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언론관계법 부분 위헌 판결에 대한 문화연대 입장

서울--(뉴스와이어)--헌법 재판소는 지난 6월 29일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등이 제기했던 언론관계법(신문법과 언론중재법) 위헌청구 소송에서 대부분 합헌 또는 각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시민사회에서 강력하게 요청해온 일부 언론의 여론 독점을 규제하는 장치들에 대해서는 다른 결정을 내렸다.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 조항과 신문발전기금 지원 금지대상, 정정보도청구사건의 가처분 절차 조항에 대해서는 위헌 판정을 내렸다. 여론 독과점을 우려하며 지배 언론들을 견제하는 장치를 마련하고자 했던 시민사회로서는 대부분 조항에 대한 합헌 결정을 마냥 환영만 할 수 없게 되었다. 앞으로 주도 언론에 의한 여론 독과점 현상이 벌어지고 그에 대한 대응책이 없어 수수방관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헌법불합치 판정이 된 ‘1/2 이상 소유 주주의 다른 신문사 또는 통신사 주식 1/2 이상 취득 · 소유 금지’ 조항, 위헌 판정이 난 ‘시장 지배적 사업자 추정’ 조항과 ‘정정보도청구사건의 가처분 절차 조항’은 신문사의 소유 집중과 시장 독과점을 막고 신문사의 발화행위의 책임성을 강화할 수 있는 핵심적이고 근본적인 조항이다. 이 조항이 합헌 판정을 받지 못함으로써 합헌 판결을 받은 ‘일간 신문의 뉴스통신방송사업 겸영 금지’ 조항 조차도 정치적 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위헌 판결을 받을 수 있는 여지가 남게 되었다.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소수 거대 미디어들은 신문, 출판, 잡지, 통신, 방송 등을 거느리는 베를루스코니와 머독적 왕국건설의 행보를 지속시켜 갈 것이다. 그리고 꿈의 실현을 위해 또 다시 위헌을 운위하며 지속적으로 정치적 작업들을 계속하게 될 것이다. 논쟁할 가치도 없는 허망한 몽상가들의 말장난임을 알지만 이번 헌법재판소의 한국 사회의 현실에 눈감은 듯한 판결 탓에 경계심을 늦출 수 없게 되었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판결은 보수언론의 말장난에 휘둘린 결과이며 한국 사회의 소통을 잘못 이해한 이른바 법을 위한 법 해석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아직도 한국의 미래를 자신들의 의도대로만 끌고 가려는 보수 권력과 연합해 거짓과 왜곡, 선동을 해대는 말장난꾼들에 휘둘렸음은 헌재가 이들과 이해관계와 가치관을 같이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낸다. 사회 내 여론 형성과정을 일반 상품의 유통과정과 전혀 다를 바 없다고 이해하는 장면에 이르러서는 과연 헌재가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나 미래를 고민하고 있는가 하는 걱정으로 이어지게 된다. 여론 상품 생산 주체인 언론의 소유 집중, 시장 독과점을 막고 그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리지 않고서 어떻게 민주주의를 말하고 정의를 말할 수 있을까.

이미 여러 선진 사회에서 언론사의 소유 집중이나 시장 독과점, 말행위의 책임성을 둘러싼 규제법을 가지고 있음은 민주주의적 언론자유의 조건이 무조건적 자유가 아닌 사회적 규제를 수반한 자유임을 증명하고 있다. 언론의 자유를 더욱 공고히 하고 언론을 통한 민주주의 발전을 꾀하고자 마련되었던 여론 독점 방치책의 한 쪽이 허물어 졌음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이에 우리는 신문시장이 기타 다른 상품시장과는 다른 ‘공익적 역할’과 ‘여론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이 고려되지 않은 점과 언론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책임을 강력히 촉구하지 못한 헌법재판소의 이번 판결에 유감을 표하는 바이다.

6월 30일 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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