5월부터 1999년 10월까지의 기간 동안 111억 원이라는 국민의 세금을 들여 완성된 것이다.
또한 창덕궁은 우리나라 건축문화의 진수이자 현존하는 궁궐건물 중 가장 잘 보존된 곳으로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유산이다. 많은 시민들이 창덕궁의 보존과 관리를 위해 제한된 관람 규정과 안내원의 지시에 따라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왔다. 문화재청 창덕궁관리사무소가 우리의 문화유산이자, 세계유산인 창덕궁을 잘 지켜주기만 한다면 이 정도의 불편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복원된 창덕궁 내병조 건물이 문화재보호법에도 없는 "문화재 활용" 이라는 미명 아래 ‘창덕궁 관리사무소 소장 관사와 직원 10여명의 관리사무소, 공익요원 숙소, 식당 심지어 화장실’로 전락한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내병조 건물을 관사, 식당, 화장실로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에어콘 설치를 위해 벽을 뚫고, 바닥을 교체하고, 타일을 바르는 등의 훼손이 발생했으며, 공익요원 숙소로 전락한 건물에는 술병이 뒹굴고, 심지어 조리용 화기 시설까지 설치하며 원형을 훼손하였다.
이에 대해 창덕궁측은 적법절차를 거쳤다고 주장하며, 2005년 2월과 5월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에서 ‘원형을 손상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직원용 사무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심의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문화연대가 입수한 당시의 문화위원회 회위결과에 의하면 창덕궁에서 요구한(관사 전용, 식당, 용역원 숙소, 현대 시설 개조) 내용에 대해서 아무런 조건 없이 “가결” 해준 사실이 밝혀졌다.
결국 활용이라는 미명 아래 창덕궁관리사무소,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가 합작하여 복원한 창덕궁 내병조 건물을 훼손한 것이다. 현 문화재보호법에는 “문화재 활용”에 대한 어떠한 법률적 규정도 없다. 따라서 “문화재 활용”을 운운하는 문화재청이나 문화재위원회, 창덕궁관리소장 모두는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시대에 역행하는 창덕궁 입장료 기습 인상 반대한다.
창덕궁 훼손뿐 아니라 입장료 기습 인상도 심각한 문제다. 지난 6월 1일 문화재청은, 우리 문화유산을 자유롭게 마음껏 향유하고픈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그 동안 제한관람을 실시해 오던 창덕궁 관람방법에 「자유관람」 서비스를 추가키로 했다고 발표하며, 창덕궁 입장료를 무려 15,000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자 세계유산인 창덕궁은 모든 시민에게 평등하게 개방되어야한다. 개인이 처한 빈부에 따라 창덕궁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봉쇄된다면 이는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의 관람에도 천박한 자본논리와 신자유주의 같은 양극화를 양산할 것이다. 예를 들어 4인 가족이 창덕궁을 자유관람하기 위해서는 60,000원을 지출해야만 가능하다는 논리이다. 자유롭게 전통문화를 향유생활하기에도 벅찬 서민들은 이제 창덕궁조차도 편하게 관람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온 사회가 사회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문화재청이 앞장서서 사회양극화, 문화양극화를 부채질하는 결정을 내린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녕 문화재청은 “돈 있는 사람에게 더 많은 것을 자유롭게 보여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창덕궁 훼손과 입장료 기습 인상을 강력하게 규탄하며 다음의 사항을 요구한다.
하나. 문화재청은 훼손된 내병조 건물을 원상복구하라!
하나. 창덕궁 복원 건물 훼손에 대한 검찰 및 감사원의 조사를 촉구한다!
하나. 창덕궁 훼손 책임의 최고 결정자인 문화재청장과 이를 심의한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의 책임있는 행동과 처신을 요구한다!
하나. 창덕궁 입장료 기습인상을 즉각 철회하라!
2006년 6월 7일(수) 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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