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성명-노동부문 분쟁해결을 위한 ‘공적 대화기구’는 미국 자본에 대한 면죄부 창구다

서울--(뉴스와이어)--도대체 한국의 노동위원회는 무엇을 하는가.

이런 물음을 던지는 이유는, 미국 워싱턴에서 지난 6월5일부터 열리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1차 본 협상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이 제안한 이른바 ‘퍼블릭 커뮤니케이션’(공적 대화기구)라고 불리는 양자패널 설치를 수용하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어서다.

미국 정부가 한국에 전달한 협정문 초안에는 퍼블릭 커뮤니케이션을 구성해 “노동법 집행이 실패했을 때 분쟁해결절차에 회부하고 의무를 위반하면 1500만달러 한도에서 벌과금을 내도록 한다”고 돼 있다. 언론보도를 보면, 한국 협상단은 벌과금 조항을 삭제한다는 조건으로 수용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협상단은 “국내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한 결과, (퍼블릭 커뮤니케이션이) 우리에게 그렇게 불리한 제안이 아니라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 정부는 환경 부문에서도 퍼블릭 커뮤니케이션을 설치하자고 제안했고, 한국 협상단은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리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신학림)은 ‘퍼블릭 커뮤니케이션’이란 고상한 이름을 단 노동 및 환경 부문의 양자패널은 관련 국내법을 무력화시키는 시도라고 거듭 규정한다. 미국 자본이 들어온 국내 기업의 노동 및 환경 분쟁이 국내법이 아니라 한-미 FTA에 규정된 이 패널을 통해 처리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나프타(북미자유무역협정)의 사례를 들어 ‘퍼블릭 커뮤니케이션’이 불리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나프타에 북미노동협력협약(NAALC)와 북미환경협력협약(NAAEC)이 포함된 배경은, 미국 정부가 의회 승인을 이끌어내고 미국 노동계 등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한 내부 설득용 의제의 성격이 짙었다. 국내 노동 문제와 관련해 당사국의 주권이 인정된다. 이행하지 않을 경우 미국·캐나다·멕시코 3개국 정부와 독립적인 노동협력위원회를 통해 벌금이 부과되는 단계까지 적용을 받는 대상이 △아동 및 청소년 노동의 보호 △최저 고용기준 △산업재해 및 부상의 예방 등 세 가지에 불과한 데서도 이를 알 수 있다. 노동3권을 포함해 강제노동 금지, 고용차별 철폐, 남여 동등임금 등과 같은 대상은 심의 단계까지만 적용된다.

반면 나프타와 달리, 미국이 FTA 협상에서 ‘퍼블릭 케뮤니케이션’을 꺼내든 배경은 투자 장벽을 축소하는 한국 노동법의 적용을 포괄적으로 우회하기 위한 전략의 성격이 강하다고 우리는 판단한다. 이미 미국 무역대표부는 2006년 3월31일 발표한 ‘해외무역장벽에 관한 국가보고서’에서 “노무현 정부는 외국인 투자 촉진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 그러나 추가적인 개혁이 있어야 한국은 외국인 투자자에게 더 매력적인 시장이 될 것이다. 이를테면 (퇴직금 제도를 철저히 해체하고 기업연금을 도입하라는 의미를 지닌) 연금 이동성의 개선과 해고와 고용의 유연성 강화 등과 같은 노동시장 문제들, 노사분쟁 축소, 규제 투명성 개선 등이 그것이다”고 적고 있다.

이것만 봐도 미국이 노리고 있는 바가 무엇인지 분명해진다. 미국 자본이나 기업이 노동 및 환경 관련 불만을 퍼블릭 커뮤니케이션에 접수하면 국내 노동법에 따른 노동위원회는 무력화한다. 물론 우리는 노동위원회가 지금까지 제 구실을 해 왔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노동위원회는 좀 더 민주화하고 사용자 편향에서 벗어나야 한다. 하지만 노동위원회를 바로 세우는 것과, 노동위원회를 완전 무력화시키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한-미 FTA에서 노동 및 환경 관련 양자패널은 미국의 압력 창구이자 미국 자본에 면죄부를 주는 창구로 전락하게 돼 있다. 이 엄연한 사실을 외면하고 퍼블릭 커뮤니케이션을 수용하려는 것은, 협정 체결 자체를 지상과제로 일찌감치 설정한 친미 경제·외교통상 관료들이 ‘알아서 기는’ 꼼수일 뿐이다. 나아가, 선진노사관계 로드맵의 연장선에서 노동계의 힘을 계속 약화시키기 위해 미국과 야합하는 행위라고 우리는 단언한다. 아마도 미국 자본이 대거 진출해 있는 금융권의 노사관계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다.

언론보도를 보면, 노동부는 “(미국이 맺은 다른 FTA들에서) 아직 퍼블릭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소송을 벌이는 등 법적으로 해결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당장은 간접 압력으로 느낄 수 있지만 두 나라의 노동·환경 상황을 향상시킬 제도로 FTA 취지에 부합한다고 판단한다”고 말하고 있다. 노동부 관료들에게 2006년 해외무역장벽에 관한 국가보고서를 다시 한 번 읽어볼 것을 진심으로 권한다. 노동부와 노동위원회가 제 정신을 차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혹시 미국 정부가 무역 및 투자 증진을 이유로 한국이 노동기준을 완화할 것을 우려해 노동기준 완화 금지 조항을 넣자는 주장에 현혹되는 시민들이 있다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기억만 하면 된다. 지난해 11월 미국산 수입차는 강화된 배출가스 기준의 적용을 유예받아 국산 자동차보다 2년간 환경오염을 더 시켜도 되게끔 한국 정부에 압력을 가해 놓고서 뻔뻔스럽게 이런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물론 외국차는 환경오염 더 시켜도 된다는 합의를 해준 한국 정부가 더 큰 문제라는 사실은 고스란히 남지만.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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