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재산세인하 발표에 대한 토지정의 성명서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6월 30일 열린우리당, 정부, 청와대(이하 당-정-청)는 부동산 거래세 인하와 공시가격 6억 이하 주택의 보유세(재산세)를 인하해줄 방침을 발표하였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공시가격 3억 원 이하와 3~6억 원의 주택에 대해 각각 재산세 상승률이 5%와 10%를 넘지 않도록 한다는 것과 추후에 상황을 봐서 거래세를 인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정책 변화는 “보유세 강화-거래세 인하”라는 정책목표의 명백한 후퇴이고 다음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어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여 <토지정의>는 아래와 같이 비판하고자 한다.
1. 당-정-청은 선거참패의 원인을 잘못 찾고 있다.
이번 대책은 지난 5ㆍ31지방선거에서 여당의 선거참패 원인을 찾는 데서 시작되었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열린우리당은 부동산 정책이 너무 강한 것이 선거 참패의 가장 큰 원인중 하나라고 보았고, 1가구 1주택의 종합부동산세 인하, 재산세와 양도소득세 인하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반면 청와대와 정부에서는 부동산 정책기조에는 변화가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아 왔다. 이렇게 양측이 상반된 주장을 하다가 이처럼 보유세와 거래세를 둘 다 인하한다는 대책에 합의를 이룬 것을 보면, 결국 당-정-청은 선거 참패의 원인을 부동산 정책이 지나치게 강했다는 잘못된 인식에서 찾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그만 돌이켜보면 이것은 완전히 오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수 십 번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그 동안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내놓은 정책과 그것을 입법화하는 과정이 ‘용두사미(龍頭蛇尾)’격이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처음에 발표한 대책은 상당히 진일보한 것이었으나 그것이 입법화되는 과정에서 크게 후퇴한 법안이 통과되었고, 이런 일이 반복되자 부동산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시장의 내성만 키워 결국 부동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것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2003년 10·29대책 발표와 2004년 그것의 입법화 과정이다. 청와대가 공들여 만든 10·29대책을 후퇴시키는 데 열린우리당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고 후퇴된 법안이 통과되자 부동산 투기는 다시 재연되었다.
이런 전철을 되밟지 않기 위해 정부는 2005년 8.31 대책을 내놓았고, 이것만이라도 통과시켜야 한다고 생각한 국민과 시민사회단체의 압력에 등 떠밀려 열린우리당은 겨우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고 지금은 그 법안의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려던 참이었다. 그러던 법안을 선거참패 때문에 또 다시 후퇴시키려 하니, 역시 참여정부의 모든 부동산 정책은 ‘용두사미(龍頭蛇尾)’라고 아니 할 수 없다.
그렇다. 부동산 정책은 일관성이 중요하고, 정책이 후퇴 없이 실행될 것이라는 강력한 신호를 시장에 보내주어야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데, 당-정-청은 그렇지 못하였고 갈팡질팡 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참여정부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결정적 원인이었고, 지금도 그 과정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2. 당-정-청이 말하는 서민은 누구를 의미하는가?
이번 발표에서 한 가지 희한한 사실은 당-정-청이 ‘중산층과 서민을 위해’ 재산세를 감면해준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 대상을 공시가격이 3~6억 원과 3억 원 이하로 나눈 것으로 봐서 3~6억 원은 중산층, 3억 미만은 서민으로 분류하고 있는 것 같다. 여기서 <토지정의>는 정부가 중산층으로 본 3~6억 원 주택소유자는 전체가구에 5.2% 밖에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그리고 현재 대한민국 전체가구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무주택자들은 도대체 뭐라 불러야 하는지 묻고자 한다.
진정 서민을 고려한 대책이라고 한다면, 일정 가 액 미만, 예를 들어 1억 원 미만의 서민 주택에 대해 재산세를 감면해주는 정책과 진정 서민이라고 할 수 있는 무주택자들이 좀 더 쉽게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어야 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1억 원 이상의 주택에 대해서는 재산세를 유지 내지는 강화해야 했다.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주택가격 안정에 가장 큰 기여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당-정-청이 걱정하는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기회가 더 확대되기 때문이다.
3. 왜 당-정-청은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는가?
