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대, “부적절한 정책자문위원회, 문화관광부는 운영 방향부터 다시 논의하라”
문화정책 전반에 걸친 포괄적 정책자문위원회는 이미 지난 2002년 대통령선거 당시 문화단체들이 각 정당 대통령후보 정책공약으로 채택하도록 제안한 사항으로서 정책자문위원회 구성은 그 자체로 나름의 의의는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원회 구성과정과 방법, 위원회의 위상과 역할 등 위원회 구성과 관련한 문제점이 많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그동안 스크린쿼터 축소 및 한미FTA 등 중대한 문화현안을 둘러싼 ‘문화관광 현장의 목소리’들에 대해 시종일관 모르쇠로 일관해오다 갑자기 정책자문위원회를 구성한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번 정책자문위원회가 근본적으로 잘못된 관점과 방법으로 구성됐다고 판단한다.
우선, 문화관광부는 정책자문위원회를 통해 중장기비전으로 2020미래전략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창동 장관시절 민간인들의 참여를 통해 마련한 문화정책의 비전인 ‘창의한국’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물론 필요하다면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창의한국’ 정책과제의 실현과 추진과정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부재한 상황에서, 바람직한 민관협력의 사례로 거론되던 ‘창의한국’을 사회적 논의조차 하지 않고 독단적인 판단으로 팽개치고 또다시 새로운 문화비전을 수립하겠다는 것은 설득력을 가지기 어렵다. 참여정부의 ‘참여’는 정부부처의 일방적 ‘참여’였던 말인가? 문화관광부의 ‘비전’은 조변석개해도 좋을 ‘비전’인가?
더욱이 문화부의 이런 처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전임 정동채 장관의 경우도 취임하자마자 문화관광부의 정책 비전을 ‘C-Korea’로 바꾼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임 김명곤 장관이 이전 중장기비전에 제시된 정책과정에 대한 집행과 평가는 제쳐두고 또다시 2020미래전략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 일이며, 자칫 신임 장관의 취향에 따라 또다시 실효성 없는 중장기비전만을 양산할 개연성이 있다.
다음으로, 정책자문위원회 운영 방향과 역할의 문제이다. 최근 문화정책의 취약성은 경제주의와 개발주의로 인한 문화적 가치의 후퇴, 문화양극화, 다문화사회, 저출산 및 고령사회화, 정보통신 융합 등 사회문화적 변화와 다각화된 사회격차의 심화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정책자문위원회는 분과구성 등 운영 방향이 형식적이고, 고답적인 문화개념에 기초하고 있고, 미리 선정된 의제 또한 개발이슈에 편향돼 이러한 사회문화적 이슈에 부적합하다는 문제를 지닌다. 따라서 문화정책 전반에 관한 포괄적 형태의 정책자문위원회는 현재처럼 분과중심의 형식화된 구조가 아닌, 문화적 가치를 중심으로 사회변화의 원인과 대책을 논의할 수 있는 방향과 구조로 재구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위원회 구성과정의 비민주성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책자문위원회는 업무보고, 공지 등 문화관광부의 모든 공식 입장에 계획되어 있지도, 추진과정이 공개되지도 않은 전형적인 밀실행정형 사업과정을 밟았다. 현장의 목소리는 사업 계획과 위촉 과정부터 반영되어야 함에도 모든 현장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은 비민주적이며, 전형적인 관료주의적 행태이다. 우리는 김명곤 장관이 민간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상명하달 식으로 위원회를 구성하는 낡은 패러다임을 다시 반복했다는 점에 대해 매우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위원 구성의 적절성에 관한 문제이다. 문화관광부는 정책자문위원회 개최 취지로 현장 중심의 행정을 강조하였고, 사회양극화, 생활체육, 지역주민의 문화향유 확대 등 일부 진일보한 의제를 논의주제로 밝혔지만 선임된 위원 상당수는 현장과는 거리가 있는 인사들이며, 경제계 등 일방의 입장을 대변할 개연성이 큰 인물들로 판단된다. 이는 설정하고 있는 의제가 편향적으로 다루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일례로 체육분과는 중점 논의사항을 '생활체육 활성화'라고 밝히고 있음에도 생활체육현장에 대한 안목과 경험을 가진 위원은 찾기 힘들며, 대부분이 엘리트체육 관계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현재 체육(학)계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가장 대표적 집단인 모대학 특정학과 출신 인사가 열명 중 네 명이나 되며, 체육문화적 활동은 물론 학술적, 사회적 활동이 전무한 사람도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이번 정책자문위원회 구성이 운영 방향, 조직 구성, 선임 과정과 위원의 적절성 등 모든 부분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 위원회 구성 전반에 보장되어야 할 문화민주주의적 가치를 배반하면서까지 위원회를 구성한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정책자문위원회가 스크린쿼터 폐지 입장으로 인해 궁색해진 문화관광부의 이미지를 되살리려는 이벤트가 아니라면 문화관광부는 정책자문위원회의 위상과 역할, 구성과 운영에 대해 원점에서 재 논의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새로운 문화비전을 세우는 일보다 훨씬 시급한 과제이다.
- 부적절한 정책자문위원회 구성, 문화관광부는 각성하라.
- 문화관광부는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선발 기준과 과정을 공개하라.
- 문화관광부는 부적합한 정책자문위원회 구성을 원점부터 다시 논의하라.
2006. 6. 12 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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