주지하다시피 한국의 보유세 정도는 선진국에 비해 1/5~1/6정도밖에 안 된다. 그리고 보유세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8ㆍ31 대책도 2019년에 가서야 0.61%, 그러니까 선진국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이었다. 이렇게 한국의 보유세 정도가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낮았기 때문에 그 동안 토지와 주택가격이 터무니없이 높았던 것이고, 보유세를 얼마 강화하지 않았는데도 부담이 크게 나타난 것이다. 다시 말해 보유세율이 선진국에 비해서 높지 않은데도 세 부담이 큰 이유는 한국의 부동산 가격이 지나치게 높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보유세의 대폭적인 강화를 통해 가격을 하향 안정화시키고, 그것을 납득하지 못하는 국민들에게 “이렇게 두면 부동산 가격이 국민경제에 두고두고 부담이 되기 때문에 보유세 강화를 통해 부동산 가격을 하향 안정화시켜야 하고, 가격이 하향 안정화되면 세부담도 경감될 수 있다.”고 국민을 설득해야 되지 않겠는가? 그러나 당-정-청, 특히 열린우리당은 이런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다. 고작 “투기 목적이 없는 1가구 1주택에 보유세를 강화하는 것은 재론해봐야 한다.”는 개념 없는 말뿐이었다. 한마디로 열린우리당은 보유세가 지니고 있는 의미와 효과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여론에 떠밀려 임기응변식으로 대책을 세워왔던 것이다.
<토지정의>는 참여정부가, 이렇게 보유세가 후퇴하는 것을 계기로 다른 부동산 정책마저 후퇴시키려고 하는 보수세력의 끈질긴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 지 심히 염려된다. 그리고 참여정부가 걸어온 그간의 역사로 봐서 그 결과는 심히 회의적이라 아니 할 수 없다.
4. 국민의 의식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 국민이 정부에 바라는 바는 간단하다. 그것은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은 정부가 투기를 잡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인 보유세 강화 정책에 저항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국민의 태도가 이율배반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려면 먼저 이러한 국민의 의식과 태도는 마땅히 고쳐져야 한다. 보유세 강화에 반대하면서 어떻게 투기근절을 바랄 수 있겠는가? 따라서 정부가 진정으로 투기를 잡기 원한다면 보유세 강화에 반드시 찬성하고 이것을 반대하는 자들을 계몽하고 꾸짖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민은 보유세가 다른 세금과 다르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보유세는 투기꾼을 지목해서 그들에게 부과하는 벌금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부동산 과다 보유를 억제하기 위해 누진세율 구조를 채택했기 때문에 벌금처럼 느껴지는 것뿐이지, 본래 부동산 보유세(특히 토지보유세)는 부동산 보유자가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는 혜택에 상응하여 납부하는 대가이다. 따라서 국민은 국가와 사회가 제공한 혜택의 대가를 보유세를 통해서 지불하고, 그 대신 경제에 부담을 주는 다른 세금을 감면하자는 ‘조세대체(tax shift)’를 주장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하면 모든 국민이 진정 바라는 대로 ‘투기는 막고 경제는 활성화’될 수 있게 된다.
6. 당-정-청은 ‘보유세 강화-거래세 인하’ 방향을 유지ㆍ강화하라.
이와 같은 이유로 <토지정의>는 당-정-청의 6억 이하 주택의 재산세를 감면하려는 방침을 중단하기를 촉구한다. 손대려면 거래세 인하에만 집중하기 바란다. 지금 당-정-청이 가려는 길은 ‘보유세 강화 거래세 인하’라는 정상적인 방향이 아니라 보유세와 거래세 모두를 인하하려는 비정상적인 방향이다. 이것은 서민, 특별히 무주택 서민과 관계가 적을 뿐만 아니라, 무주택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시기를 더 늦추는 것이고, 그나마 안정될 기미를 보이는 부동산 시장에 잘못된 신호로 작용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서민들의 삶은 더 나빠질 것이고 열린우리당이 말하던 ‘서민정책’은 완전히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며, 아울러 참여정부의 지지도도 더 추락하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토지정의시민연대
연대단체(18개): 균형사회를 여는 모임, 민들레공동체,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보은예수마을, 복음적 사회선교를 위한 새벽이슬, 생명평화연대, 성경적 토지정의를 위한 모임, 수수팥떡ASAMO(아이들을 사랑하는 어머니들의 모임), 예수원, 작은손길, 전국철거민협의회, 주거권 자유를 위한 시민연대회의, 코람데오선교회, 하남YMCA, 한국YMCA전국연맹, 한국빈곤문제연구소, 헨리조지 연구회, 희망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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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26일 16:46